|2026.03.03 (월)

재경일보

경상수지 4개월만 적자, 수입 급증에 서비스수지도 악화

음영태 기자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경상수지가 4개월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원자재 수입 증가로 상품수지가 2개월 연속 적자를 보였으며 운송수지와 여행수지 등의 악화로 서비스수지마저 적자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이미 올해 재정수지 적자가 예상되는 데다 월별 기준으로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서면서 쌍둥이 적자(재정수지와 경상수지 모두 적자) 가능성이 커졌다.

경상수지 적자가 외화수급에 영향을 미쳐 환율을 올리면서 한국 경제 위기설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은 8월 경상수지 30억5000만달러 적자

한은이 7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8월 경상수지는 30억5000만달러(약 4조3036억원) 적자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달(74억4000만달러 흑자)보다 104억9000만달러나 감소했다.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2020년 5월 이후 올해 3월까지 23개월 연속 흑자를 유지하다가 4월 수입 급증과 해외 배당이 겹치면서 적자를 냈고, 5월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4개월 만에 흑자 기조가 깨졌다.

특히 4월의 적자는 연말 결산법인의 외국인 배당으로 배당소득수지 적자가 약 40억달러에 이른 영향이 컸지만, 8월의 경우 배당소득수지가 흑자(13억9000만달러)인 상태에서 상품수지의 대규모 적자가 주요 원인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8월 상품수지는 1년 전보다 104억8천만달러나 줄어 44억5천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7월(-14억3000만달러)에 이어 2개월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수출(572억8000만달러)이 석유제품 등을 중심으로 7.7%(41억달러) 늘었지만, 수입(617억3천만달러) 증가 폭(30.9%·145억8000만달러)이 수출의 약 네 배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8월 통관 기준으로 원자재 수입액이 작년 같은 달보다 36.1% 늘었다. 원자재 중 석탄, 가스, 원유의 수입액(통관기준) 증가율은 각 132.3%, 117.1%, 73.5%에 이르렀다.

반도체(25.4%) 등 자본재 수입도 16.4% 늘었고, 승용차(54.7%)와 곡물(35.9%)을 비롯한 소비재 수입도 28.2% 증가했다.

서비스수지도 작년 8월(8억4000만달러 흑자)보다 16억2000만달러 줄어 7억70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운송수지는 흑자(12억3000만달러) 기조를 유지했지만 작년 8월(13억4000만달러)보다는 흑자 규모가 1억1000만달러 줄었다. 8월 선박 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1년 전보다 19.4%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식재산권사용료 수지는 1년 새 2억8000만달러 흑자에서 12억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국내 대기업의 특허권 사용료 지급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코로나19 관련 방역이 완화되면서 여행수지 적자 폭도 6억1000만달러에서 9억7000만달러로 3억6천만달러 커졌다.

본원소득수지 흑자(22억4000만달러)는 1년 전(6억4000만 달러)과 비교해 16억달러 늘었다.

본원소득수지 가운데 배당소득수지 흑자(13억9000만달러)가 1년 새 13억8000만달러나 증가한 데 큰 영향을 받았다.

금융계정 순자산(자산-부채)은 8월 중 6억1000만달러 감소했다.

직접투자의 경우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36억달러,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18억1000만달러 증가했다.

증권투자에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6억1000만달러,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도 25억9천만달러 불었다.

한은은 경상수지 흐름에 대해 "8월 경상수지는 이례적으로 컸던 무역수지 적자(-94억9천만달러)의 영향으로 적자를 기록했다"며 "하지만 9월 들어 무역적자(-37억7천만달러)가 크게 축소된 만큼 9월 경상수지는 흑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경상수지

▲정부 "연간으로는 경상수지 흑자"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 돼 왔던 수출이 흔들리고 8월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전환하면서 '경제 위기설'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한국은행은 8월 경상수지 적자 전환은 무역수지 적자의 영향에 따른 일시적인 것으로, 9월 들어 무역적자가 크게 축소된 만큼 경상수지는 다시 흑자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대외여건 불확실성이 커 월별로는 변동성이 크겠지만 올해 연간으로는 흑자기조를 유지, '쌍둥이 적자'의 수렁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부산항
[연합뉴스 제공]

▲달러 수급 악화로 원/달러 환율 상승

일시적이라고는 하지만 경상수지 적자를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킹달러'(달러 초강세) 상황에서 경상수지 악화는 달러 수급에 불균형을 일으켜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경상수지 적자로 국내로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게 되면 원화 가치가 떨어지게 되고 이는 또다시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이 된다.

대외부채가 늘어나 원금 상환과 이자 부담이 커지고, 이는 국가 전체의 신용등급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세계 경제가 불안정해질 경우 경상수지가 취약한 국가일수록 외국 자본의 급격한 유출이 발생해 대외충격을 증폭시키기도 한다.

예전처럼 고환율이 수출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수입 가격 상승으로 가뜩이나 높은 국내 물가 수준이 더 올라가게 되고, 이는 소비 감소로 이어져 전반적인 경기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경상수지의 안정적 흑자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입장이다.

추 부총리는 "에너지 절약 대책은 지난번에 이야기했고, 상품수지, 무역수지, 서비스수지 이런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대책을 (마련하는 작업에) 착수했다"며 "준비되는 대로 부문별로 소개하고 착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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