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트럼프, 특허 의약품에 100% 관세 부과…韓 제약사 타격 우려

장선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하면서 한국 제약업계에도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미국 시장은 한국산 의약품의 주요 수출국으로, 현지 생산기지 보유 여부에 따라 기업별 타격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달 1일부터 미국 내에 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있지 않은 기업이 수입하는 브랜드 또는 특허 의약품에 대해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입니다.

26일(현지 시각_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국에 공장 건설을 시작했거나 건설 중인 회사의 의약품 수입에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산업별 고율 관세 연쇄 조치

이번 발표는 의약품 외에도 여러 산업에 대한 새로운 관세 조치 중 하나다.

수요일부터 수입되는 대형 트럭에는 25%, 주방 캐비닛 및 욕실 세면대에는 50%, 가구류에는 30%의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구축하기 시작한 관세 체제를 급속히 확장하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이날 CNBC에 따르면 상무부의 최근 조사로 인해 수술용 마스크, N95 마스크, 장갑, 주사기와 바늘을 포함한 기타 의료 소모품 등 개인 보호 장비가 관세 인상 대상이 될 수 있는 품목이 확대했다.

상무부는 "처방약, 일반 의약품, 생물학적 제제, 특수 의약품과 같은 의약품은 별도의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제공]

▲ 행정부의 권한 강화와 정치적 배경

이번 발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 어느 대통령보다도 행정 권한을 강화하는 시점에 나왔다.

관세 부과 소식이 공개되자마자 트럼프의 오랜 정치적 적수인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이 위증 혐의로 기소되는 등, 트럼프 행정부의 광범위한 행정력 행사가 주목받고 있다.

▲ 세부 내용 및 업계 파장

발표된 계획은 구체적인 세부 사항이 부족하며, 미국에 생산 시설을 둔 다국적 제약회사에는 광범위한 면제가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머크(Merck.)와 일라이 릴리(Eli Lilly & Co.)와 같은 대형 제약사들은 전 세계에 제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생명공학협회(BIO)에 따르면 미국 생명공학 기업의 약 90%는 승인된 제품의 절반 이상을 수입 부품에 의존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AP/연합뉴스 제공]

▲ 아시아 금융시장 타격…제약주 하락세 뚜렷

관세 발표 이후 아시아 금융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일본, 호주, 한국 주식시장은 모두 하락 출발했으며, 특히 아시아 제약주들이 일제히 급락세를 보였다.

미국 S&P 500 선물 지수는 관세 발표 직후 상승 폭을 일부 반납했다.

▲ 국가안보 명분의 232조 활용…자동차·철강·반도체로 확대

이번 관세는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부과된다.

이 조항은 수입품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의회의 승인 없이도 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허용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같은 조항을 이용해 자동차, 철강, 알루미늄, 구리 등에 대한 관세를 도입한 바 있으며, 앞으로 반도체, 핵심 광물, 의료기기, 산업용 로봇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 관세 단계적 인상 계획…최대 250%까지 예고

이번 발표는 첫 단계일 뿐, 장기적으로는 최대 250%까지 관세율을 인상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트럼프는 지난 8월 CNBC의 '스쿼크 박스'와의 인터뷰에서 “초기에는 소규모 관세로 시작하되, 1년~1년 반 내에 150%까지, 이후에는 250%까지 인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는 역대 최고 수준의 관세율 위협으로, 제약 업계에 상당한 압박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 EU·일본과 무역 협정…일부 국가는 관세 면제 가능

지난 4월 상무부는 모든 의약품 수입이 미국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앞서 7월 초 트럼프는 제약사들이 미국으로 생산 시설을 이전하도록 유예 기간을 준 뒤 최대 200%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7월 말 미국과 EU가 제약 제품에 대한 15% 관세를 포함한 광범위한 무역 협정을 체결하면서, 유럽산 의약품은 이번 232조 조사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에서 가장 낮은 가격에 맞춰 미국 내 약값을 낮추려는 행정 명령도 발표하며 제약 산업을 압박하고 있다.

▲정책·법적 리스크 확대

이번 조치는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기반으로 한 기존 ‘국가 단위 관세’보다 더 지속력이 높은 ‘산업 단위 관세’로 설계됐다.

다만 이미 일부 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권한 남용을 위법으로 판결한 사례가 있으며, 연방대법원도 관련 소송 심리를 진행 중이다.

향후 법적 공방이 정책의 지속성에 변수가 될 수 있다.

미국의 의약품 수입 관세가 실현될 경우,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글로벌 제약사뿐만 아니라 해외에 제조시설을 둔 미국 제약사들도 원료의약품에 대한 수입 관세 부과에 따른 생산비 상승으로 이중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 한국 제약사에 미칠 영향은?

산업연구원의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건 정책 변화와 한국 제약 바이오산업의 대응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미국의 의약품 수입 중 한국 비중은 2%에 블과했으며 한국의 의약품 수출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8.8%에 달했다.

지난해 기준 준 한국의 대미 의약품 수출액은 합성의약품 5,200만 달러, 바이오의약품 11억 6,100만 달러로 나타났다.

바이오시밀러와 원료의약품 비중이 높아, 고율 관세가 바로 가격경쟁력 상실과 수출 타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가 발간한 '국내 바이오의약품 산업 KEY DATA 2025'에 따르면 작년 국산 바이오의약품의 미국 수출액은 6억867만 달러로 전년 3억72만 달러보다 103% 급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대기업은 미국 내 위탁생산(CMO) 거점 확보, 현지 공장 인수 등으로 관세 우회를 모색하고 있다.

반면, 미국 내 공장이 없는 중소 제약사와 미국 현지 생산인프라 투자 여력이 부족한 업체들은 관세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연구원은 "미국이 의약품 수입 관세를 부과하면 국내 바이오의약품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과 수익성이 악화, 의약품 수출 기업의 통관세 보조 또는 현지 시장에 진출한 국내 제약사의 물류비용 지원 등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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