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글로벌 경제 시선] “서명 없인 관세”…美 협상 조건 상향에 한국 ‘곤혹’

장선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무역협상이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측에 추가 현금 투자와 일본식 조건 수용을 요구하는 가운데 일부 한국 관리들은 미국 백악관이 협상 조건을 바꾸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26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트닉 장관은 최근 한국 측에 지난 7월 보증했던 3,500억 달러(약 493조8800억원)보다 투자액을 소폭 늘려 일본이 약속한 5,500억 달러에 근접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러트닉 장관은 투자금의 상당 부분을 대출이 아닌 현금으로 제공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 미국 협상 전략의 시험대, '구두 합의'의 한계

트럼프 행정부와 한국 간의 무역협상 결과는 미국이 여러 국가와 진행 중인 광범위한 관세 협상의 중요한 가늠자가 될 것이다.

한국과의 협상을 포함해 많은 협상이 아직 서명되지 않은 구두 합의 상태에 머물러 있다.

이로 인해 양국 간의 최종 합의를 위한 조건에 대한 견해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백악관 관계자는 기존 합의에서 "극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 한국의 국내 압박과 미국과의 관계

한국 정부는 국내 여론의 강한 압박에 직면해 있다.

최근 조지아주 현대자동차 공장 이민자 단속으로 300명 이상의 한국인이 체포된 사건에 대한 국민적 불만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한국과의 합의를 성사시키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른 협상들을 마무리할 중요한 동력을 제공할 수 있지만, 합의 실패 시에는 다른 무역 상대국들이 협상 압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

▲ 일본과의 합의를 기준으로 삼는 미국

WSJ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3,500억 달러의 미국 투자와 1,000억 달러의 미국 에너지 구매를 약속하는 대신, 한국에 대한 상호 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 관계자들은 즉시 이 주장에 이의를 제기했다.

러트닉 장관과 미국 협상단은 한국이 일본과의 합의와 유사한 조건을 수용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일본은 최근 양해각서에 서명하며 미국 투자 프로젝트에 5,500억 달러를 배정했고, 이로 인해 자동차 관세가 27.5%에서 15%로 낮아졌다.

러트닉 장관은 한국의 투자액이 일본 수준에 근접하기는 어렵겠지만, 일본과 유사한 합의 조건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한국에 다른 협상 구조를 제시하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로, 법적 구속력이 없는 일본과의 합의를 훼손하지 않기 위함이다.

러트닉 장관
[EPA/연합뉴스 제공]

▲ 한국의 현실적 한계와 금융 위기 우려

최근 한국 정부는 미국 측에 일본과 비교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국은 GDP가 일본의 약 40%에 불과하고, ‘현금 지급’은 국내 외환보유고의 80% 이상이 소진될 수 있어 수용 곤란함을 강하게 피력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한국 관계자들은 미국의 제안을 수용하면 금융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실제 3,500억 달러를 현금 투자하면 연간 100~120억 달러의 추가 외화수요가 발생하며, 환율 하락(원/달러)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본과 달리, 한·미 간 외환스왑(통화스와프)은 체결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금융안정성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 "협상 타결 아니면 관세" 강경 입장

러트닉 장관은 한미 FTA가 위태로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종이에 서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과 무역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하며 협상 실패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러트닉 장관은 “문제는 세부 사항에 있다. 한국은 그 합의를 받아들이거나 관세를 내야 한다. 흑백논리”라고 강조하며 미국 측의 강경한 입장을 분명히 했다.

▲ 결렬·재협상 시나리오 촉각

합의 불발 시, 자동차 등 한국산 수출품은 15%에서 25%로 더 높은 관세 인상 리스크에 노출된다.

반면, 미국이 양보할 경우 일본·영국 등 타국과의 ‘동일 조건 원칙’이 깨질 수 있다는 부담이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종이에 사인하지 않았다”며, “조건을 수용하지 않으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협상 결렬·재협상 가능성이 모두 열려 있다는 평가다.

현재 한·미 무역합의는 투자방식과 금융안정장치(예: 통화스와프) 논란, 국내외 정치상황, 환율 쇼크 우려 등 복잡한 리스크가 한데 얽힌 상태이며, 최종 타결 여부와 구체적 조건에 금융·통상·환율시장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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