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글로벌 경제 시선] 인도-美 통상·러시아산 원유 갈등… 20년 외교성과 위협

장선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도에 대한 통상 및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둘러싼 갈등이 20여 년간 쌓아온 양국 관계 전반에 파장을 낳고 있다.

양국 모두 내정상의 정치적 압박을 받고 있어, 갈등 완화보다는 입장 강경화로 흐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7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미-인도 무역과 석유가 불러온 충돌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문제 삼으며, 기존 25% 관세에 더해 추가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는 인도 내 야당과 국민 사이에서 "트럼프의 강압에 맞서야 한다"라는 여론으로 번졌으며, 모디 총리가 미국의 '괴롭힘'에 굴복하지 말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인도는 미국과의 전략적 관계에서 중요한 동반자였지만, 대미 무역흑자와 러시아와의 친밀한 관계가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표적이 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파키스탄산 석유를 수입하라”고 조롱한 발언은 인도 정부에 큰 불쾌감을 줬다.

▲‘이중잣대’ 비판과 인도의 반발

인도 정부는 미국이 자국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만 비판하면서도, 미국 자신은 러시아산 우라늄, 팔라듐, 비료를 계속 수입하는 데 대해 “이중잣대”라고 비난했다.

인도는 새 관세를 “부당하고, 정당하지 않으며, 이유 없는 것”이라며 국가 이익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처럼 희토류 같은 전략적 자원이 없는 인도는 미국과의 충돌을 지속할 경우 오히려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미-인도 관계, 1998년 이후 최악?

분석가들은 이번 사태가 미-인도 관계를 1998년 미국의 인도 핵실험 제재 당시 수준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애슐리 텔리스는 “모디는 트럼프의 압박에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줄이겠지만, 대외적으로는 그렇게 보이길 원치 않을 것”이라며 “외교적 진전 25년이 무너질 위기”라고 평가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최근 인도 국영 정유사들이 미국의 압력과 러시아산 원유 할인폭 축소 등으로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중단하기 시작했다.

트럼프와 모디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트럼프의 정치 기반과 인도의 이해 상충

분석가들은 기술 전문가를 위한 취업 비자와 서비스 아웃소싱 같은 핵심 사안에서 인도의 우선순위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 간에 뚜렷한 견해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은 인도와 관련된 주요 정책인 H1B 비자, 아웃소싱, 기술 이전 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한때 인도가 미국 정보기술(IT) 노동자 비자, 아웃소싱 혜택을 크게 봤지만, 미국 내 일자리 감소와 맞물려 정치적 쟁점화되는 분위기다.

에번 파이겐바움 전 국무부 관리는 “인도 문제가 미국 내에서 정파적이고 민감한 정치 이슈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양국 관계는 과거에도 위기를 겪었다.

2008년 민간 원자력 협력 이후 정보공유, 군사협력, 미-일-호주와 쿼드(Quad) 등 인도태평양 안보협력까지 이어진 양국 관계는 최근 잇단 마찰로 타격을 입고 있다

2023년 말, 미국 내 시크교 분리주의 지도자 암살 미수 사건에 인도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외교 마찰이 있었다.

또한, 인도인 불법 체류자들이 군용기로 강제 송환되며 수갑과 족쇄를 찬 채 사진이 공개된 사건은, 모디 총리의 대미 방문 직전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수크 데오 무니 전 인도 외교관은 "최근 인도 정부와 모디의 미국 내 신뢰도는 크게 하락했다"며 "미국이 인도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앞으로 인도가 국익을 지키는 데 많은 도전이 따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BRICS와 러시아로 눈 돌리는 인도

미국과의 마찰이 깊어지자 인도는 러시아나 중국 등 대안 파트너와의 외교도 병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브라질, 러시아, 중국, 남아공이 포함된 브릭스(BRICS), 아프리카연합 등과의 협력 강화가 그 예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올해 인도 방문을 앞두고 있으며, 양국은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 강화를 논의 중이다.

중국과도 오랜 긴장 관계 이후 다시 외교 채널을 열고 있으며, 모디 총리는 2018년 이후 처음으로 중국 방문을 앞두고 있다.

알렉세이 자하로프 ORF 분석가는 "러시아는 미-인도 갈등을 활용해 인도-러시아-중국 3국 협의체 복원 등 새로운 제안을 내놓을 것"이라며 "인도 역시 미국-러시아 제재 등 현실적 조건을 감안해 트럼프 행정부와 절충점을 찾으려 애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인도-미국 간 갈등을 틈타, 러시아-인도-중국 삼각 협력체 부활 및 방산 프로젝트 재개 등을 제안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인도는 대러 제재 등 국제 환경을 고려해 미국과도 타협점을 찾으려 할 것이다.

동시에,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와 같은 구조적 요인을 고려하며 트럼프 행정부와 타협점을 찾으려는 노력도 병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인도-미국 간 통상 및 에너지 갈등은 단순한 경제 문제를 넘어, 지정학적 전략, 내정 정치, 외교 관계 등 다차원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압박이 불필요한 위기를 초래해 인도와 미국이 25년간 쌓아온 신뢰와 협력의 토대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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