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글로벌 경제 시선] 중·러 에너지 외교, 트럼프의 에너지 전략에 도전

장선희 기자

-중국-러시아, '시베리아의 힘 2' 파이프라인 건설 MOU 체결
-중국 러시아 의존도 증가 우려

이번 주 베이징에서 진행된 중·러 정상 간 외교 행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던 미국의 에너지 패권 전략에 대한 실질적 도전으로 평가된다.

4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 기념 군사 퍼레이드에서 나란히 모습을 드러내며 군사적·외교적 유대 관계를 과시했다.

중국은 단순한 상징을 넘어 실질적 행동에 나섰다.

러시아 국영 가스 기업 가즈프롬(Gazprom)은 '시베리아의 힘 2' 파이프라인 건설을 위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총 2,600km에 달하는 이 프로젝트는 10년 넘게 진전을 보지 못했으나, 이번 합의로 재가동됐다.

▲ 중국, 기존 '시베리아의 힘' 가스 수입도 증대

가즈프롬에 따르면 중국은 기존 '시베리아의 힘' 파이프라인을 통한 연간 수입량을 380억㎥에서 440억㎥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한, 러시아 사할린에서 공급되는 또 다른 파이프라인을 통한 공급량도 연간 20% 증가한 120억㎥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중·러 간 에너지 협력이 양국의 전략적 파트너십 심화와 미국에 대한 공동 대응 차원임을 시사한다.

▲ 가격·수요·전략 모두 불확실…중국의 딜레마

'시베리아의 힘 2' 프로젝트는 아직 가스 가격에 대한 양국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중국이 해당 물량을 실제로 필요로 할지도 불투명하다.

에너지 경제 및 금융 분석 연구소(IEEFA)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최근 몇 년간 미국을 포함한 여러 LNG(액화천연가스) 생산국들과 2030년까지 연간 약 500억㎥ 규모의 장기 LNG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IEEFA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중국의 국내 가스 생산량이 28% 증가하여 2,464억㎥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따라서 중국이 러시아산 가스를 추가로 수입할 실질적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 러시아 의존도 급증…중국의 에너지 전략과 충돌 우려

더 큰 문제는 전략적 측면이다.

에너지 전략 차원에서 러시아가 중국의 최대 천연가스 공급국이 되는 상황은 중국 입장에서 새로운 위험 요인이다.

2024년 기준, 러시아는 중국 가스 수입의 22%를 차지했다.

기존 계약만으로도 러시아 의존도는 25%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시베리아의 힘 2를 통한 500억㎥ 추가 공급이 현실화될 경우, 러시아 공급 비중은 사실상 두 배로 확대된다.

이는 중국이 오랜 기간 추구해온 수입 다변화 전략과 상충한다.

시진핑과 푸틴
[AFP/연합뉴스 제공]

▲ 에너지보다 중요한 건 정치…중·러 정상의 의지

하지만 전략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 프로젝트를 정치적으로 성공시키려는 정치적 의지가 더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에게 이 합의는 방대한 천연가스 매장량에 대한 장기적인 시장을 제공한다.

특히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최대 가스 시장이었던 유럽이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를 줄이기 시작하면서 이는 더욱 중요해졌다.

중국은 미국과의 경제 패권 경쟁 속에서 대체 수입원을 확보하고, LNG 시장에서 미국 의존도를 줄이는 수단으로 러시아 가스를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최근 중국이 미국 제재 대상인 러시아 북극 LNG 2 프로젝트의 첫 화물선을 수입한 점도 트럼프의 대러시아 고립 전략에 대한 공개적 반발로 해석된다.

이는 모스크바를 고립시키고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푸틴을 압박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도를 무력화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아직 이에 대해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푸틴의 방중을 며칠 앞두고 이뤄진 LNG 선박 도착은 우연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 에너지 외교의 신냉전…미·중 갈등 격화 가능성

중국과 러시아 간 가스 협력 강화는 단순한 공급 계약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중국에겐 대미 협상 카드이자 대러 전략 파트너십 심화, 러시아에겐 유럽 대체 시장 확보, 결국 이는 미국 주도의 에너지 질서 도전으로 해석된다.

이는 에너지 외교가 지정학적 전략의 일환으로 변모하는 신냉전 구도를 반영하며, 향후 미·중 갈등의 또 다른 불씨가 될 가능성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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