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SK하이닉스, 97억원 규모 HBM 제조장비 도입

백성민 기자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가 약 97억원 규모의 고대역폭 메모리(HBM) 핵심 제조장비 ‘TC 본더(열압착장비)’를 한미반도체에 발주했다고 14일 밝혔다.

한화세미텍 역시 비슷한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난해 하반기 이후 다소 잠잠했던 장비 공급 계약이 재개되는 분위기다.

이번 계약의 금액은 96억 5000만 원이며 계약 기간은 4월 1일까지다.

TC 본더는 인공지능(AI) 반도체용 HBM 제조 공정에 활용되는 핵심 장비로, 여러 개의 D램을 적층하는 과정에서 열과 압력을 가해 고정하는 데 쓰인다.

통상 TC 본더 1대당 가격이 30억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이번 공급 물량은 3대 안팎일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이번에 공급되는 장비가 HBM4(6세대) 양산에 활용되는 ‘TC 본더 4’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장비는 SK하이닉스 청주 공장에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HBM3E(5세대) 12단 제조 공정에서 한미반도체 장비를 사용해왔으나, 지난해 초부터 한화세미텍을 신규 협력사로 추가하며 공급망 다변화에 나섰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지난해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과 각각 TC 본더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누적 기준으로 한미반도체로부터 552억원, 한화세미텍으로부터 805억원 규모의 장비를 도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반도체는 지난해 1월과 5월 각각 108억원, 428억원(VAT 포함) 규모의 HBM 제조 장비를 납품했고, 한화세미텍은 작년 3월 210억원씩 두 차례에 걸쳐 420억원, 5월 385억원 규모의 TC 본더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후 지난해 하반기 들어 장비 발주가 전반적으로 축소된 상태였던 것으로 풀이되지만, 이번 계약이 올해 들어 처음 체결된 TC 본더 계약으로 확인되면서 생산 역량 확대 움직임이 재개되는 양상이다.

SK하이닉스는 시장 주류인 HBM3E에 이어 올해 차세대 시장으로 부상하는 HBM4에서 주도권을 이어간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9월 HBM4 양산 체제를 구축하고 엔비디아에 대량의 유상 샘플을 공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엔비디아와의 최적화 작업이 막바지 단계인 것으로 전해지며, 올해 초 최종품 양산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화세미텍 관계자는 “SK하이닉스와 TC 본더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협업을 지속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HBM4 생산 장비 'TC 본더 4' [한미반도체 제공]
HBM4 생산 장비 'TC 본더 4' [한미반도체 제공]

한편 HBM4는 인공지능과 고성능 컴퓨팅 환경에서 요구되는 데이터 처리량을 전제로 설계된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다.

단순히 속도를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메모리 구조 자체를 바꿔 병렬 처리 능력과 전력 효율을 동시에 끌어올린 것이 특징이다.

HBM4의 가장 큰 변화는 인터페이스 폭과 채널 수 확대다.

기존 HBM3E가 1024비트 인터페이스와 16개 채널 구조였다면, HBM4는 이를 각각 2048비트와 32개 채널로 늘렸다.

쉽게 말해, 한 번에 오갈 수 있는 데이터 통로의 폭과 개수가 동시에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이 구조 덕분에 여러 연산 요청이 겹칠 때 발생하던 병목 현상이 줄어들고, 대규모 AI 연산에서 필요한 동시 접근 성능이 크게 개선됐다.

채널 구조 변화와 함께 명령을 전달하는 경로와 실제 데이터를 주고받는 경로를 분리한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이전 세대에서는 명령과 데이터가 같은 통로를 공유해 지연이 발생하기 쉬웠다면, HBM4는 이를 분리해 처리 지연을 줄이고 응답 속도를 안정화했다.

이는 대규모 언어 모델이나 고해상도 영상 처리처럼 연속적이고 복잡한 연산이 반복되는 환경에서 체감 성능 차이를 만들어내는 요소로 평가된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는 제조 공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HBM4는 기존처럼 DRAM 공정만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복잡한 입출력 구조를 갖게 되면서, 베이스 다이에 로직 반도체 공정을 적용하는 방식이 본격화됐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입출력 접점을 안정적으로 처리하고, 전력 효율과 신호 품질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에 HBM4 양산에서는 열과 압력을 동시에 가해 적층을 고정하는 TC 본더 같은 장비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적층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공정 오차가 수율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최근 SK하이닉스가 HBM4 양산을 염두에 두고 관련 장비 투자를 재개한 것으로 알려진 배경 역시, 이러한 기술적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업계에서는 HBM4가 향후 AI 가속기와 서버 시장의 성능 기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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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TC 본더#한미반도체#HBM4#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