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정책 톺아보기] 금소법 과징금, 거래금액 기준 전환…제재 실효성 시험대

윤근일 기자

과징금 산정체계 재편으로 소비자 보호와 내부통제 유인 확대

금융당국이 19일 금소법 위반 과징금 산정 기준을 ‘수입 등’에서 ‘거래금액’으로 명확히 전환하는 감독규정 개편을 확정했다. 불완전판매와 고위험 상품 논란이 지속된 환경에서 제재의 정밀성과 책임성을 높이려는 목적이 크다. 제도 변화가 금융사 부담과 소비자 보호 실효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금융위원회
▲ 금융위원회 [연합뉴스 제공]

◆ 과징금 산정 기준 전환의 핵심 배경

금융위원회가 19일 의결한 감독규정 개정안은 과징금 산정 기준을 거래금액 중심으로 명확히 했다. 기존 ‘수입 등’ 표현은 금융상품별 수수료 구조와 상품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제재 일관성 문제가 지적돼 왔다. 예금·대출·투자·보장성 상품 등 유형별 거래규모를 기준으로 하면 위반행위의 실질 규모를 보다 정교하게 평가할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대출과 예·적금·보험 가입을 묶는 이른바 ‘꺾기’ 영업처럼 복합 위반의 경우에는 대출액뿐 아니라 사실상 강요된 상품 계약 규모까지 반영하는 예외 규정도 마련됐다. 금융사는 상품별 계약 구조와 산정 정보를 보다 체계적으로 기록해야 하므로 내부통제·전산 시스템 개선 수요가 확대될 전망이다.

국제적으로도 금융상품 판매 규제는 최근 수년간 정교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 FCA는 2023년 ‘Consumer Duty’를 시행하며 금융사에 고객 이익 최우선 원칙을 의무화했고, 미국 SEC도 2020년 ‘Reg BI’를 도입해 판매자 책임 기준을 강화했다. 이번 국내 개편도 이러한 글로벌 흐름과 방향성이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 부과기준율 세분화…사전예방 노력도 반영

개정안은 부과기준율 구간을 △1∼30% △30∼65% △65∼100%로 세분화해 위반 정도에 따른 차등 폭을 넓혔다. 기존에는 50%·75%·100% 3단계로만 운영돼 위반 유형이 다양한 금융상품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비판이 있었다. 과징금 하한도 ‘수입 등 50%’에서 ‘1%’로 낮춰 경미한 사례에는 부담을 줄이고 중대·반복 사례는 더 강하게 제재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금융당국은 사전예방·사후수습 노력도 감경요인으로 반영해 금융사가 내부통제 강화에 자발적으로 투자할 유인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한국은행이 2024년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국내 금융사 상당수는 소비자보호 기능에 비해 판매조직 중심 운영 비중이 높아 내부통제가 취약하다는 평가가 반복돼 왔다. 제도 개편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 개선을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상품 단가가 높은 보험·대출 업권에서는 거래금액 기준이 곧바로 과징금 급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업권별 세부 기준 설계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금융연구원은 2024년 ‘금융소비자보호 제도 연구’에서 상품 특성 차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으면 동일 위반행위라도 업권 간 부담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업계 부담과 제도 이행 리스크

거래금액 기준 전환은 금융사 전산·기록 체계 전반의 조정을 요구한다. 특히 중소 금융사는 계약관리·판매 기록 시스템이 대형사 대비 상대적으로 열위한 경우가 많아 초기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금융감독원이 2024년 발표한 ‘민원·분쟁 통계’에서도 중소 금융사의 판매과정 기록 미비가 소비자 민원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 나타났다.

과징금 산정에서 거래 규모 반영 비중이 커지면 동일 위반행위라도 규모가 큰 상품을 취급하는 업권에 불리한 구조라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거래 금액 차이에 따른 과징금 격차 확대는 형평성 논란을 야기할 수 있어 당국의 해설서·표준 가이드라인 제공이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금융사는 향후 감독당국의 현장점검과 질의응답(Q&A) 체계를 활용해 제도 적용 불확실성을 줄이는 과정이 요구된다. 일부 업권에서는 과징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 판매 조직을 축소하거나 고위험 상품 취급을 위축시키는 ‘위험 회피형 영업’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있어 모니터링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 소비자 보호 실효성 제고 가능성과 한계

거래규모 중심 산정은 소비자 피해 규모를 직접 반영해 제재의 신뢰성과 억제 효과를 높이는 방향이다. 금융감독원이 2024년 ‘소비자보호 연차보고서’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불완전판매 관련 민원은 연평균 증가세를 유지했다. 이는 판매 과정 기록·설명의무 강화가 필요한 구조적 문제를 보여 주며, 제재 체계 개편은 이러한 흐름을 바로잡는 기능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과징금은 사후적 제재에 불과해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전예방 장치와의 연계가 필수적이다. 핵심은 △판매 과정 전자기록 강화 △상품 위험도 기반 설명의무 고도화 △내부통제 역할 분리 △임직원 성과체계 개편 등 구조 개선이다. 국제기구인 OECD도 2023년 ‘금융소비자보호 원칙 업데이트’에서 사전예방 중심의 감독이 중장기적 소비자 신뢰 회복의 핵심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결국 이번 개편은 사후 책임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금융사가 판매·관리 전 과정에서 소비자 이익을 중심에 두도록 유도하는 제도적 틀을 갖추는 작업이다. 향후 감독규정의 업권별 세부기준 보완, 해설자료 제공, 국제 기준과의 정합성 검증이 제도 정착의 관건으로 꼽힌다.

☑️ 요약:
 금융당국이 금소법 과징금 산정 기준을 거래금액 중심으로 바꾸면서 제재의 정밀성과 소비자 보호 기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는 부담 증가와 형평성 문제를 우려하지만, 내부통제 강화 유인 확대라는 긍정적 효과도 확인된다. 제도 정착을 위해선 업권별 세부기준 마련과 사전예방 정책 연계가 필요한 과제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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