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미국, 엔비디아·AMD 중국 AI 칩 매출 15% 부과

장선희 기자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와 AMD에 대해 인공지능(AI) 반도체의 중국 판매 수익 중 15%를 미국 정부에 납부하도록 합의했다고 10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엔비디아의 'H20' 칩 등 첨단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을 허가하는 조건으로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큰 파장을 낳고 있다.

▲협상의 배경은?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H20 칩의 중국 판매를 중단시켰으나, 지난달 엔비디아가 판매 재개를 발표했다.

이어 지난 금요일 미국 상무부는 H20 칩의 중국 판매 허가를 발급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 대변인은 "우리는 전 세계 시장에 참여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정한 규정을 따른다"라며, H20 칩의 중국 수출 재개에 대한 기대를 표명했다.

▲'수익 분할'의 의미와 파장

파이낸셜 타임즈(FT)가 처음 보도한 이번 합의는 수출 허가를 받는 조건으로 반도체 판매 수익의 일부를 정부에 납부하는, 전례 없는 조치로 평가된다.

이 합의는 엔비디아의 H20 칩뿐만 아니라 AMD의 'MI308' 칩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 D.C.의 싱크탱크인 신미국안보센터(Center for New American Security)의 제프 거츠 선임 연구원은 "이는 상식적이지 않다. H20 칩의 중국 판매가 국가 안보 위협이라면 애초에 팔지 말았어야 하고, 위협이 아니라면 왜 추가적인 벌금을 부과하는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하워드 루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달 CNBC 인터뷰에서 AI 칩 판매 재개는 희토류 확보를 위한 중국과의 협상 과정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기업들이 미국 기술을 계속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미국의 이익이며, 비록 가장 첨단 기술은 금지되더라도 '미국 기술 스택(tech stack)'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엔비디아
▲ 엔비디아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수익 규모와 미래 전망은?

중국은 엔비디아와 AMD 모두에게 중요한 시장이다.

지난 회계연도에 엔비디아는 전체 매출의 13%에 해당하는 170억 달러를 중국에서 창출했으며, AMD는 전체 매출의 24%인 62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번 합의가 어떻게 시행될지, 그리고 미국 정부가 이 수익금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 정책에서 '거래적' 접근 방식을 선호하는 경향과 일치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장기적으로 중국의 반도체 자립 노력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칩 제조업체들에게 새로운 '지정학적 통행세(geopolitical toll)'를 부과함으로써, 미국은 자국 기술의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중국이 자체적인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도록 강력하게 유도하는 역설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 측은 H20와 동급 칩의 판매가 국가안보를 훼손한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시행 시기와 징수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상무부 자문관을 지낸 알래스데어 필립스-로빈슨은 "이 보도가 정확하다면, 행정부가 국가 안보 보호를 재무부의 세수 확보를 위해 희생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이번 합의는 미국이 첨단 기술을 완전히 차단하는 대신, 제한적 허용과 수익 환수라는 절충안을 택한 사례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 접근법이 장기적으로 미국의 기술 우위를 유지하는 전략인지, 아니면 단기적 협상 카드에 불과한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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