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금융진단] 엔화 약세, 수입물가 안정인가 산업경쟁 위기인가

윤근일 기자

8일 기준 달러당 엔화 환율이 146.50엔으로 마감되며 2주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의 대일 무역 관세 강화 우려와 일본은행(BOJ)의 완화적 통화정책 지속에 따른 결과로, 엔화 약세가 다시 심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엔화-달러화

◆ 수입물가 낮추지만…수출경쟁력은 타격

엔화 약세는 한국 경제에 양면적 효과를 미친다.

우선 일본에서 수입되는 부품이나 장비 등의 가격이 내려가면 국내 기업들은 제품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 즉 원가 부담이 줄어든다.

이는 곧 제품 가격 인상 요인이 줄어든다는 의미로, 소비자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물가 상승률(CPI, 소비자물가지수)이 낮아지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 제조업의 주요 경쟁국인 일본의 가격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우리 기업의 수출 둔화와 시장 점유율 하락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자동차·기계·정밀부품 등 일본과 품목이 겹치는 업종에서 이러한 영향이 두드러질 수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엔저는 단기적으로는 물가 안정에 기여하지만, 수출 경쟁력 약화와 산업기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 단기 물가 안정 vs 장기 성장 제약, 엇갈린 경고

한국은행은 6월 금융·경제 보고서를 통해 “수입물가 하락이 단기 물가 안정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원화 대비 엔화 약세가 일본산 중간재와 자본재 수입단가를 낮춰 기업 원가 부담을 줄이고, 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CPI)에 하방 압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노무라종합연구소, 다이와연구소, 닛세이기초연구소 등 일본 민간 연구기관들은 중장기적인 파급효과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들은 엔저가 지속되면 한국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으며, 이는 국내 투자 위축, 고용 감소, 소비 둔화로 이어지는 연쇄적 충격 가능성을 경고했다.

특히 최근 도요타, 소니, 미쓰비시화학, 무라타제작소 등 일본 기업들이 글로벌 생산거점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단순한 환율 효과를 넘어 산업 구조 주도권이 일본으로 이동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엔화 약세는 단기 물가 안정이라는 긍정적인 측면과 중장기 산업경쟁력 저하라는 구조적 위험이 공존하는 이슈다. 당국의 정밀한 모니터링과 수출산업 방어 전략이 동시에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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