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정책 톺아보기] 행정정보시스템 복구 완료…디지털 재난 대응체계 개편 시급

김영 기자

국가 전산망 장애 복구 선언 뒤에도 구조적 취약점 노출

정부가 행정정보시스템 복구율이 95%를 넘기며 사실상 복구 완료를 선언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공공 IT 인프라의 취약성을 다시 드러냈고, 국가 디지털 재난관리 체계의 근본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중앙집중형 구조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분산형 백업과 통합 대응 컨트롤타워 구축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국정자원 화재 관련 중대본 회의 주재하는 윤호중 장관
▲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6일 정부세종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열린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행정정보시스템 화재 관련 중대본 15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 복구 완료 선언 뒤 남은 불안정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련된 1·2등급 시스템이 모두 정상화됐다”며 재난 위기경보를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했다. 이날 오전 기준 709개 행정정보시스템 중 676개가 복구돼 복구율은 95.3%에 달했다. 이번 조치는 대전센터 화재로 장애가 발생한 이후 두 달 만에 이뤄졌다.

다만 현장에서는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민원·세금 시스템 접속이 여전히 불안정하다는 보고가 이어졌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은 데이터베이스 일부 복원 지연과 재동기화 과정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기술적 복구율과 실제 서비스 정상화 간에는 시간차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20일까지 대전센터 복구 대상 시스템을 전면 복원하고, 12월까지 대구센터로 이전해야 하는 잔여 시스템까지 모두 복구를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정보자원관리원 내부에서도 “물리적 이중화와 백업 테스트 절차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중앙집중형 인프라의 구조적 한계

이번 사태는 국가 전산망이 여전히 중앙집중형 구조에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과 국정자원관리원 등 주요 기관이 세종과 대전에 집중된 탓에, 단일 센터 장애가 전국 행정서비스 마비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국가 데이터센터의 이원화와 네트워크 복원력 확보가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OECD 2024년 ‘디지털 거버넌스 리뷰’에 따르면, 회원국 중 다수는 핵심 행정시스템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분산 저장하고 정기 복원 테스트를 시행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자체 물리 서버 중심 구조를 유지해 복원 주기와 검증 절차가 비표준화된 것으로 평가됐다.

행정안전부는 이에 대응해 시스템 등급제와 이중화 방식을 전면 재설계할 방침이다. 재난·보안 대응 체계를 통합하고, 각 부처가 개별 운영하던 정보시스템을 중앙 관리체계로 편입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 부처 간 통합 컨트롤타워 추진

정부는 이번 복구 과정을 계기로 부처 간 통합 대응 체계를 신설하기로 했다. 그동안 행정안전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등 각 기관이 별도로 대응하면서 복구 지연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행정시스템 복구를 IT 부처 단위가 아닌 범정부 차원에서 관리하는 컨트롤타워가 검토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국가 디지털 재난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기관 간 실시간 정보공유와 역할 통합”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은 2023년부터 내각관방 산하에 ‘디지털 위기관리본부’를 설치해 행정·통신·보안 시스템의 장애 대응을 통합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2024년 발효된 ‘사이버 복원력 법(Cyber Resilience Act)’을 통해 공공 IT 인프라의 최소 가동기준을 의무화했다.

행정안전부는 내년부터 디지털 재난 대응 매뉴얼을 전면 개정해 부처별 복구 단계와 복원 시점을 명확히 규정할 예정이다. 또한 국가통합백업센터 구축과 재난 대응 훈련의 정례화를 추진한다.

◆ 분산형 클라우드 전환, 예산과 인력이 관건

정부는 장기적으로 공공데이터센터를 분산형 클라우드 구조로 전환해 대규모 시스템 마비 위험을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2025년 말까지 국가통합백업센터 1단계 구축을 완료하고 2026년까지 주요 행정망의 70%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그러나 예산과 전문인력 확보가 걸림돌이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관련 예산으로 내년도 본예산안에 1,200억 원을 요구했지만, 기획재정부 조정 과정에서 40% 이상 삭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행정학회 2024년 보고서는 “디지털 재난 대응체계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운영 인력의 전문성”이라며, 지속 가능한 예산 구조와 상시 훈련 체계 마련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AI 민주정부’라는 비전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복원력뿐 아니라 거버넌스 체계 전반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 요약:
행정정보시스템 복구율 95% 달성에도 일부 서비스 불안이 남아 있으며, 중앙집중형 인프라의 한계가 드러났다. 정부는 통합 컨트롤타워 신설과 분산형 클라우드 전환을 추진 중이지만, 예산과 인력 확보가 향후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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