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주도 이관 본격화…공공성 강화·교육연구 위축 우려 교차
정부가 국립대병원을 교육부에서 보건복지부로 이관하는 방안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공공의료 강화를 내세운 정책이지만, 병원의 자율성과 교육·연구 기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정책 의도와 현장의 시각이 충돌하는 가운데, 정부는 제도적 균형점을 찾기 위한 현장 소통에 나섰다.
◆ 복지부 이관 추진 본격화, 지역 거점병원 육성 목표
2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서울대병원을 포함한 9개 국립대병원을 복지부 소속으로 전환해 지역 필수의료 네트워크의 ‘컨트롤타워’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는 인력난과 시설 노후화로 경쟁력이 떨어진 지방 국립대병원을 공공의료 중심 거점으로 재편하려는 전략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2025년 ‘국립대학병원 혁신방안 연구’)은 병상당 의사 수가 0.36명에 불과해 서울 ‘빅5’ 병원(0.60명)의 절반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이관을 단순한 행정조정이 아니라 인력 확충, 인프라 첨단화, 규제개선, 연구역량 강화 등을 아우르는 종합적 개혁으로 본다. 특히 공공의료 인력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의사·간호사 채용 제한을 완화하고, 의료장비 현대화를 위한 예산을 단계적으로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복지부는 교육부·국립대병원장협의회와 함께 공동 로드맵을 마련해 ‘의료-교육-연구’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복지부 중심의 통합 거버넌스가 지역 공공의료의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내년 예산안에는 국립대병원 공공의료역량 강화 항목이 반영돼 있으며, 각 병원별 인력·시설 개선 계획이 세부 조정 중이다.
◆ 교육·연구 기능 위축 우려…“공공성보다 자율성 훼손” 반발
의료계와 대학 사회는 이번 이관이 병원의 자율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교육부 소속에서 누리던 인사·예산 자율권이 복지부 체계로 이동하면 연구 및 교수 임용의 독립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 국립대병원 교수협의회는 “의료 공공성 강화는 필요하지만, 교육과 연구의 자율성이 훼손될 경우 병원의 본연 기능이 흔들릴 수 있다”고 밝혔다.
교수 신분·사학연금 유지 여부, 연구비 배분 구조 등 세부 쟁점도 남아 있다. 서울대·부산대·전북대 등 주요 국립대병원은 내부 논의를 통해 복지부 이관 이후 조직 형태와 평가체계 변화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전문가들은 해외 사례에서도 시사점을 찾는다. OECD 2024년 ‘보건의료 거버넌스 비교보고서’에 따르면, 영국·독일 등은 공공병원 소속을 정부 부처로 일원화하되, 교육·연구 기능은 독립된 위원회가 관리하는 ‘이중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한국 역시 유사한 완충장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결국 정부의 설득력 있는 제도 설계가 없다면, 의료계의 반발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정부, 현장 간담회 돌입…협의체 통해 제도 설계 구체화
복지부와 교육부는 27일 충남대병원을 시작으로 11월 12일까지 9개 국립대병원을 순차적으로 방문한다. 각 병원에는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 협의체’의 논의 결과와 향후 로드맵이 공유된다. 협의체에서는 인력 확보, 연구 인프라 첨단화, 임상-교육 연계 강화 등 구체적 개선책이 논의됐다.
이형훈 복지부 제2차관은 “소통 부족으로 생긴 현장 불신을 해소하고, 이관 이후에도 교육·연구 기능이 강화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 역시 국립대병원 의대교육지원관을 중심으로 복지부와 협업하며, 의료교육과 병원 행정의 연계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히 복지부 소속 전환 후에도 대학 본부와의 협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공동관리위원회’ 설치가 거론된다.
현장에서는 실무진 중심의 조정위원회가 구성돼 병원별 차이와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운영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복지부는 연내 제도 초안을 마련해 내년 상반기 중 시범운영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 공공성·자율성 조화가 핵심…재정지원과 제도 보완 병행돼야
정책 전문가들은 복지부 이관이 국립대병원의 구조적 한계를 해소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제도의 설계·집행 단계에서 자율성 보장 장치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인건비·정원 규제 완화와 병행되지 않으면 이관의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국립대병원의 경쟁력은 단순한 소속 변경이 아닌, 연구성과와 지역 환자 진료 체계의 효율화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역 공공의료 혁신펀드’ 신설을 검토하며, 병원별 성과지표와 인센티브 제도를 병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OECD는 보고서에서 “공공의료기관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면 자율성과 책임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원칙이 국내 제도 설계에도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견해다.
궁극적으로 복지부 이관은 의료 공공성 확대의 발판이 될 수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법적·재정적 기반이 함께 구축되지 않으면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 요약:
정부는 국립대병원을 복지부 소속으로 전환해 지역 공공의료 강화에 나섰다. 그러나 교육·연구 자율성 약화 우려가 제기되며, 정부는 현장 간담회와 협의체를 통해 우려 해소에 나서고 있다. 제도 설계에서 공공성과 자율성의 균형, 재정·법적 지원 병행이 정책 성공의 관건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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