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금융진단] 한은 “집값·환율, 유동성만으로 설명 어렵다” 의미는

윤근일 기자

복합 구조 요인 부각, 통화정책 한계 재확인

최근 집값과 환율이 다시 불안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한국은행은 이를 시중 유동성 증가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자산시장 변동의 배경에 구조적·수급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으로, 통화정책 단독 대응의 한계를 다시 드러낸 신호로 해석된다.

유동성
▲ 유동성 [연합뉴스 제공]

◆ 유동성 증가 인정하면서도 단선 해석 경계

한국은행은 16일 블로그를 통해 최근 수도권 집값과 원·달러 환율 상승을 둘러싼 ‘과잉 유동성’ 논란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유동성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자산 가격 상승을 이를 통해서만 설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광의통화(M2)는 전년 대비 8.5% 증가했고, 10월에는 8.7%로 증가율이 더 확대됐다. 금융기관 유동성(Lf)과 광의 유동성(L) 역시 7%대 증가세를 이어갔다.

한은은 이러한 유동성 확대 배경으로 네 차례 기준금리 인하 효과, 경상수지 흑자 확대에 따른 국외 자금 유입, 정부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국채 발행 증가를 함께 지목했다.

다만 이러한 흐름이 과거와 비교해 이례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번 금리 인하기의 M2 누적 증가율은 8.7%로, 2014년(10.5%)이나 2019년(10.8%)보다는 낮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유동성 증가 자체보다, 늘어난 자금이 어떤 경로로 이동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해졌다는 문제의식을 반영한 대목으로 해석된다.

◆ 환율 상승, 국내 수급 요인 비중 더 커

환율 변동에 대해서도 한국은행은 유동성보다는 외환 수급 구조를 핵심 요인으로 제시했다. 올해 9~11월 원·달러 환율은 약 65원 상승했는데, 이 가운데 약 3분의 2는 외환 수급 등 국내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했다.

가장 큰 요인으로는 거주자의 해외 증권 투자 확대가 꼽혔다. 올해 1~10월 거주자의 해외 증권 투자는 1,171억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으며, 같은 기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896억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여기에 수출 기업들이 수출 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보유하는 경향도 외환시장 수급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최근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글로벌 금리 변동 국면에서 해외 증권투자 확대가 환율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공통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는 원화 약세가 국내 통화정책만으로 제어하기 어려운 구조적 요인을 함께 안고 있음을 보여준다.

◆ 집값 상승, 공급 불안과 선호 쏠림 영향

집값 상승 역시 유동성 확대만으로는 설명이 어렵다는 것이 한은의 판단이다. 수도권 주택 가격은 공급 부족 우려와 함께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맞물리며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상승 압력이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강남 3구 등 핵심 지역에서는 현금 구매 비중이 높아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신규로 풀린 유동성보다는 과거부터 누적된 자금이 수익을 좇아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됐다.

국토연구원과 한국부동산원 역시 최근 보고서에서 수도권 핵심지의 공급 불확실성과 지역 간 수급 불균형이 가격 기대를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기준금리 조정만으로 주택 수요를 억제하기 어렵고, 공급 정책과 금융 규제, 세제 정책의 조합이 중요해진다.

◆ 통화정책 한계와 정책 공조의 필요성

한국은행은 통화량에 과도하게 초점을 맞추는 접근이 현재의 통화정책 체계와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기준금리만으로 국내 유동성을 완벽히 통제하기는 어렵고, 자산시장 변동은 보다 넓은 정책 환경 속에서 형성된다는 것이다.

국제결제은행(BIS) 역시 최근 연례보고서에서 글로벌 금융환경 변화 이후 자산가격 변동성이 금리 외 요인에 의해 장기화되는 경향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재정 정책, 부동산 정책, 자본시장 제도 개선 등과의 정책 공조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특히 시중 자금이 비생산적 자산에 쏠리지 않고 생산적 부문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제도적 신뢰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한은의 진단은 자산 가격과 환율 변동을 단일 요인으로 단순화하는 시각에 경계 신호를 보내는 동시에, 중장기 구조 요인에 대한 분석과 대응이 중요해졌음을 시사한다.

☑️ 요약:
 한국은행은 집값과 환율 상승을 유동성 증가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무리라며 복합적 구조 요인을 강조했다. 환율 상승의 상당 부분은 해외 증권투자 확대와 외환 수급 불균형 등 국내 요인에 기인했고, 집값 역시 공급 불안과 선호 쏠림이 주요 배경으로 지목됐다. 통화정책 단독 대응의 한계를 넘어 정책 공조와 구조적 대응이 향후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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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진단#환율#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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