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뉴욕증시, 中 AI 역습에 '공포'…나스닥 3% 폭락

윤근일 기자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의 역습에 미국 증시가 공포에 질렸다.

딥시크의 서비스가 훨씬 적은 비용으로도 오픈AI의 챗GPT에 맞먹는 성능을 갖췄다는 소식에 AI 관련주를 겨냥한 과격한 투매가 나타났다. 시가총액 1위 엔비디아는 하루 만에 시총이 약 6천억달러(약 862조원)나 증발했다.

다만 기술주 위주로 투매가 이어지면서 전통 산업과 가치주의 안전자산 매력이 부각돼 블루칩 지수는 오히려 상승했다.

27일(미국 동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89.33포인트(0.65%) 오른 44,713.58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88.96포인트(1.46%) 떨어진 6,012.28, 나스닥종합지수는 612.47포인트(3.07%) 급락한 19,341.83에 장을 마쳤다.

뉴욕증시
[연합뉴스 제공]

그간 뉴욕증시에는 AI 산업을 둘러싼 '미국 예외주의'가 있었다. 전 세계에서 현재 수준의 AI를 구현할 수 있는 기업은 미국에만 있기 때문에 주가에 AI 프리미엄을 더 얹어야 한다는 논리였다.

딥시크의 등장은 이 같은 프리미엄이 허상이었다는 점을 일깨운 사건이었다.

미국과 영국 등 서구 언론은 딥시크가 거대언어모델(LLM) 훈련에 사용한 그래픽처리장치(GPU)의 규모와 비용이 미국 빅테크들과 비교해 훨씬 적었다며 극도의 효율성을 보여줬다고 지난주 집중 보도했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주요 기술기업이 AI 투자에 불필요한 낭비를 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극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주 기사에서 딥시크가 딥시크-V3 개발에 투입한 비용은 557만6천달러(약 78억8천만원)에 그쳤다고 전했다. 이는 메타가 최신 AI 모델인 라마(Llama)3 모델에 'H100'으로 훈련한 비용의 10분의 1 수준이다.

H800은 미국의 고성능 반도체 수출 규제로 엔비디아가 H100의 사양을 낮춰 출시한 제품이다. 한마디로 딥시크는 저성능 저예산으로 챗GPT와 맞먹는 성능을 냈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지금까지 시장은 구글이나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등 AI에 투자하는 회사와 AI 관련 도구나 인프라를 제공하는 회사에 막대한 보상(프리미엄)을 줬다"며 "딥시크 모델이 기존 AI 기업들의 지출에 의구심을 자극하면서 이 시나리오는 더 광범위하게 투자자들의 신뢰를 흔들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의 신뢰가 흔들리면서 AI 관련주는 요동쳤다.

주요 AI 및 반도체 관련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이날 9.15% 폭락했다. 작년 9월 3일 7.75% 급락한 이후 최대 낙폭이다.

필라델피아 지수가 마지막으로 9% 이상 폭락했던 시점은 2020년 3월 18일이었다. 이날 충격은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시절만큼 강력하다는 의미다.

AI 산업의 총아 엔비디아는 이날 주가가 17% 폭락했다. 하루 만에 시총이 5천900억달러나 급감하면서 한 번에 시총 3위 자리로 내려앉았다. 이날 하루 시총 감소분은 미국 증시 역사상 최대다.

또 다른 AI 산업 수혜주 브로드컴도 17.40% 폭락하며 시총이 1조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마블테크놀로지도 -19.10%,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11.71% 급락했다. 오라클도 14% 떨어졌다.

주식예탁증서(ADR) 기준으로 뉴욕증시에서 TSMC도 -13.33%, ASML은 -5.75%, Arm은 -10.19%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다만 모든 기술주가 투매에 휩쓸린 것은 아니다. AI 산업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졌던 애플은 관련 익스포저(위험 노출)가 적다는 점이 부각되며 오히려 3.18% 상승했다. 메타도 1.91% 올랐고 아마존도 강보합으로 선방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2%대, 알파벳은 4%대 하락률을 기록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테슬라도 낙폭이 2.32%에 그쳤다.

래퍼 텐글러 인베스트먼트의 낸시 텐글러 최고경영자(CEO)는 "애플은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하드웨어인 엣지AI(온 디바이스 AI) 주도권을 갖고 있다"면서 "최종 승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CFRA리서치의 샘 스토발 최고투자전략가는 "먼저 매도하고 나중에 질문하는 것이 좋은 예로 투자자들은 기술 전반, 특히 반도체에 대한 평가가 약간 과도하다고 느낀다"며 "투자자들이 꼭 주식을 매각하기보단 소비재나 부동산 같은 방어 영역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건 고무적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안전 선호 심리가 강해지면서 다우 지수를 구성하는 우량주로 매수세가 몰렸다. 월마트와 코스트코는 2%대 상승률을 보였고 존슨앤드존슨과 프록터앤드갬블 같은 필수소비재도 3~4%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업종별로 보면 기술은 무려 5.58% 폭락했다. 유틸리티도 2.33% 급락했다. 대신 필수소비재는 2.85%, 의료건강도 2.19% 상승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3월까지 기준금리가 25bp 인하될 확률은 31.1%까지 올랐다. 전날 마감 무렵 대비 4%포인트 가량 상승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전장보다 3.05포인트(20.54%) 뛴 17.90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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