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美 그리어 대표 '턴베리 체제' 추진…글로벌 통상 질서 대전환 예고

장선희 기자

-그리어 USTR 대표 브레턴우즈에서 ‘턴베리’로…새로운 질서의 부상

미국무역대표부(USTR)의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는 8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 기고에서 "기존 통상 체제는 중국과 같은 국영기업 중심 경제에 유리하게 설계돼 미국 제조업 기반이 약화됐다"고 비판하며, 새로운 무역 시스템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를 ‘트럼프 라운드(Trump Round)’로 명명하고, 양자주의 기반의 공정무역 시스템 구축을 주요 방향으로 제시했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5월 스코틀랜드 턴베리 리조트에서 EU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과의 회동을 통해 새로운 통상 프레임워크를 언급했다. 이 회동은 비공식 논의였으나, 미국-EU 간 양자 무역 재편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브레턴우즈에서 턴베리로: 국제 질서의 대전환

NYT에 따르면 그리어 대표는 “1944년 브레턴우즈에서 시작된 세계 경제 질서는 80년 가까이 지속되었지만, 오늘날의 도전에 적합하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WTO 체제가 중국과 같은 국영기업 기반 경제에 유리하게 작용하면서, 미국 내 제조업 쇠퇴와 경제적 불균형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배경 속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스코틀랜드의 턴베리 리조트에서 EU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과 새로운 양자 협정 체결을 이끌어냈다.

이는 불명확한 다자체제를 넘어 각국의 명확한 국익을 중심으로 구성된 "공정하고 균형 잡힌 합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리어 대표
[AP/연합뉴스 제공]

▲관세, 보호무역 수단에서 산업전략 도구로

기존 국제 통상 체제는 관세를 무역 장벽으로 간주하며 규제해왔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핵심 산업 보호를 위한 정당한 수단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수십 년간 외국산 제품의 유입을 허용하며 자국 시장을 개방해 왔고, 그 결과 막대한 무역적자와 산업 공백을 초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플로리다 연설에서 “무역적자는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이라며 철강·자동차 등 핵심 산업군에 대한 관세 인상 의지를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이후 공화당 내 주요 인사들의 지지를 얻으며 정책 기조로 강화됐다.

그리어 대표 "트럼프 라운드는 인도네시아, 한국, 베트남 등 여러 국가와의 협상을 통해 구체적인 성과를 거뒀다"라고 말했다.

그는 "인도네시아는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의 99.3%를 인하하는 대신, 미국 수출품에는 19%의 관세를 부과키로 했으며 한국은 미국 자동차 기준을 수용하고, 베트남은 전면적인 관세 인하 및 비관세 장벽 철폐에 합의했다"라고 말했다.

그리어 대표는 "이들 국가는 핵심 공급망의 신뢰성과 안전성 확보를 위한 경제 안보 협력에도 동의했으며, 강제 노동 근절과 환경 기준 준수에 대해서도 강력한 약속을 했다"라며 "WTO의 느린 분쟁 해결 절차와 달리, 트럼프 체제에서는 약속 불이행 시 즉각적인 관세 부과 등 실질적 제재가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브레턴우즈 체제가 자리를 잡는 데 50년이 걸렸다면, 트럼프 라운드는 시작 130일 만에 구체적 틀을 갖추고 있다.

그리어 대표는 “이제 우리는 단순한 무역 협정이 아닌, 제조업 재건과 국가 안보 강화라는 거대한 전환점에 있다”라며 “턴베리 시스템은 단순한 정책 변화가 아닌 새로운 글로벌 경제 질서의 탄생”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 “국제 규범 무력화 우려”

국제무역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세가 다자주의 통상 질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 내 일부 경제학자들도 인플레이션 장기화 가능성, 수입 소비재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트럼프의 보호무역 재도입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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