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 20년간 꾸준히 상승해 2025년 1분기 기준 GDP 대비 90.3%에 도달했다.
그러나 5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보고서에서 수년 내 가계부채가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 회복 때문이 아니라 인구구조 변화라는 구조적 요인이 핵심이다.
▲청장년층 감소와 고령화, 부채 수요 줄인다
KDI 분석에 따르면 향후 가계부채 흐름은 청장년층 인구 감소와 고령층 비중 확대가 결정적이다.
청장년층은 상대적으로 낮은 주택 보유율과 긴 잔여수명으로 인해 대규모 주택 차입을 감행하며, 부채를 상환하면서 실물자산을 축적한다.
반면, 고령층은 이미 주택을 보유한 상태에서 금융자산 중심의 저축을 확대하며 부채를 줄인다.
청장년층 비중이 줄고 고령층이 늘면, 부채를 새로 일으킬 필요가 줄어들어 자연스럽게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된다.
KDI 모형에 따르면 청장년층 비중 1%p 감소와 고령층 1%p 증가는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약 1.8%p 낮춘다.
▲가계부채 수년 내 정점 후 추세적 하락 국면 전환
KDI는 장기 시뮬레이션을 통해 가계부채 비율은 수년 내에 정점을 통과하며 추세적 하락 국면으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은 2070년까지 6.4세(84.5세 → 90.9세)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약 29.5%p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반면, 같은 기간 고령화의 심화에 따른 연령대별 인구구성 변화는 가계부채 비율을 약 57.1%p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KDI는 2070년 가계부채 비율이 현재보다 약 27.6%p 낮추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변화는 경기 요인이 아닌 인구구조 요인에서 비롯된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청장년층의 일인당 부채는 증가한 반면, 고령층의 부채는 감소하는 흐름을 보였다.
가계부채 비율은 잔여수명이 증가할수록 상승하고, 노년부양비가 증가할수록 하락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며, 이는 인구구조 변화가 가계부채 증감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가계부채 관리 전략은?
그동안 가계부채 관리는 총량 억제에 초점을 맞췄다. 대출 총량을 정해 금융기관의 신규 대출을 제한하거나, LTV·DTI 같은 비율 규제를 통해 부채 증가 속도를 제어했다.
하지만 KDI는 이러한 방식이 시장 왜곡과 조정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계부채 상당 부분은 청장년층의 생애주기적 주택 구매, 고령층의 금융자산 축적 등과 같은 자연스러운 구조적 행태에서 발생했다.
이를 과도하게 억제하면 주거 안정과 소비 패턴에 불필요한 충격을 줄 수 있다고 KDI는 말했다.
KDI는 앞으로의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상환능력 중심의 금융정책을 강조했다.
차주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강화하되 각종 예외 조항을 점진적으로 축소해 제도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KDI는 제언했다.
게다가 부채 증가의 배경에는 금융만이 아니라 노동시장 구조도 있다.
기대수명은 늘어났지만 퇴직 연령은 정체되어 있는 상황에서 중장년층은 불안정한 일자리에 몰리며 자산 축적 동기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KDI는 직무·성과 중심의 유연한 임금체계 도입이 중장년층의 고용 안정과 부채 증가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과도한 정책금융 공급과 고보증·저보증료 구조는 부채를 확대시킬 가능성이 크다.
보증 비율과 보증료를 시장 리스크에 맞게 조정하고 취약계층만 선별 지원해 정책금융의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결국 우리나라 가계부채 문제는 단순한 금융 규제의 문제가 아니라 인구구조와 노동시장, 자산 축적 행태가 얽힌 구조적 문제다.
단기적 총량 억제보다 장기적 구조 변화에 대응한 정책 설계가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와 금융시장 건전성 확보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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