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정책 톺아보기] 방목 흑염소 활 사냥한 포획단…제도 허점 드러났다

김영 기자

양궁 동호회원과 유해야생동물포획단 합동 사냥…1년간 14마리 피해

부산의 야산에서 사육 중인 흑염소를 양궁 동호회원들과 유해야생동물포획단원이 활과 올무로 사냥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1년 가까이 계획적으로 고기를 나눠 갖는 방식으로 사냥을 이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포획 허가증이 ‘면죄부’처럼 악용된 가운데, 포획단 제도의 구조적 허점과 민간 동호회와의 경계 모호성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흑염소 사냥에 쓴 화살
▲ 흑염소 사냥에 쓴 화살 [연합뉴스 제공]

◆ 1년간 이어진 조직적 사냥

28일 경찰에 따르면, 부산 강서구 가덕도 외포항 인근 야산에서 흑염소 사냥이 이뤄진 시기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약 1년에 달한다. 이 지역은 주민들이 축사를 지어 방목 사육 중이던 가축 사육지로, 야생이 아닌 분명한 사유 재산권 보호 대상이다.

양궁 동호회원 9명은 고성능 레저용 활인 ‘컴파운드 보우’를 사용해 염소를 사냥했으며, 일부 화살촉은 살상력을 높이기 위해 임의로 개조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다수 인원이 함께 이동하며 포획 작업을 했고, 획득한 고기는 나눠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 참여한 유해야생동물포획단원 2명은 올무를 설치해 염소를 잡았다. 이들은 도축 도중 주민에게 적발되자 해안 절벽을 기어오르거나 수영으로 도주를 시도하기도 했다. 경찰은 현재 동물보호법과 상습 절도 혐의 등으로 이들을 수사 중이며, 추가 범행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

◆ 포획단원, 허가증으로 ‘탈법 포획’

포획에 참여한 2명은 지자체로부터 유해야생동물포획단 자격을 부여받은 공식 단원이다. 포획단은 본래 멧돼지, 고라니 등 유해야생동물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줄이기 위한 행정 대응책으로,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가 운영 중이다. 해당 단원들은 정식 허가를 받았지만, 포획 대상과 활동 구역이 모두 법적 허용 범위를 벗어난 사례로 확인됐다.

사육 중인 가축은 야생동물이 아닌 만큼, 포획 허가증의 효력이 미치지 않으며, 민간 사냥 동호회원과의 공모 역시 제도 취지와는 전혀 무관한 행위다. 사적 포획을 공적 권한으로 포장한 이번 사례는 동물보호법, 형법상 절도, 총포류 오남용 방지 규정 위반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 레저용 활, 제도 밖의 장비

이들이 사용한 컴파운드 보우는 경찰청의 총포·도검·화약류 관리법상 관리 대상에서 제외되는 장비로, 구매나 사용에 별도의 허가가 필요 없다. 이에 따라 일반인의 접근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며, 개조도 쉽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동호인들이 레저용 활을 사냥에 악용할 경우, 기존 총기 규제 체계로는 대응이 어려운 한계가 있다. 경찰청은 현재 개조된 활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총포류’로 판단할 수 있지만, 사전 규제나 사용 통제는 제도화되어 있지 않다.

◆ 민관 혼재 구조가 만든 관리 사각

유해야생동물포획단 제도는 민간 자원봉사자 중심으로 운영되는 구조이며, 지자체별로 위촉 기준·관리 강도에도 차이가 있다. 일부 지자체는 포획단원에게 연간 정기교육을 실시하지만, 실질적인 현장 통제나 활동 보고가 의무화된 구조는 아니다.

포획단과 민간 동호회원의 협업 역시 법적·제도적 장치 없이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사적 사냥 행위가 포획단 활동으로 오인되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 이번 사건은 그 대표적 사례다.

◆ 제도 개선은 ‘법령 정비’부터

전문가들은 유해야생동물포획단 제도의 구조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포획단원에 대한 정기적인 법률 및 윤리 교육을 제도화하고, 활동 내역을 주기적으로 점검·기록하는 사후 모니터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고성능 활이나 개조된 화살촉 등 장비에 대해서도 등록 절차와 사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관리 사각지대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또한 포획단원이 민간 동호회원과 협업해 활동할 경우, 지정된 포획 구역 외에서의 사냥을 명백히 금지하는 법적 조항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아울러 사육 동물과 야생동물 사이의 법적·행정적 구분 기준이 현장에서 명확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 둘의 법적 지위 차이에 기반한 포획 허용 기준을 재정립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요약:
부산 강서구 야산에서 양궁 동호회원들과 유해야생동물포획단원이 함께 사육 중이던 흑염소를 활과 올무로 1년에 걸쳐 사냥한 사건이 드러났다. 이들은 개조된 장비를 사용하고, 포획 허가증을 악용해 동물보호법과 형법상 절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해당 사건은 유해야생동물포획단 제도의 관리 사각지대와 민간인 협업의 위험성을 보여주며, 교육·장비관리·법령 정비 등 전면적인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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