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최근 TSMC에 AI용 H20 칩셋 30만 개를 추가 발주했다고 29일(현지 시각) 두 소식통은 밝혔다.
이는 당초 기존 재고만으로 수요를 충족하려던 전략에서 선회한 결정으로, 중국 시장의 예상외로 강한 수요가 판단을 바꾼 결정적 배경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발주는 미국 정부가 4월 금지했던 H20 칩의 대중국 수출을 일부 재허용한 이후 나온 첫 대형 물량으로, 미중 기술 규제 환경 속에서의 민감한 전략적 행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H20 칩의 전략적 성격: 낮은 사양이지만 ‘핵심 생태계 연결고리’
H20은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 전용으로 개발한 제품이다.
최신 H100 또는 블랙웰 시리즈 대비 연산 성능은 떨어지지만, 여전히 AI 모델 운용에 충분한 성능을 제공하며 엔비디아 소프트웨어 생태계와 호환되는 점에서 중국 기업들의 수요가 높다.
특히 중국 내 AI 시장 확장과 함께, 화웨이 등 자국 기업들의 GPU 대체재의 성능이 아직 미진하다는 점이 H20에 대한 실질적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
▲생산 재개는 아직 '시차'…그러나 준비는 착착
이날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이미 60만~70만 개의 H20 재고를 보유한 상태였고, 2024년 들어 중국에 약 100만 개를 판매한 것으로 집계된다.
그러나 이번 30만 개 추가 주문은 공급망 재가동 가능성에 대한 선제 대응으로 해석된다.
젠슨 황 CEO는 베이징 방문 당시 “H20 주문량에 따라 생산 재개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언급했으며, “공급망 재가동에는 약 9개월이 필요하다”라고도 밝혔다.
이는 단기간 내 공급이 쉽지 않음을 인정하면서도, 중국 수요가 충분할 경우 생산을 재개하겠다는 유연한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황 CEO의 발언 직후, 엔비디아는 고객들에게 “현 재고는 한정되어 있으며, 신규 생산 계획은 없다”라고 밝혔지만, 이후 진행된 추가 발주는 실질적인 수요 증가에 따른 전략 수정으로 평가된다.
▲미국 정부의 수출 라이선스 지연
엔비디아는 H20 칩 수출을 위해 미국 상무부로부터의 수출 허가(Export License)를 받아야 하며, 현재까지 공식 승인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7월 중순 비공식적으로 '곧 승인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받았지만, 현실적으로는 정치적 고려에 따라 승인 일정이 불확실하다.
이번 수출 허용은 미중 간 희토류 자석 수출 제한을 둘러싼 협상의 일환으로 해석되며, AI 칩 수출을 일종의 협상 카드로 사용한 미국 정부의 전략적 유연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는 미 의회에서 초당적인 비판을 불러일으켰고, 일부 의원들은 “중국에 AI 연산 능력을 제공하는 행위는 기술 주도권을 위협한다”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내 생태계 유지 전략…화웨이로의 이탈 방지 의도도
엔비디아와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의 개발자들이 엔비디아 생태계를 완전히 떠나 화웨이 등 대체 GPU로 옮겨가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연결 유지’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4월 수출 금지 전,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등 중국 대표 IT 기업들은 딥시크의 저가형 AI 모델과 자체 모델을 활용하며 H20 주문을 대거 늘린 바 있다.
엔비디아 제품에 대한 중국 내 선호는 밀수된 고사양 GPU 수리 수요가 급증한 현상에서도 드러난다.
이는 공식 공급이 차단되었음에도 비공식 경로를 통한 수요는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을 반증한다.
황 CEO는 수출 금지로 인해 55억 달러 규모의 재고를 상각해야 했고, 잠재적인 판매 손실액은 150억 달러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엔비디아의 이번 H20 추가 발주는 단순한 수요 반응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미국 정부의 규제를 준수하면서도 중국 시장을 포기하지 않기 위한 전략적 균형 행보인 동시에, 자사 생태계를 중국에서 유지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기도 하다.
엔비디아는 미국의 수출 규제를 준수하면서도 세계 최대 AI 시장 중 하나인 중국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H20 칩의 수출 면허 승인 여부와 그에 따른 생산 재개 여부가 엔비디아의 중국 시장 전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금융진단] 미 증시, 지정학 완화·빅테크 반등에 상승](https://images.jkn.co.kr/data/images/full/982892/image.jpg?w=288&h=168&l=50&t=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