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임금체계에 대해 논의하면서 가장 일반적으로 많이 언급되는 것은 임금의 연공성이다. 우리나라의 임금체계에서 연령이나 근속연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OECD 국가 중 근속연수에 따른 임금 상승률이 가장 높은국가에 속한다. 초임 대비 근속 30년 차의 임금 수준이 EU 15개국 평균은 1.65배 수준이고, 우리 다음으로 높은 일본은 2.27배 수준인데, 우리나라는 2.95배 수준이다.
이로 인해 고령 근로자의 임금 수준이 높아져 기업에게 인건비 부담이 되고, 생산성과 괴리한 임금제도로 인해 기업의 경쟁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더 나아가 신규 채용 여력이 줄어 청년층 고용이 위축될 수도 있다. 이처럼 임금제도는 개인의 생계를 책임지는 중요한 수득 원천인 동시에 기업 활동의 성패와도 연결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제도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임금체계는 왜 이렇게 형성되었을까? 우리나라 임금체계의 기원은 한국전쟁 이후의 상황으로 돌아간다. 당시 우리나라는 전쟁으로 인해 대부분의 경제 기반이 파괴되었고, 새롭게 경제 및 기업 활동이 시작되었던 시기이다.
이러한 상황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하였던 일본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당시 일본은 전후에 경제가 급속하게 발전하였고, 노동시장도 불안정하여 임금 인상률이 20%를 상회하는 등 좀 더 안정적인 임금체계에 대한 요구가 높았다. 근로자의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생계비 확보를 위해 안정적인 임금체계에 대해 선호하였다. 이러한 노사의 수요로 인해 매년 특정 액수의 임금을 (당시의 상황에서는) 안정적으로 올리는 연공급 방식의 임금체계가 탄생하였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비슷하였기 때문에 비슷한 이유로 연공급적 임금체계가 도입된 것으로 보인다.
그 이후 일본은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근로자의 역량이 중요하게 작용하였고, 이에 따라 직능급을 도입하였고, 일본 버블 경제 붕괴 이후 기업의 지불여력이 떨어지자 조직에서 공식적으로 부여하는 역할(성과)에 따라 임금을 차등하는 역할급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하였다.
그 과정에서 1960년대와 1970년대에는 우리나라와 일본 모두에서 서구식의 직무급을 도입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으나 당시 양국 모두 경제가 고속 발전을 하는 상황에서 개인에게만 안정 지향적인 직무급을 도입하고자 하는 시도는 모두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하지만 다시 상황이 변화하여 양국 모두 경제구조가 고도화되고, 인구구조도 고령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다시 직무 중심 임금체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일본은 잡(job)형 임금체계라는 이름으로 임금 결정에 있어 직무의 가치를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중에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직무급으로의 전환이라는 방향성에는 어느 정도 동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직무의 가치를 반영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사회적으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임금은 일에 대한 보상이기 때문에 임금제도에 앞서 일하는 방식이 더 중요하다. 한 기업의 구성원들이 모여서 일하는 방식을 소위 ‘조직문화’라는 임금으로 부르기 때문에 이를 조직문화 관점에서 다루어보고자 한다. 우리나라는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루어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도약한 국가이고 이 과정에서 열심히 일하는 근로자의 역할이 중요하게 작용하였던 것은 분명한 사실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과거 출산율이 높았고, 동시에 교육열도 높았기 때문에 우수한 인적자원이 매우 충분하게 노동시장에 공급되었고, 이러한 우수한 인적자원의 공급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전략적 성공 및 성과와 결합하여 우리나라 경제를 급속하게 발전시켜 왔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우리나라 경제의 성공 스토리 이면에는 반성해야 할 부분도 존재한다. 먼저 우리나라의 일하는 방식의 특징이다. 그 동안 우리나라는 성실하게 일하는 장점은 있었으나 생산성이 주로 장시간 노동에 의존하는 단점을 지니고 있었다. 이로 인해 OECD에서 멕시코에 이어 2번째로 근로시간이 긴 장시간 노동 국가라는 오명을 받기도 하였다. 그 이후 여러 가지 다양한 노력으로 인해 최근에는 근로시간이 많이 짧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OECD 평균에 비해서는 연간 약 100시간 정도 많은 근로시간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근로시간은 상대적으로 왜 긴 것일까?
크게 2가지 정도의 문제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우리나라의 시간외 근무 제도가 장시간 근로를 조장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초과근로에 대한 보상은 소정 근로에 대한 보상을 기준으로 50% 정도를 더 추가적으로 보상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일부 국가들의 경우에는 이보다 적은 기준을 적용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반적인 초과근로 보상 기준은 50%이지만 단협 등으로 휴일근무 등에 추가적인 기준을 적용할 경우 200-300%까지 추가적인 보상을 받는 경우도 존재하였다. 이로 인해 두 번째 문제가 발생하였다.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소정 근로 시간에 업무를 최소로 하고, 추가근무를 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행동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 발전 초창기에는 기본급 수준도 낮았고, 기업의 일거리도 많아 소정 근로시간에 다 처리하기가 어려워 불가피하게 초과근로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이러한 방식으로 일하는 문화가 정착되다보니 소정 근로시간에 처리할 수 있는 일들도 의도적으로 미루어 초과근로 시간에 처리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제는 AI 등으로 인해 생산성이 급속하게 발전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에 집중적으로 일해 생선성을 올리는 것이 미덕인 시대가 되었다. 따라서 이제는 어떻게 효율적으로 일해 더 짧은 시간에 업무를 처리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조직 문화에서 나타나는 두 번째 문제는 보여주기 방식의 업무처리 방식이다. 실질적으로 일을 하는 것보다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더 노력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회의 시간이 상대적으로 긴 편에 속하는데 필요한 회의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회의를 위한 회의’를 하는 경우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보고서 작성의 경우에도 필요한 핵심 내용만 정리하기 보다는 일을 많이 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일부 불필요한 내용까지도 포함시켜 보고서를 두껍게 보이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개선이나 혁신 활동의 경우에도 진정한 혁신이라기보다는 혁신으로 보여주기 위한 활동들도 존재한다.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이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진단과 혁신 프로그램을 도입하지만 구성원들의 체감 변화는 미미한 경우도 많다. 외국의 우수 사례를 그대로 차용하거나 이벤트성 활동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아 직원들은 이를 “보여주기식 활동”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 문제는 수직적 의사결정과 소통의 부족이다. 여전히 많은 기업에서 상명하복식 의사결정과 부서 간 소통 부재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불투명한 평가제도와 권위적인 리더십은 직원들의 성취감을 떨어뜨리고, 조직 몰입도를 약화시킬 수 있다. 복지 확대나 사내 행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하는 방식 자체의 개선인데 이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소통 구조 혁신을 통해 수평적 협업과 투명한 평가제도를 통해 직원 몰입도를 높이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직무관리와 임금관리는 모든 기업 활동의 근간이다.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조직 문화를 만들어 내고, 이러한 환경에서 개인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발휘하도록 하고, 성과를 내면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우리나라에 고유한 조직문화가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여 성과를 창출하고 개인의 노력을 보상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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