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박현주의 아트&톡톡]미술품 투자도 마라톤

이미지

“그림은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이나 통화가치 변동 등에 대한 가장 효율적인 헷지 수단이 될 수 있다. 최근 3년간의 고점 대비 40~60%까지 미술품 가격이 조정된 요즘 같은 시기가 되레 미술품 구입의 적기가 될 수 있다.” <미술품 전문 경매회사 K옥션 김순응대표>

미술시장에 다시 한 번 더 봄바람이 불 수 있을까? 최근 들어 경기회복 전망세에 힘입어 조만간 미술시장도 기지개를 켤 것이란 긍정론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국내 양대 미술품 경매사인 서울옥션과 K옥션 상반기 경매 낙찰률이 70%대를 회복하면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물론 서울옥션의 2007년 평균 낙찰률 76%, K옥션의 79.7%를 밑도는 수준이지만, 작년 평균보다는 10% 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낙찰 총액은 지난해 상반기(682억원)보다 46% 줄어든 315억원(서울옥션 208억, K옥션 91억, 아이옥션 11억원)에 그쳤다. 이는 그만큼 미술품 가격 거품이 빠지면서 저가 매수세가 대거 유입됐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술투자도 다른 투자와 마찬가지여서 ‘안정성’이 최우선이다. 작품이 시장에서 검증 받아 안정성이 담보된 ‘블루칩 작가’로 자리 잡기는 여간 쉽지 않다. 때문에 미술품 투자는 다른 분야에 비해 적절한 ‘타이밍’에 더해 진득한 ‘인내력’을 함께 겸비해야 한다.

한 작가가 시장에서 어느 정도 투자가치가 있다고 인정받으려면 보통 5년은 족히 걸린다. 소위 일반인에게 ‘이름’을 알리는 것은 1년 남짓도 가능하다. 그것을 대중적 인지도나 선호도라고 한다. 바로 이 점에 많이 속고 혼동하는데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다고 꼭 시장의 투자가치까지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경우처럼 브랜드 가치는 특정한 마케팅으로 인위적인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바른 미술품 투자 입문의 첫 시작은 그 작가가 얼마나 장기적인 비전과 내공을 갖췄는가 알아보는 것부터 시작된다.

현대미술의 변화속도는 눈깜짝할새 변하는 광케이블만큼이나 빠른 속도를 자랑하고 있다. 정확히 말해서 미술 자체의 변화보다 그 미술계를 둘러싼 주변 환경의 변화가 더 가속화 되는 상황이다.

불과 4~5년 전만 해도 미술판 역시 학연, 지연, 수상경력 등이 우선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딴세상이다. 지난 2~3년간 작품이 없어서 못 팔 정도였던 대전 목원대를 졸업한 김동유나 부산 동의대를 출신 최소영처럼, 특정 지방색은 단점이 전혀 되지 않는다. 이들을 먼저 주목하고 배팅한 곳은 국내 시장이 아니라, 홍콩 크리스티 경매라는 해외시장이었다. 이젠 국내는 전형적인 로컬마켓으로 치부되고, 점차 글로벌 마켓이 보편화 되고 있다.

실제로 홍콩크리스티 • 소더비경매 등에선 특히 한국의 젊은 작가들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5월15일 홍콩에서 열린 서울옥션과 K옥션의 경매 역시 신예작가들의 톡톡 튀는 다양한 작품이 외국 컬렉터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이미 국내에서도 인기작가로 꼽히는 도성욱 안성하 이호련 세오 이이남 권기수 이동기 강유진 박은하 이환권 등이었다. 또 홍콩 크리스티의 ‘아시안 컨템포러리 아트’ 경매에 참여한 홍경택 김동유 지용호 노상균 안성하 이병호 유현미 김현식 최영걸 황인기 김정향 홍성도 차명희 등도 주목할 작가들로 꼽혔다.

하지만 국내외 시장에서 검증된 인기작가라도 신중한 검토는 필수다. 지난 3년간 ‘그림=돈’ 이라는 아트테크 신조어까지 등장하는 등 호황을 구가하던 미술시장은 이제 거품이 빠지고 거래도 잠잠해졌다.

대박을 꿈꾸며 투자한 컬렉터들은 속절없이 떨어지는 작품값에 본전도 못건지는 건 아닌가 불안하기만 하다. 미술품투자도 ‘마라톤’으로 즐기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주식투자의 귀재 워런버핏의 “10년 이상 주식을 보유하지 않을 거면 단 하루도 보유하지 말라”는 충고는 미술시장에서도 유효하다.

박현주 열정의 컬렉팅저자/미술저널리스트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임금체계와 조직 문화의 갈등

임금체계와 조직 문화의 갈등

우리나라의 임금체계에 대해 논의하면서 가장 일반적으로 많이 언급되는 것은 임금의 연공성이다. 우리나라의 임금체계에서 연령이나 근속연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OECD 국가 중 근속연수에 따른 임금 상승률이 가장 높은국가에 속한다.

'태평양 쓰레기 섬'이라는 환상, 과학이 가리키는 진짜 범인은

'태평양 쓰레기 섬'이라는 환상, 과학이 가리키는 진짜 범인은

해양쓰레기 이슈에서 ‘거대 태평양 쓰레기 섬(Great Pacific Garbage Patch, 이하 GPGP)’은 가장 유명하지만, 그 실체는 오해로 가득하다. ‘Patch’는 ‘섬(Island)’이 아님에도, 대부분 발을 딛고 설 수 있거나 배가 못 지날 만큼 빽빽한 섬으로 착각한다. GPGP가 한반도의 16배 크기라는 이야기도 통용되지만, 실제로는 배를 타고 지나가도 보이지 않으며 인공위성으로도 식별이 불가능하다.

한국 기업문화와 노사관계의 기원

한국 기업문화와 노사관계의 기원

조직문화와 노사관계는 단순한 기업 운영의 요소의 수준을 넘어 한 국가의 경제적 역동성과 사회적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 요인들이다. 특히 한국은 급속한 산업화와 민주화, 그리고 글로벌화의 과정을 거치며 독특한 조직문화와 노사관계를 형성해 오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기업의 생산성과 혁신 역량 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삶의 질 그리고 사회적 갈등 수준에도 깊은 영향을 미쳐 오고 있다.

바다 뒤덮은 ‘하얀 재앙’, 스티로폼 부표 전부 교체해야

바다 뒤덮은 ‘하얀 재앙’, 스티로폼 부표 전부 교체해야

"여름철인데 바닷가에 하얀 눈이 내렸더라."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이 한마디는 우리 바다가 처한 비극적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한여름 해변을 뒤덮은 '하얀 눈'의 정체는 다름 아닌 스티로폼 양식장 부표 쓰레기다. 이들은 햇볕과 거친 파도에 쉽게 부서지며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