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이슈인 문답] 국가 전산망 먹통 사태, 책임과 과제는?

김영 기자

감사원 경고에도 반복된 장애, 정부 대응 부실 논란

지난 26일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국가 전산망이 닷새째 마비됐다. 30일 현재 일부 행정 서비스가 복구됐으나 정상화까지 4주가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감사원은 이미 장비 노후화와 다중화 미비를 지적한 바 있어 정부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국정자원 화재로 국가전산망 먹통 나흘째
▲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대전 본원 화재로 전산망 마비 사태가 나흘째 이어지는 29일 서울의 한 주민센터에서 시민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 왜 또 전산망이 멈췄나?

국가 전산망 마비 사태의 직접적 원인은 국정자원 화재였다. 그러나 뿌리 깊은 원인은 장비 노후와 관리 부실에 있다. 감사원은 2023년 감사에서 사용 연차 4~7년 사이 장비 장애율이 급증한다고 경고했지만, 교체 주기를 연장해 대응을 미뤘다. 그 결과 일부 장비는 평균 장애 발생률이 100%를 넘어섰음에도 계속 사용됐다. 여기에 시스템 다중화가 부족해 단일 장애가 전체 행정 서비스 마비로 이어졌다.

또한 재해복구 체계가 미비해 초기 대응이 지연됐다. 경고 알림이 발생했음에도 관제실 인력이 제때 대응하지 못하면서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보시스템 간 연결 구조가 복잡하고 분리·격리가 미흡했던 점도 연쇄 마비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는 단순 화재를 넘어 관리체계 전반의 문제로 이어졌다.

◆ 장비 노후·관리 부실, 재해복구 취약성은 왜 개선되지 않았나?

감사원은 이번 사태의 배경으로 예산 구조와 관리 체계의 왜곡을 지적한다. 특히 공통 장비 예산이 ‘주인 없는 장비’로 취급돼 부처별 개별 장비 교체가 우선되면서, 정작 전체 네트워크를 좌우하는 핵심 장비 교체는 후순위로 밀려났다. 이는 구조적 제도 결함이자 관리 책임의 공백을 보여준다.

또한 정부는 낮은 사업비 책정으로 인해 고급 인력과 우수 업체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 이는 전문성을 갖춘 유지보수 인력 부족으로 이어져 장애 알림을 놓치거나 초기 대응이 지연되는 결과를 낳았다. 감사원은 이미 2023년 감사에서 이러한 위험을 경고했지만, 제도적 보완이 이뤄지지 않았다.

재해복구 체계 역시 반복 훈련과 시뮬레이션이 부족했다. 일본처럼 정기적으로 재해복구 훈련을 의무화하거나, 미국처럼 클라우드·민관 합동 복구 체계를 미리 구축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화재 발생 시 현장 대응은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사전에 지적된 문제들이 누적돼 이번 대규모 장애로 폭발한 셈이다.

◆ 제도 보완책은 무엇인가?

전문가들은 행정 시스템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장비 교체 주기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핵심 장비 다중화와 재해복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통 장비를 ‘주인 없는 장비’로 취급해 예산 배정에서 밀리는 관행도 개선해야 한다. 또한 보안 취약성을 보완하고, 클라우드 기반 분산화를 확대해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감사원은 공공부문 낮은 사업비 책정으로 우수 업체·인력 유치에 한계가 있다며 예산 확충을 주문했다.

해외 주요국은 이미 제도적 보완을 선제적으로 추진해왔다. 일본은 동일본 대지진 이후 행정 전산망의 다중화와 지역 분산을 의무화했고, 미국 연방정부는 국가재해복구계획(National Continuity Policy)을 통해 주요 행정망을 지리적으로 분리해 운영한다.

독일은 연방 정보보안청(BSI)을 중심으로 국가 IT 시스템을 분리 관리하며 정기 점검을 의무화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핵심 기능을 공공 클라우드로 이전해 복구 속도를 단축했다. OECD 2023년 디지털 거버넌스 리뷰도 회원국에 클라우드 기반 다중화와 정기 재해복구 훈련을 권고하며, 한국의 실행 수준이 여전히 낮다고 평가했다.

◆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

국가 전산망 장애는 국민의 행정 접근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한다. 주민등록 등본 발급 차질, 재산세 납부 지연, 정부24 서비스 불가 등 생활 밀착형 불편은 이미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서비스 수요가 폭증할 상황에서 불편 장기화는 신뢰를 떨어뜨린다.

해외 주요국은 이미 클라우드 전환, 민관 협력형 백업 시스템, 재해복구센터 분산화 등을 도입 중이다. 한국도 단기 복구를 넘어 장기적 체질 개선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는 단순한 행정 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 과제다.

영국은 국가 주요 인프라를 ‘핵심 서비스 네트워크’로 지정하고, 재해 시 즉시 대체망으로 전환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마련했다. 호주 역시 클라우드 전환과 사이버 보안 강화를 동시에 추진하며, 재해복구센터를 민간과 공동 운영한다. 한국이 참고할 수 있는 국제적 사례는 다양하며, 이를 바탕으로 한 근본적 개혁이 시급하다.

☑️ 요약:
국가 전산망 먹통 사태는 장비 노후화와 관리 부실, 다중화 부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정부는 긴급 복구와 임시 조치를 시행했지만 초기 대응 부실과 구조적 문제로 책임론이 불가피하다. OECD 등 국제기구와 주요국은 분산화·클라우드 전환·재해복구 훈련을 제도화해 안정성을 높이고 있으며, 한국도 생활 밀착형 피해를 줄이고 국제 수준에 부합하는 개혁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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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문답#국가전산망#국가정보자원관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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