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미국, 삼성·SK하이닉스 'VEU 지위 철회' 영향은?

장선희 기자

 -“기존 시설 유지 허용하되, 확장 및 기술 업그레이드는 불허”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미국산 장비 수급을 어렵게 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이는 2022년부터 시행 중인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 통제 강화 정책의 연장선이다.

31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그동안 예외적으로 허용해왔던 ‘특별 승인(authorization)’을 철회함으로써, 두 한국 기업은 이제부터 미국산 장비 도입을 위해 별도의 수출 허가(license)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반도체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VEU 지위 철회 의미는?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29일 두 회사가 중국 내 공장에서 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를 받기 위해 부여받았던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지위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2022년 미국은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을 엄격히 제한하는 규제를 발표했습니다. 당시 한국 기업의 중국 공장은 이 규제의 적용을 한시적으로 유예받았다.

이번 조치로 SK하이닉스와 삼성은 더 이상 이 유예 혜택을 누릴 수 없게 되며, 앞으로는 중국 공장으로 미국산 장비를 들여오려면 개별적으로 수출 허가를 신청해야 한다.

상무부는 성명을 통해 기존 공장 운영에 필요한 장비에 대해서는 허가를 내줄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생산 능력 확장이나 기술 업그레이드를 위한 장비에는 허가를 내주지 않을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 규제는 120일 후 발효된다.

SK하이닉스 [연합뉴스 제공]
SK하이닉스 [연합뉴스 제공]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SK하이닉스는 "한국과 미국 정부 양쪽과 긴밀히 소통하며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에 DRAM 공장, 다롄에 낸드 플래시 공장 등을 보유하고 있다.

기술 고도화 제한 시 경쟁력 유지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 플래시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기술 투자가 어려워질 경우 차세대 제품 생산 능력 저하가 우려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0일 미국 상무부에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안정을 위해 우리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 내 안정적인 사업 운영이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그간 미국 상무부와 VEU 제도의 조정 가능성에 관하여 긴밀히 소통하여 왔으며, 우리 반도체 기업의 원활한 중국 사업장 운영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에 있어 중요함을 미국 정부에 대해 강조해 왔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VEU 지위가 철회되더라도 우리 기업들에 대한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미국 정부와 계속해서 긴밀히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삼성전자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금융 시장 반응은?

1일 SK하이닉스 주가는 5% 급락했으며, 삼성전자 주가는 2.6% 떨어졌다.

두 회사에 부품을 납품하는 국내 협력사들도 타격을 입어 하나마이크론은 2.2%, 한미반도체는 4.8% 하락했다.

애널리스트들은 SK하이닉스 DRAM 및 NAND 생산량의 30~40%가 중국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중국에 NAND 생산기지만 두고 있어 SK하이닉스에 비해 영향이 적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 규모 역시 전체 생산량의 3분의 1에 달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1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의 류영호 수석 애널리스트는 "두 회사가 신규 생산 라인과 공정을 주로 한국에 계획해왔기 때문에 단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이번 조치가 중국에 대한 생산 의존도가 낮은 미국 마이크론 같은 경쟁사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또한 미국 장비가 적시에 확보되지 않을 경우, 두 회사가 중국 내 사업 운영을 안정화하기 위해 중국 장비 제조업체와의 파트너십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이번 조치는 미국 반도체 장비 업체인 KLA, 램리서치,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의 대중국 매출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이 소식이 전해진 후 해당 기업들의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칩 워(Chip War)'의 저자 크리스 밀러는 "이번 조치로 중국에 시설을 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더 발전된 칩을 계속 생산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중국이 "미국의 조치에 반대"하며 "기업의 합법적인 권익을 단호히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으로는 중국 현지 장비 업체들이 한국 기업의 장비 공급 공백을 메우며 수혜를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메모리 칩 시장에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경쟁 상대인 미국 마이크론 역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밀러는 만약 미국이 중국 기업인 YMTC와 CXMT에 대한 추가 규제 없이 이번 조치를 단행한다면, "한국 기업들을 희생시키면서 중국 기업들에게 시장 공간을 열어주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삼성과 SK하이닉스는 중국 내 기반 시설을 활용해 글로벌 수요에 대응해 왔지만, 미국의 이번 조치로 생산 유연성과 투자 확대에 제약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 달간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기업들의 대중국 수출 허가 신청이 대규모로 적체되어 있었던 상황에서 이번 VEU 지위 박탈 조치가 더해지며, 미·중 간의 기술 패권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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