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경제 리포트] 청년 ‘취업 늦고 주거비 비싸고’…생애 소득·결혼에 타격

음영태 기자

– 구직 지연과 주거비 부담, 청년의 생애경제에 영향

최근 청년층이 겪고 있는 고용 여건 악화와 주거비 부담 상승이 개인의 생애 소득 감소는 물론 국가적 차원의 저출산·성장 잠재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청년세대 노동시장 진입 지연과 주거비 부담의 생애 영향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청년세대는 통계상 고용률 개선에도 불구하고 노동시장 진입 초기에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5년 기준 첫 취업까지 1년 이상 걸리는 비율은 31.3%로, 2004년 24.1% 대비 크게 증가했다.

특히 졸업 직후 취업하는 비율은 17.9%에서 10.4%로 하락해 구직 기간 장기화가 뚜렷해졌다.

이재호 한은 거시분석팀 차장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로 인해 청년층이 구직을 미루는 측면이 있다. 또한 기업들의 경력직 선호와 수시채용 확대로 청년층의 구직 기간이 장기화되는 측면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구조적 요인에 더해 경기 둔화에 따른 양질의 일자리 감소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 ‘첫 취업’ 늦어지며 평생 소득 깎여

보고서는 노동시장 진입이 1년 지연될 경우, 향후 10년간 임금이 연평균 4~5% 낮아지는 ‘흉터 효과(Scarring Effect)’가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초기 구직 기간의 장기화는 인적 자본 축적 기회를 상실하게 하여 생애 전반의 소득 경로를 하향 조정하도록 영향을 미쳤다.

노동패널 분석 결과, 미취업 기간이 1년일 경우 5년 후 상용직 근무 확률은 66.1%였으나, 3년일 경우 56.2%, 5년일 경우 47.2%로 급락했다.

실질임금도 미취업 1년 증가 시 약 6.7%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이런 현상은 1990년대 초중반부터 2000년대 사이 노동시장 진입 과정에 어려움을 겪었던 일본 '취업 빙하기 세대' 또는 '잃어버린 세대'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라고 말했다.

▲ 소득 대비 과도한 주거비… 자산 형성의 ‘부익부 빈익빈’ 초래

보고서는 청년세대의 주거비 부담 역시 생애 자산 형성을 가로막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했다.

소득 대비 임대료 비중(RIR)이 높은 청년층은 저축 여력이 줄어들어 자산 축적 속도가 현저히 느려진다.

보고서는 과도한 주거비 부담이 청년들의 소비를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게 만드는 경제적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1인 가구가 빠르게 늘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이 월세 형태로 거주하고 있다.

그러나 청년들이 주로 거주하는 소형 비아파트의 공급 부족으로 월세가 급등하면서 이들의 주거비 부담이 크게 늘었다.

품목별 소비지출 비중을 보면 청년층의 주거비 지출 비중이 2000년 11.4%에서 2024년 17.8%로 크게 늘며 음식서비스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청년세대의 주택 임차료 과부담(소득 대비 월세 30% 초과) 가구 비중은 31.6%로 전체의 두 배에 달했다.

이처럼 주거비가 빠르게 늘면서 고시원 등 열악한 주거환경에 사는 청년 비율도 2010년 5.6%에서 2023년 11.5%로 증가했다.

분석에 따르면 주거비가 1% 상승할 경우 총자산은 0.04% 감소했으며, 교육비 지출 비중은 0.18%p 하락하는 등 자산 형성과 인적자본 축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특히 청년층의 부채 비중은 2012년 전체의 23.5%에서 2024년 49.6%로 급등했으며, 부채 대비 자산 비율은 5.6배에서 1.1배로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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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제공]

▲ ‘결혼 연기’가 저출산으로…인구 구조의 질적 악화 우려

취업 지연과 주거 불안은 결국 혼인 연령의 상승과 출산 기피로 이어진다.

분석 결과, 첫 취업 시점이 늦어질수록 첫 자녀 출산 연령이 높아지며, 이는 최종 완결 출산율(한 여성이 평생 낳는 자녀 수)을 낮추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주거비 부담 또한 혼인 결정에 음(-)의 영향을 미쳐, 청년들의 생애 설계 전반이 뒤로 밀리거나 무너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 일자리 질 개선과 주거 사다리 복원 필요

보고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완화, 기업 성장사다리 회복, 청년 일경험 기회 확대, 직업교육-교육 연계 강화를 고용정책의 핵심으로 제시했다.

이재호 차장은 "고용 측면에서 노동시장 경직성을 완화하여 이중구조를 개선하고, 주거 측면에서는 소형주택 공급 확대를 통해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해법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당장은 청년층의 일경험 지원사업과 최소한의 청년층 주거 안정을 위한 단기적 금융지원 강화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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