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금융진단] 환율 1,420원 돌파, 고환율 장기화 우려 커진다

윤근일 기자

고금리·달러 강세 속 원화 약세 지속, 외환시장 방어력 시험대

10일 오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420원을 돌파하며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추석 연휴 동안 누적된 글로벌 달러 강세와 한미 재정협상 불확실성이 한꺼번에 반영된 결과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긴축 기조 장기화와 국내 수출 둔화가 맞물리면서, 고환율이 일시적이 아니라 장기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연준이 금리 인하를 미루는 가운데 한국은행의 완화 여력도 제한돼 있어, 정책 대응 폭이 좁아졌다는 평가다.

코스피와 환율
▲ 1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 달러 강세 이어지며 원화 약세 압력 확대

10일 오전 9시10분 기준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3.8원 오른 1,423.8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5월 2일 장중 1,440원을 찍은 이후 5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다. 달러인덱스는 99.3선을 돌파하며 석 달 만의 고점을 보였고, 일본 엔화는 153엔대에서 약세를 이어갔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이 장기화되면서 국채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한국은행 ‘9월 외환보유액 동향’에 따르면 외환보유액은 4,148억달러로 전월보다 16억달러 줄었다. 이는 3개월 연속 감소세로, 당국이 시장 안정화를 위해 일부 달러를 투입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지난달 외환시장 보고서에서 “미국의 금리 경로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신흥국 통화의 변동성을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화 역시 펀더멘털보다 글로벌 유동성 흐름에 좌우되는 양상이다.

◆ 연준 긴축 장기화 신호에 투자심리 냉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9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다수 위원이 “물가 둔화 신호는 있으나 확실한 전환점은 아니다”고 언급하며 조기 인하 가능성을 일축했다. 시장에서는 내년 상반기까지 고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9월 금융시장 동향 보고서에서 “연준의 금리 인하 지연이 달러 강세를 유지시키고, 외국인 투자자의 위험자산 회피 심리를 강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외국인은 이달 초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원가량 순매수했지만, 선물시장에서는 7천억원 규모의 순매도로 전환했다. 이는 환율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는 방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달 초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고금리·고환율 환경이 기업의 설비투자와 가계소비를 동시에 제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KDI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0.8%로 제시하며, 내수 부진이 환율 변동성과 맞물려 경기 회복을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 고환율의 명암, 수출엔 단기 호재지만 물가 부담은 확대

고환율은 수출기업의 단기 경쟁력을 높일 수 있지만, 수입물가 상승을 통해 물가 전반에 부담을 준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누적 수출액은 전년 대비 6.2% 증가했으나, 수입단가는 8.9% 상승해 실질 교역조건은 오히려 악화됐다. 특히 원자재·에너지 수입 비중이 높은 제조업은 원가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 ‘8월 물가안정보고서’는 “환율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약 0.1~0.2%p 수준”이라며, “고환율이 1,400원대 이상에서 지속될 경우 연말 물가 상승률이 3%대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9월 수입물가 상승률은 전월 대비 1.7%로, 4개월 연속 오름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9월 발표한 ‘한국경제 수정전망’에서 “환율이 1,420원 이상을 유지할 경우 중소기업의 수입원가가 전년보다 11%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연구원은 “원자재 가격이 안정되지 않는 한 환율 상승이 물가를 자극하고 가계 실질소득을 제약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 정부·한국은행, 단기 개입보다 시장 신뢰 회복에 초점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최근 외환시장 불안 확대에 대비한 공동 대응 방안을 점검했다. 기재부는 “급등세가 단기간에 과도할 경우 시장안정 조치를 취하겠다”(9일 보도자료)며 필요시 미세조정 개입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국은행은 9일 외환시장 점검회의를 열고 주요국 중앙은행과의 협력 강화를 검토 중이다.

IMF는 7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신흥국은 외환보유액 관리와 통화스와프 네트워크 확충을 병행해야 시장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 한국은 현재 10개국과 1,38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고 있으며, 정부는 내년 중 추가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은행 외환전략센터는 4분기 환율 전망에서 “원/달러 환율이 연말까지 1,380~1,420원 사이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단기 개입보다는 명확한 정책 신호와 국제 공조를 통한 심리 안정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 요약:
원/달러 환율이 1,420원을 돌파하며 고환율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달러 강세와 연준 긴축 지속 속에서 외환시장 방어력이 시험대에 올랐으며, 국내 물가와 투자심리에도 부담이 확대됐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단기 개입보다 신뢰 중심의 정책 신호와 국제 협력 강화를 통해 환율 안정성과 거시 신뢰를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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