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로 인해 중국 경제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로는 예상보다 양호한 수출 흐름을 보였다.
미국으로의 수출이 급감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EU, 아세안, 아프리카 등 여타 국가로의 수출을 늘리며 충격을 완충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2018년 미중 무역갈등 이후 본격화된 중국의 수출국 다변화 전략은 올해 미국의 추가 관세정책 시행으로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은 27일 공개한 '최근 중국의 수출국 다변화 가속화 현상 평가' 보고서에서 미국의 관세 조치가 시행된 올해 4월 이후 중국의 대미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했으나, EU, 아세안, 아프리카 등 미국 외 지역으로의 수출은 12% 증가했다.
이로 인해 수출집중도를 나타내는 HHI 지수가 올해 중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러한 수출국 다변화 현상은 2018년 1차 미·중 무역 갈등 이후 본격화되었으며, 금년 미 관세 정책 시행으로 더욱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지난 2018년 19.3%였던 중국의 對미 수출 비중은 2024년 14.7%를 거쳐 올해 1~3분기에는 11.4%까지 확대되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최근 중국의 수출국 다변화는 ▷ 미 관세충격 대응, ▷ 자국내 공급과잉 해소, ▷ 신흥국 영향력 확대 차원에서 빠르게 진행된 것으로 분석했다.
▲ 아세안을 경유한 ‘우회 수출’ 확대
미국의 관세정책 이후 중국은 아세안 지역과의 공급망을 활용하여 ‘중국→아세안→미국’이라는 우회 경로를 통해 수출을 유지했다.
실제로 아세안과의 교역 및 투자, 미국 향 경유 수출 모두 크게 증가했다.
특히 미중 무역갈등 직후인 2019년에는 아세안 경유 미국 수출이 급증했으며, 올해도 동일한 양상이 반복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주요국 간 교역 네트워크 변화를 보면, '중국→미국' 수출이 급감한 반면, '중국→아세안' 및 '아세안→미국' 수출은 크게 늘었다.
올해 미국의 對중 수입 비중이 감소한 HS 2단위 97개 품목 중 68개 품목은 동시에 미국의 對아세안 수입 비중이 증가했다.
특히 진공청소기와 TV 등 전기·전자장비(HS85) 품목에서 중국산이 아세안산으로 상당 부분 대체되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 국내 공급과잉 해소를 위한 저가 수출 확대
중국은 철강 등 전통 제조업뿐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등 신산업 부문에서도 과잉공급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국내 수요 부진과 규제 강화로 인해 공급과잉 품목들의 저가 수출이 미국 외 전 세계로 확대('vent-for-surplus' 효과)되고 있다.
중국의 전기차, 태양광, 배터리 등의 생산 규모는 중국 내수 및 글로벌 전체 수요를 상당폭 초과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이들 품목의 EU 등 여타국에 대한 수출이 크게 증가하고, 수출 단가 하락세도 이어지고 있다.
EU는 중국의 저가 수출에 대응하여 각종 규제책철강, 태양광 등을 마련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분석 방법론을 활용한 결과, 중국 내수 성장이 부진한 부문(화학, 철강, 자동차 등)에서 수출이 내수가 양호한 부문(전기기계, 통신장비 등)보다 더 빠르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의 관세 조치보다는 중국 내부의 수요 위축이 수출국 다변화의 근본 원인 중 하나임을 시사한다.
▲ 신흥국 대상 수출 확대 통한 영향력 강화
중국은 아프리카와 중남미 등 신흥국으로의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1~3분기 중 對아프리카 수출은 27.9%, 對중남미(멕시코 제외) 수출은 11.5% 증가하여, 총수출 증가율(6.1%)을 큰 폭으로 상회했다.
對아프리카 수출 급증은 글로벌 선박 교체 수요 속 라이베리아(편의치적국)로의 선박 인도 급증과 함께, 알제리, 이집트, 모로코 등 북아프리카 지역으로의 승용차 중심 수출 확대에 주로 기인한다.
또한, 2013년 이후 일대일로 사업을 바탕으로 아프리카에 대한 투자와 경제적 교류를 확대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은 그동안 중남미 국가에서 차관 연장, 항만 인수 등을 통해 영향력을 꾸준히 확대해왔으며 , 최근 아르헨티나, 칠레, 콜롬비아 등에 승용차 등 내구재 수출이 크게 늘어나는 등 시장 선점 효과를 노리고 있다.
▲ 전통적 수출전략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흐름
중국의 수출국 다변화는 미중 갈등이라는 외생 변수도 있었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출주도형 성장전략에 따른 전형적인 행보로 평가된다.
중국은 거대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생산능력을 확장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였고, 신흥국과의 교역 확대를 통해 수출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 러시아 제재와 AI 경쟁력, 수출국 다변화의 추동력
미국과 서방의 러시아 제재로 인해 중국은 저가 원유를 수입하면서 제조원가를 낮추고, 이를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강화했다.
또한 AI와 같은 첨단기술 역량이 접목될 경우, 기존 제조 경쟁력 위에 기술력을 더한 ‘고부가가치 수출’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향후 중국 제조업의 글로벌 지배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 미국 이외 국가의 중국 의존도 증가…세계 공급망 재편
향후 미 관세 정책이 완화되더라도 미·중 경쟁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중국은 수출국 다변화 노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다변화 가속화는 단기적으로 對미 수출 감소를 완충하는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신흥 시장 등 미국 외 국가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의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다.
▲평가와 전망
문제는 이러한 중국의 수출국 다변화 가속화가 미국을 제외한 여타국의 중국에 대한 수입 의존도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나아가 중국이 제조 경쟁력에 AI 등 첨단 기술 경쟁력까지 접목할 경우, 중국 제조업의 글로벌 지배력이 더욱 확대되어 우리나라, 독일, 일본 등 제조업 중심 국가들의 어려움이 커질 위험이 있다.
이미 한국은 철강, 건설기계 등 주력 품목에서 중국의 자급률 상승과 세계 시장 내 저가 공세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으며, 중국은 한국보다 더 다양한 국가로 수출하는 양상이다.
한국은 철강 및 중장비 수출이 미국∙유럽∙캐나다∙멕시코에 집중된 반면, 중국은 이들 국가 외에도 아세안, 중남미, 아프리카로의 수출 비중이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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