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제의 끝모를 추락이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고 기업들은 투자를 멈췄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지난해 12월의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사상 최악의 수치를 양산했던 전월의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더 나빠졌다. 수출과 내수의 동반 침체로 최악의 생산 감소율을 초래했고 소비의 감소폭도 커졌다.
생산과 소비, 투자에서 마이너스 통계 일색인 가운데 연말 '밀어내기' 발주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으로 건설 수주가 플러스로 돌아선 것이 눈에 띈다.
전문가들은 아직은 바닥이 아니라고 진단하고 회복이 늦춰지는 'U'자형 성장에 대비한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 생산 사상 최악..가동률 28년來 최저
12월 광공업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18.6% 감소해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40년 만에 최악이었다. 10월(-2.3%)에 감소세로 돌아선 이후 11월(-14.0%)에 보인 최악의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3개월째 마이너스가 이어졌다.
선박은 늘었지만 수출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반도체.부품(-42.8%), 컴퓨터(-35.0%), 자동차(-29.3%), 1차금속(-24.8%) 등 감소율이 20%를 웃돈 품목이 많았다.
출하도 15.4% 줄면서 석 달째 감소세를 이어간 가운데 내수(-15.0%)와 수출(-15.7%)의 낙폭이 전월보다 커지면서 나란히 15%대의 감소율을 보였다.
이는 수출.내수 부진으로 감산에 들어간 생산현장이 늘어난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재고조정이 이뤄지면서 12월 재고는 전월 대비 6.8% 줄었다.
재고율은 작년 7월부터 계속 상승해 11월(129.6%)에 1998년 11월(133.7%) 이후 10년만에 최고로 치솟았다가 12월(129.4%)에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12월 제조업 가동률지수도 20.7% 감소하면서 공장 돌리는 시간이 급감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62.5%로 1980년 9월(61.2%) 이후 최악이었다.
다만 서비스업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1.0% 감소에 그치면서 감소폭이 둔화됐다. 특히 전월 대비로는 0.4% 증가했다. 이에 따라 4분기에 0.3% 줄면서 작년 연간으로는 3.2% 증가에 그치며 2007년(6.4%)의 반토막이 됐다.
◇ 소비.투자 급랭..외환 위기 이후 최악
지난해 12월 소비 및 투자는 극심한 경기 침체의 여파로 1998년 외환 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을 보였다.
소비는 전월 및 전년 동월 대비 4개월 연속 감소했으며 설비투자와 건설 투자 모두 감소해 향후 경기 전망마저 어둡게 했다.
소비재 판매는 준내구재, 내구재에서 판매가 부진해 전월 대비 1.8% 감소했으며 전년 동월 대비로는 의복.직물, 승용차 등의 판매 부진으로 7.0% 줄었다. 전년 동월 대비는 1998년 12월 -7.3%를 기록한 이래 최저다.
4분기만 따져봐도 전분기 대비 5.8% 감소해 구매자들의 지갑이 그만큼 얇아지고 있음을 반영했다.
설비투자도 전년 동월과 비교해 1998년 11월의 -27.3%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기계류 및 운수장비 투자가 모두 줄어 작년 12월의 설비투자는 전년 동월 대비 24.1%, 4분기로는 전년 동분기 대비 16.8%가 감소했다. 그만큼 성장 동력이 꺼지고 있다는 신호다.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전월 대비 2.7% 하락하고, 향후 경기 국면을 예고해주는 선행지수 전년 동월비도 전월 대비 0.6% 감소해 한국 경제가 앞뒤로 막막한 상태임을 보여줬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선행지수 전년 동월비가 11개월째 동반 하락한 것은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 건설수주 7개월만에 증가
최악의 경기지표들 속에 향후 건설경기를 짐작할 수 있는 국내 건설수주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12월 건설수주는 정부 주도의 공사가 늘어나고 건설규제 완화정책에 힘입어 전년 동월대비 33.5%나 증가했다. 공공부문이 42.3%, 민자부문은 60.3%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고 민간부문도 25.2%가 늘었다.
토목이 81.9%나 늘어 건설수주 증가에 크게 기여했는데 이 가운데 기계설치 분야는 246.1%나 증가해 정부의 다양한 SOC 사업 촉진을 통한 경기부양이 시작됐음을 보여줬다.
건축부문은 14.3%가 늘었고 이 가운데 주택은 13.8%가 증가했다.
하지만 분기별로 보면 최근의 건설경기 부진 영향으로 4분기가 전년 동기 대비 3.7% 감소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12월 국내건설기성은 경상금액을 기준으로 할 때 전년 동월 대비 8.7% 감소, 당장의 건설경기는 여전히 부진을 떨치지 못했다.
◇ 전문가들 "아직 바닥 아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런 최악의 기록에 대해 아직 바닥에 도달한 게 아니므로 정부가 적극적인 내수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문가들은 2분기 또는 3분기에 경기가 저점 근처에 이를 수 있지만 이후에도 'V'자 형으로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L'자형 또는 'U'자형 성장에 대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은 "아직 바닥은 아닐 것"이라며 "1월에는 조업일수가 줄어 기술적 측면에서는 광공업 생산이 높게 나오기 힘들 것이며 수출도 세계 경기 둔화로 많이 줄고 있어 위축된 모습이 지속될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재 위기는 세계 경기 급락과 수출 수요 급감에서 발생하는 것이어서 국내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한정돼 있다"며 "내수 위주의 부양이 필요하며 통화 정책으로 자금을 많이 돌게 하고 재정 지출도 과감히 해야한다"고 말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현재 바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전월 대비로 보면 아주 급속도로 지표가 빠지고 있다. 경기 흐름으로 보면 1분기에는 안 좋을 수밖에 없고 2분기에는 바닥 언저리로 간다고 보면 된다"고 진단했다.
그는 "수출 감소는 어쩔 수 없지만 내수가 급격히 빠지고 있어 정부가 경기 부양을 과감하고 대폭적으로 해야 한다"며 "작년 하반기부터 이런 얘기가 나왔는데 위기의식을 느끼고 시작한 게 작년 말부터다. 지금이라도 상반기 중에 신속하고 과감하게 정책 대응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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