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세금 감면 및 지출 확대 법안이 미 의회를 통과하며 미국의 단기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은 해소됐지만, 동시에 장기적인 재정 건전성 악화 우려가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법안은 2017년 시행한 감세 조치 연장, 국방 및 국경 보안 예산 확대, 그리고 메디케어·메디케이드 등 복지 지출 대폭 삭감하고 정부 부채를 수조 달러 늘리는 방안이 주요 내용이다.
동시에 미국의 연방 부채한도는 기존 36조1000억 달러에서 5조 달러로 상향해 단기적으로는 디폴트 가능성을 차단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4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디폴트 우려 해소…채무한도 증액 효과
이번 법안의 직접적인 효과 중 하나는 디폴트 리스크 해소다.
분석가들은 재무부가 부채 한도 증액이나 유예 없이는 모든 채무를 상환할 수 없게 되는 소위 X-date가 8월 말이나 9월 초에 발생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그간 시장에서는 8월 만기 국채 금리가 다른 단기물보다 높게 형성되는 비정상적인 현상이 나타났는데, 이는 디폴트 우려가 반영된 결과였다.
레이먼드 제임스의 채권 시장 담당자 비니 블로는 “부채한도 상향 조치로 8월 만기 채권 수익률은 다소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반적으로 채권 시장의 반응은 비교적 미온적이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이 법안은 미국 채권 시장과 국가 재정 건전성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 건전성 '경고등'…10년간 3조4천억 달러 부채 증가 전망
최근 몇 달 동안 금융 시장의 주요 동인이었던 미국 국채 수요 감소와 채권 공급 증가에 대한 우려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하지만 비당파 분석기관에 따르면, 이번 법안은 향후 10년 동안 미국 국가 부채를 3조4천억 달러 추가로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미국 재정정책의 지속 가능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웰링턴 매니지먼트의 매크로 전략가 마이크 메데이로스는 “이번 법안은 재정 적자와 누적 부채 수준, 그리고 인플레이션 우려 등 미국 국채 구조적 문제를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지난 30일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미 미국 국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블랙록은 “외국 투자자들이 이미 미국 국채에 대한 신뢰를 잃고 있으며, 매주 5,000억 달러씩 발행되는 국채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경우 차입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매주 발행하는 5천억 달러 규모의 부채에 대한 수요가 더욱 감소하고 차입 비용이 상승할 실질적인 위험이 있었다.
블랙록의 투자 운용사들은 보고서에서 "우리는 미국 정부 부채의 위태로운 상황을 한동안 강조해 왔으며, 만약 이 문제가 방치된다면 금융 시장에서 미국의 '특별한 지위'를 위협하는 가장 큰 위험으로 부채를 꼽는다"라고 밝혔다.
▲수익 줄고 보험 잃는 국민…세수는 4조5천억 달러 감소
미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이번 법안은 세수(稅收)를 4조5천억 달러 줄이고, 지출을 1조2천억 달러 삭감하며, 향후 10년간 약 1,090만 명의 연방 건강보험 가입자에게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기업에 대해서는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R&D) 비용 전액 공제를 허용하는 등 성장 유인책이 포함되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One Big Beautiful Bill’(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이라 자찬하고 있다.
▲경제 성장 자극 가능성 있지만, 금리 상승 압력 리스크
일부 투자자들은 부채 잔액이 이 법안에 포함된 경기 부양책의 효과를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웰링턴 매니지먼트의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 캠페 굿맨은 이번 법안이 내년 경제성장률을 최대 0.5%p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동시에 “시장 참여자들이 장기 금리 상승 리스크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F.L. 퍼트넘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수석 시장 전략가 엘렌 헤이즌은 “이 법안이 기업 이익과 주가 상승에는 기여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국채 수익률 상승과 채권 투자 매력 하락이라는 부작용도 함께 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최근 하락세를 멈추고 다시 상승세로 전환됐는데, 이는 투자자들의 재정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채권 가격이 하락하면 수익률이 상승한다.
▲시장이 나선 재정정책 견제
국제 채권 시장에서는 이른바 ‘채권 자경단(bond vigilantes)’이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정부의 무책임한 재정정책에 대해 시장이 금리 인상을 통해 경고하는 현상을 말한다.
내셔널 얼라이언스 캐피털 마켓의 앤드루 브레너는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2일 매도세는 소위 채권 자경단하는 투자자들이 시장을 맴돌고 있다는 신호"라며 "자경단은 재정적자 감축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의회가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증시엔 긍정…그러나 장기 변수는 여전
한편, 이번 법안 통과 소식에도 불구하고 미국 증시는 사상 최고치 경신을 이어갔다.
기술주 상승과 일부 무역협상 진전 소식 등이 더 큰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최근 몇 주 동안 경제 지표 둔화는 연준의 올해 금리 인하 기대감을 높여 주식과 채권에 대한 낙관론을 고조시켰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강력한 고용지표로 인해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일부 후퇴하며, 시장은 다시 불확실성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다코타 웰스의 로버트 패블릭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번 법안은 시장 전체 흐름을 좌우할 결정적 변수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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