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경제 리포트] 경제 위기에도 한계기업 방치, 성장 부진의 원인

음영태 기자

1990년대 이후 우리 경제가 외환위기, 금융위기, 팬데믹 등 거대 위기를 거치면서 성장세가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구조적으로 둔화되고 있으며, 이는 기업 투자의 부진과 이를 해소해야 할 경제의 '정화 메커니즘' 작동 미흡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12일 공개한 '경제위기 이후 우리 성장은 왜 구조적으로 낮아졌나' 보고서에서 부정적 수요충격이 장기 투자 부진으로 고착화되는 '이력현상(hysteresis)'이 성장 추세 하락의 주요 경로라고 지적했다.

외환위기 이후 성장의 주요 동인은 민간 소비와 투자 위축을 반영하는 수요요인으로 바뀌었으며 , 특히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수요부진이 성장을 저해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구조적 수요부진은 외환위기 이전 1인당 GDP 성장에 연 5.4% 기여했으나, 팬데믹 이후에는 -0.5%로 오히려 성장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 기업 투자 부진의 원인은 '금융제약' 아닌 '수익성 저하'

한은이 금융위기 이후 2,200여 개 외감기업을 대상으로 미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소수 대기업(상위 0.1%)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에서 투자가 정체되거나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투자 부진의 주된 요인은 기업의 금융제약 영향보다는 수익성 악화와 더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부정적인 구조적 수요충격은 기업의 영업이익을 장기간 낮추고, 이는 미래 수익에 대한 비관적인 기대를 형성하여 기업 투자의 부진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퇴출기업의 퇴출 전 재무상황 및 투자
퇴출기업의 퇴출 전 재무상황 및 투자 [한국은행 제공]

▲ 정화 메커니즘 부재로 한계기업 잔존…투자 활력 저해

성장 둔화가 심화된 근본적인 배경에는 한계기업들이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퇴출되는 정화 메커니즘이 원활히 작동하지 않은 것이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은 기업 폐업률이 증가했으나, 우리나라는 늘어나지 않았으며 팬데믹 위기 시에는 오히려 기업 퇴출이 감소하는 등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이는 금융지원 등으로 한계기업의 퇴출이 지연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하며 이들의 존속은 자원과 인력이 저생산성 부문에 고착되게 만들어, 신규기업의 진입과 성장을 제약하고 경제 전체의 생산성 성장을 둔화시킨다.

예컨대, 2014~2019년 사이 퇴출 고위험기업은 3.8%였지만 실제 퇴출된 기업은 2.0%에 불과했고, 만약 정상 기업으로 대체되었다면 투자 3.3%, GDP 0.5% 증가 효과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업 이미지[무료 이미지]

▲ 팬데믹 이후에도 유사한 구조…실제 퇴출율은 더 낮아져

2022~2024년에도 퇴출 고위험기업은 전체의 3.8% 수준이지만 실제 퇴출은 0.4%에 그쳤으며, 이들이 퇴출되고 신규 또는 정상 기업으로 대체되었을 경우 투자 2.8%, GDP 0.4% 증가 가능성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 기업 혁신·역동성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해야

보고서는 수익성 악화가 투자 감소와 성장 둔화를 초래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으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선 선별적 금융지원과 동시에 구조조정 활성화, 즉 한계기업의 퇴출과 신생기업의 진입이 촉진되는 시장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주력 산업의 기술 우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규제 완화를 통해 신산업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고, 새로운 제품·서비스 수요를 창출하여 우리 경제의 미래 성장 동력을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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