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자본과 석탄 수혜…실리콘밸리와 재생에너지는 '직격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한 일명 ‘Big, Beautiful Bill’(크고 아름다운 법안·BBB)이 기업 감세와 특정 산업 지원을 핵심으로 하며 미국 산업 전반에 ‘승자’와 ‘패자’를 분명히 가르는 정책 패키지로 평가받고 있다.
사모펀드와 화석연료 산업에 큰 혜택을 안겨주지만, 재생에너지 산업과 실리콘밸리의 주요 기업들에게는 타격을 입히고 있다고 9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 최대 수혜자는 민간 자본(Private Equity)
13조 달러 규모의 민간 자본 시장(PE·사모펀드)은 이번 법안 최대 수혜 업종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폐지를 약속했던 '캐리드 이자(carried interest)' 감세 특혜가 최종안에 유지되면서, 블랙스톤, 아폴로 등 대형 운용사들이 수조 원 규모의 세금을 절감하게 됐다.
캐리드 이자 조항은 거래 담당자들이 장기 자본 이득 세율로 성과 이익에 대한 세금을 납부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사모펀드 그룹들이 연간 수십억 달러를 절감하게 한다.
PE가 투자 수익에 대해 일반 소득세가 아닌 자본이득세율(더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특혜는 그대로 유지됐다.
이 법안은 부채 이자 공제를 법제화하고 이자비용, 감가상각, 무형자산 상각에 대한 세금 공제도 확대해 많은 사모펀드 지원 기업들의 세율을 낮출 것이다.
이 법안은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의 예산을 거의 절반으로 줄여 금융권 규제 부담도 경검된다.
국회는 ‘복수 세금’ 또는 처벌적 세금 체계를 가진 국가의 기업과 투자자에게 부과되는 세금 부과안을 폐기했다.
이 조치는 미국 자산 관리자들이 외국 경쟁사보다 투자자들에게 더 높은 세율을 적용받을 위험을 초래할 수 있었다. .
다만, 일부 사모대출(private credit) 상품에 대한 세금 공제는 제외되면서 관련 펀드들이 추진하던 110억 달러 규모의 세금 우대 혜택은 무산됐다.
전 미국 재무부 관리이자 현재 컨설팅 회사인 하이랜드 글로벌 어드바이저스를 운영하는 마이클 페드로니는 "사모 자산 분야에 있다면 이 법안은 매우 유리한 법안"이라며 "이 법안은 사모 자산에 대한 매우 큰 승리다"라고 말했다.
▲ 소매·식품 산업 SNAP 축소에 일부 타격, 오프라인 유통 ‘반사이익’
가장 논란이 되는 조치 중 하나는 세금 감면으로 인한 적자를 일부 상쇄하기 위해 연방 식품 지원 지출을 줄이는 것이다.
모건 스탠리에 따르면 저소득층 식비 지원 프로그램인 SNAP(푸드스탬프)의 90억 달러 삭감은 전국 식품 및 음료 지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다만 이는 전체 식품·음료 소비의 1% 미만 감소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모건 스탠리는 시장 조사 기관인 뉴머레이터(Numerator)의 자료를 인용하며, 코나그라(Conagra), 켈로그(Kellogg), 크래프트 하인즈(Kraft Heinz)와 같은 식품 회사들이 스냅 사용자 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식품 업계 단체들은 이전 법안에서 예상되었던 스냅의 추가 삭감을 막은 것은 만족스럽지만, 그 영향은 상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미 식료품점협회(National Grocers Association)의 그룹 스테파니 존슨(Stephanie Johnson) 부사장은 "저소득층 지역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부 식료품점의 경우, 스냅의 이러한 변화는 극복해야 할 큰 과제가 될 수 있다. 안정적인 스냅 혜택 덕분에 서비스가 부족한 지역에서도 매장을 계속 운영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식당들은 웨이터와 바텐더에게 지급된 팁에 대한 2만5000달러 세금 공제를 환영했다.
반면, 오프라인 유통 업계는 ‘디미니미스(de minimis) 면세 폐지’ 혜택을 누린다.
800달러 미만 해외직구 면세 혜택을 폐지함으로써 아마존, 테무, 쉬인 같은 온라인 글로벌 기업들은 불리한 반면 미국 내 소매업체는 가격 경쟁력 확보가 가능해졌다.
▲대표적인 '패자' 재생에너지·테슬라·AI
트럼프 법안은 바이든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서 제공했던 각종 청정에너지 지원책을 상당 부분 철회했다.
재생에너지 정책 변경으로 테슬라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됐다.
일론 머스크의 전기차 제조사는 배터리 판매, 초고속 충전소 네트워크 운영, 태양광 지붕 타일 시공 등을 통해 전기차 세금 혜택과 탄소배출권 판매로 막대한 수익을 얻고 있었지만, 이번 법안은 이러한 수익 기반을 약화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업들도 이번 법안의 대표적인 패자 중 하나다.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이 주도한 강력한 로비에도 불구하고, 상원은 주(州) 단위의 AI 규제를 10년간 유예하자는 제안을 부결시켰다.
이로 인해 오픈AI, 앤스로픽을 포함한 AI 기술 스타트업들은 미국 각 주별로 새로운 규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뉴욕 주의회는 이미 AI 기업들이 안전성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현재 주지사의 서명을 기다리고 있다.
반면, 캘리포니아에서는 유사한 법안이 지난 9월 주지사 개빈 뉴섬에 의해 거부됐다. 그는 해당 법안이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이유로 들었다.
한편,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SpaceX)와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Blue Origin) 등 민간 우주기업들은 이번 법안의 혜택을 입을 전망이다.
법안에는 우주발사장(spaceport)을 지방채 시장을 통해 자금조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대표적인 '승자' 방위산업, 국방예산 1조 달러 시대…‘골든 돔’ 등 대규모 투자
미국의 국방 산업은 이번 법안의 최대 수혜자 중 하나로 꼽힌다.
이미 1조 달러에 근접하던 국방부 예산에 1,500억 달러가 추가되면서 사상 최대 규모로 확대된다.
미 의회예산처(CBO)에 따르면, 추가 예산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안한 ‘골든 돔(Golden Dome)’ 미사일 방어 체계 구축에 230억 달러, 무인함정을 중심으로 한 조선 예산에 280억 달러가 포함됐다. 이외에도 포병 장비 및 탄약 확보를 위한 예산도 함께 증액된다.
‘골든 돔’ 프로젝트는 미국의 기존 미사일 방어 체계를 생산하는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 RTX 등의 대형 방산기업은 물론, 안두릴(Anduril) 같은 신흥 군수 기술 기업, 팔란티어(Palantir) 같은 정부 데이터 계약 기업에게도 혜택을 줄 것으로 보인다.
팔란티어는 이민 관련 정부 프로젝트도 수행 중이다.
조선 부문 예산은 항공모함과 잠수함을 제조하는 힐(HII)과 제너럴 다이내믹스(General Dynamics)의 자회사인 일렉트릭 보트(Electric Boat) 등 신흥 군사·데이터 기술 기업들도 수혜가 예상된다.
▲ 에너지 석탄·원전 ‘부활’…태양광·풍력은 역풍
법안 막판에 포함된 석탄업계 지원 조항은 의외의 승자로 꼽힌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산업을 급증하는 전력 수요 충족과 제조업 복귀에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철강 생산에 사용되는 금속용 석탄 생산업체들은 2029년까지 세금에서 비용의 2.5%를 환급받을 수 있게 됐다.
중국의 가격 덤핑과 시장 왜곡 문제를 이유로 들어 지원이 확대됐다.
트럼프 정부는 이를 에너지 안보 및 제조업 회귀를 위한 ‘전략 자원’으로 규정했다.
라마코 리소스(Ramaco Resources)의 랜달 앳킨스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의 조치에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일부 무탄소 에너지원은 수익성이 높은 세액 공제 혜택을 유지했다.
청정 에너지 벤처 캐피털 펀드인 38 노스 벤처스(38 North Ventures)의 아이작 브라운은 "지열, 수력, 원자력이 이 법안에서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많은 태양광 및 풍력 프로젝트는 투자 및 생산 세액 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됐다.
반면, 배터리 제조업체는 미국산 부품 비율 요건이 강화되면서 세제 혜택을 받기 더 어려워졌고, 공급망 재편 비용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세제 혜택은 9월 이후 폐지되며 주택용 태양광, 히트펌프 설치에 대한 세액 공제는 올해 이후 축소될 예정이다.
이 법안으로 건설업체 파산이 잇따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23년 재무부는 이 세액 공제를 통해 84억 달러를 지급했다고 발표했다.
노튼 로즈 풀브라이트의 거래 전문 변호사 키스 마틴에 따르면, 배터리 제조업체는 2033년까지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세액 공제 자격을 얻으려면 미국산 소재 부품의 비중이 높아야 한다는 새로운 규정으로 인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 상위 1% 명문대학에 ‘투자 수익세’ 부과
이번 법안으로 인해 미국 내 자산 규모가 큰 일부 명문대학들은 상당한 세금 부담 증가를 겪게 될 전망이다.
연간 학생 1인당 기부금 자산이 200만 달러 이상인 부유 대학들은 최대 8%의 투자수익세를 납부하게 된다.
웰슬리 칼리지(Wellesley College)의 필립 레빈 경제학자는 이 세금이 적용될 대학이 약 16곳에 불과할 것으로 추산했으며, 하버드대(Harvard University)가 연간 2억6700만 달러(약 3600억 원)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분석했다.
레빈 경제학자는 또한 이번 법안이 학생 대출 제도 개편, 연방 의료·영양 지원 예산 삭감 등과 맞물리면서, 공립대학들에 대한 주정부 지원 예산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진단] 미 증시, 지정학 완화·빅테크 반등에 상승](https://images.jkn.co.kr/data/images/full/982892/image.jpg?w=288&h=168&l=50&t=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