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금융진단] 공매도 재개 6개월, 거래 안정 속 잔고 급증

윤근일 기자

거래대금은 안정세, 잔고 누적은 신뢰 회복 걸림돌

30일로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가 전면 재개된 지 6개월이 됐다. 거래대금은 초기 과열 이후 안정세를 보였지만, 잔고 규모는 3배 가까이 불어나며 시장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다. 금융당국은 불법 행위 단속과 제도 보완책을 논의 중이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공매도
▲ 공매도 재개 6개월 (PG) [연합뉴스 제공]

◆ 공매도는 어떻게 시작됐고 왜 논란이 됐나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먼저 팔고, 나중에 가격이 떨어졌을 때 다시 사서 갚는 방식이다. 투자자가 직접 주식을 보유하지 않아도 거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입 매도’라고도 불린다. 가격 거품을 제거하고 합리적인 주가 형성을 돕는 순기능이 있으나, 반대로 주가 하락 압력을 키워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는다.

한국은 1969년 처음 공매도를 허용했지만, 이후 위기 때마다 제한과 금지를 반복했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등 충격이 발생할 때마다 개인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제도가 중단됐다. 특히 코로나19 당시에는 1년 이상 전면 금지되며 역사상 최장 기간으로 거래가 막혔다.

금지와 재개가 반복된 배경에는 개인 투자자 불신이 있다. 기관·외국인 중심으로 공매도가 활용되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 계속 나왔다. 한국거래소 집계에서도 재개 때마다 기관·외국인 비중이 90% 이상을 차지해, 제도의 형평성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 재개를 위한 제도 개선과 안전장치

정부는 지난 3월 31일 공매도를 재개하기 전 여러 보완 장치를 마련했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무차입 공매도를 차단하기 위한 중앙점검시스템(NSDC)이다. 투자자가 실제로 주식을 빌렸는지 실시간으로 점검하는 이 시스템은 과거에 문제였던 ‘없는 주식 거래’를 기술적으로 막는 기능을 갖췄다.

또한 금융위원회는 담보 비율을 강화하고, 상환 기간을 조정해 제도의 안정성을 높였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월 발표에서 “담보 비율을 120%로 상향하고 상환 기간을 단축해 리스크 관리 기능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기관뿐 아니라 개인 투자자의 참여 기반을 넓히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한국은행도 2024년 8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공매도는 시장 효율성을 높이는 수단이지만, 투명성과 신뢰 확보 없이는 순기능이 반감된다”고 지적했다. 제도 개선의 목적이 단순히 거래 재개가 아니라 신뢰 회복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 대목이다.

◆ 거래대금은 안정세, 그러나 잔고는 3배 늘어

재개 직후 하루 거래대금은 1조7천억원을 넘으며 ‘오버슈팅’ 현상을 보였다. 그러나 한 달 뒤 6천억원대로 급락한 이후 6천억~1조원대에서 움직이며 안정세를 유지했다. 한국거래소와 연합인포맥스 집계에 따르면 지난 6개월간 코스피·코스닥 공매도 거래대금은 총 109조원으로, 금지 직전 6개월보다 하루 평균 약 6.6% 증가한 수준이다. 거래대금만 놓고 보면 과열 우려가 진정되고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는 평가가 많다.

문제는 잔고다. 순보유 잔고는 3월 말 5조7천억원에서 9월 말 16조원으로 불어나 3배가량 증가했다. 잔고란 아직 되갚지 않은 공매도 물량을 의미하며, 과도하게 쌓이면 주가 하락 국면에서 매도 압력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8월 보고서를 통해 “과잉 잔고 누적은 단기 충격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며 주의를 당부했다.

특히 업종별로 보면 반도체와 2차전지 등 성장 산업의 대표 종목에서 잔고 비율이 빠르게 늘고 있다. 특정 업종에 잔고가 몰리면 투자 심리 위축으로 이어져 시장 전반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실제로 8월 초 일부 2차전지 종목 주가가 급락했을 때, 공매도 잔고 비중이 10%를 웃돌며 투자자 불안을 자극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한 잔고 규모는 글로벌 기준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한국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코스피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잔고 비율은 3%를 넘어섰는데, 이는 일본이나 유럽 주요국 평균(1~2%)보다 높다. 미국은 2024년 말 기준 2.1%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다. 한국의 잔고 관리가 국제적으로도 과도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잔고 증가 속도를 제도적으로 제어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증권학회는 “공매도는 본질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지만, 잔고가 누적되면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다”며 “공시 주기 단축과 업종별 잔고 상한제 도입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개인 투자자의 불만과 불공정 논란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가 제도적으로 불리하게 설계돼 있다고 주장한다. 담보 자금과 정보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기관·외국인만 활용할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지난 6월 “불법 공매도 단속이 반복적으로 미흡하게 이뤄지는 한 제도 신뢰는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2024년 한 해 동안 총 50여 건의 불법 공매도 사례를 적발했는데, 상당수가 외국계 증권사였다. 이 같은 사례는 개인 투자자들의 ‘기울어진 운동장’ 인식을 강화시켰다. 반면 기관은 “시장 유동성을 공급하고, 주가 형성에 기여한다”는 입장을 유지하며, 제도 유지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와 관련, 자본시장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공매도의 순기능을 살리려면 정보 비대칭 해소와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즉 제도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형평성을 높여야 한다는 방향성이다.

◆ 해외 사례와 한국의 남은 과제

국제적으로 공매도는 대부분 허용되지만, 위기 시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제도가 병행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4년 보고서에서 “공매도는 시장 효율성에 기여한다”면서도 “위기 시에는 단기 제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역시 특정 종목이나 전 시장을 대상으로 임시 금지를 가동하는 장치를 갖추고 있다.

일본은 한국과 유사하게 공매도 규제를 엄격히 적용하는 국가로 꼽힌다. 일본 금융청은 2023년 12월 보고서에서 “공매도 제한은 투자자 신뢰 회복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제도 운영의 균형점을 강조했다. 한국 역시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 시장 안정성과 신뢰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향후 한국의 과제는 잔고 공개 주기를 줄이고, 개인 투자자 접근성을 확대하며, 불법 행위를 엄단하는 종합적 대책이다. 전문가들은 “공매도의 제도적 불평등을 해소하지 못하면 신뢰 위기는 반복된다”며, 장기적으로는 자본시장의 건전성과 직결되는 문제임을 강조한다.

☑️ 요약:
공매도는 시장 가격 거품을 줄이는 순기능이 있지만, 과도한 잔고 누적은 변동성을 키우는 위험 요인이다. 재개 6개월 동안 거래대금은 안정세를 보였으나 잔고는 3배 늘어났다. 금융당국은 불법 단속과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지만, 개인 신뢰 회복과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보완책 마련이 앞으로의 핵심 과제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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