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ESG 인사이트] SH·우리은행, 400억 상생펀드로 협력업체 숨통

김영 기자

 공공·금융 협력의 ESG ‘사회(S)’ 실천 모델 확산

편집자주: 본 기사는 ESG(Environmental·Social·Governance) 전문 분석 시리즈의 일환입니다. ESG는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책임경영을 평가하는 국제적 기준으로, 이번 기사는 해당 관점에서 이슈의 의미를 짚습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우리은행이 5일 400억 원 규모의 상생펀드를 조성해 중소 협력업체를 지원한다. 경기 둔화와 건설경기 침체로 자금난이 심화되는 가운데, 공공과 금융이 손잡은 ESG 기반 상생 모델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SH-우리은행, 상생펀드 협약 체결
▲ SH-우리은행, 상생펀드 협약 체결 [연합뉴스 제공]

◆ 상생펀드, 중소 협력사 금융 부담 완화

이번 상생펀드는 SH가 보유한 유휴자금 운용으로 발생한 이자수익을 활용해 협력업체 대상 저리 대출을 지원하고, 우리은행이 금리 추가 감면을 더하는 방식이다. SH는 200억 원을 우리은행에 예탁하고 발생 이자를 대출 금리 인하 재원으로 활용한다. 우리은행은 여기에 0.2%포인트를 추가 감면해 총 1.48%포인트의 금리 인하 효과를 제공한다.

대출 대상은 계약금액 1천만 원 이상인 협력업체로, 기업당 최대 5억 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SH는 이달 18일부터 내년 10월 31일까지 사업을 운영하며 대출 현황과 만족도를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작년 12월 한국은행 ‘중소기업 금융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평균 대출금리는 5.06%로, 대기업(3.74%)보다 1.3%포인트 이상 높다. 이번 펀드는 공공자금의 선순환 운용을 통해 이런 구조적 격차를 완화하려는 실질적 시도다.

또한 정부의 ‘2025년 중소기업 금융지원 종합계획’과도 맞물린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내년 정책자금 규모를 13조 원으로 확대하며 지역금융 활성화를 추진 중이다. SH·우리은행 모델은 이런 정책기조에 부합하는 지방공기업 차원의 실천사례로 평가된다.

◆ ESG 경영의 ‘사회(S)’ 축 강화

상생펀드는 ESG 중 ‘사회(Social)’ 부문의 대표적 실천 사례다. 금융감독원은 2024년 ‘ESG 평가 가이드라인’에서 상생금융을 사회적 가치 창출 핵심 지표로 명시했다. 공공기관이 금융기관과 협력해 지역 중소기업의 유동성을 지원하는 구조는, 단순한 복지성 지원을 넘어 사회적 책임경영으로 평가된다.

OECD ‘지속가능금융 보고서 2023’에 따르면 공공-민간 협력 기반 상생금융은 지역경제 회복력 향상과 사회안전망 강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주요 수단이다. 유럽 각국에서는 지방정부와 은행이 공동 출자하는 지역 상생펀드가 이미 보편화돼 있으며, 프랑스의 ‘Banque des Territoires’는 중소 건설사 대상 ESG 금융 지원을 통해 지역 일자리 8만 개를 창출했다.

한국에서도 공기업이 주도하는 ESG 상생 모델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와 IBK기업은행이 공동 추진한 2024년 ‘도로산업 상생펀드’는 총 300억 원 규모로 협력업체 210곳의 금융비용을 절감했다. 이러한 사례는 ESG 경영이 기업의 내부통제·환경투자 단계를 넘어 사회적 연결망 구축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금융권 상생 모델, 민간 확산 속도

우리은행은 지난해 서울시·중소기업중앙회와 함께 ‘상생금융 지원협약’을 체결해 ESG 연계 대출을 확대했다. 금융감독원의 9월 ‘은행권 ESG 경영현황’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ESG 연계 기업대출 비중은 13.8%로, 2023년 대비 2.5%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증가폭이다.

금융권 전체적으로도 ESG 금융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의 7월 ‘ESG 금융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은행권 ESG 관련 여신 규모는 47조 원을 넘어섰으며, 2026년에는 6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상생펀드형 금융상품은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 리스크 분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은행의 지속가능성 전략과도 맞물린다.

이러한 추세는 금융기관의 평판관리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ESG 금융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커지면서, 단기 수익보다 장기적 거래 안정과 지역경제 기여도가 새로운 경쟁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ESG의 ‘G(지배구조)’ 축 강화와 직결된다.

◆ 성과관리·투명성 확보 과제

전문가들은 상생펀드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성과관리와 정보공개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ESG 평가기관 서스틴베스트의 8월 ‘ESG 금융 성과평가 보고서’는 사회적 금융의 실질효과 검증을 위한 KPI(핵심성과지표) 공개를 권고했다.

또한 OECD와 UN PRI(책임투자원칙)는 공공부문 ESG 금융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이해관계자 참여와 투명한 성과평가 제도화를 강조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펀드 운영 기관은 지원대상, 금리우대 내역, 사업성과를 정기적으로 공개해야 하며, 외부 감사 절차도 병행해야 한다.

SH는 이번 펀드를 시작으로 협력업체별 대출 효과를 정량 분석하고, 성과지표를 반기별로 공개할 계획이다. 우리은행도 ESG 관련 대출금리 감면 항목을 별도 공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향후 이 모델이 제도화될 경우, 공공-민간 협력형 사회금융의 투명성 기준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 요약:
 SH와 우리은행이 공동으로 조성한 400억 원 규모 상생펀드는 공공자금의 사회적 환원과 중소 협력사 금융지원이라는 두 축을 결합한 ESG 실천 모델이다.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경영 강화와 공공기관의 자금 선순환 구조 정착을 동시에 이끌 수 있는 구조로 평가된다. 향후 과제는 투명한 성과관리 체계 확립과 제도적 지속가능성 확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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