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선욱 (해양쓰레기 전문 비영리 독립 연구소인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 대표)
해양쓰레기 이슈에서 ‘거대 태평양 쓰레기 섬(Great Pacific Garbage Patch, 이하 GPGP)’은 가장 유명하지만, 그 실체는 오해로 가득하다. ‘Patch’는 ‘섬(Island)’이 아님에도, 대부분 발을 딛고 설 수 있거나 배가 못 지날 만큼 빽빽한 섬으로 착각한다. GPGP가 한반도의 16배 크기라는 이야기도 통용되지만, 실제로는 배를 타고 지나가도 보이지 않으며 인공위성으로도 식별이 불가능하다.
2017년 ‘유엔이 GPGP를 국가로 인정하고 앨 고어가 1호 시민이 되었다’는 소동은 사실 시민단체의 캠페인이었다. AI 시대, 첨단 과학의 시대에 들어섰음에도 사람들은 이 보이지 않는 쓰레기 섬을 여전히 확신한다.
GPGP에서 쓰레기를 직접 수거하겠다는 한 비영리재단의 거대 프로젝트가 이러한 환상을 부추기는 면이 있다. 2013년 설립된 이 재단은 초기 기술 개발에 오랜 시간을 보낸 뒤, 2021년부터 오일펜스 같은 그물망을 GPGP에 띄워 수거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4년간 연간 수거량은 38톤에서 150톤 수준에 불과했다. GPGP는 대부분 그물코를 빠져나가는 미세플라스틱이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연간 부유쓰레기 수거량(5,000~10,000톤)이나 해안가 수거량(95,000~100,000톤)과 비교하면 극히 적은 양이다.
이들은 실상 2019년부터 GPGP보다 아시아 국가의 강에서 바다로 나가는 쓰레기를 수거하는 데 더 집중하고 있다. 전용 선박을 개발해 2019년 236톤, 2023년 6,400톤, 2024년 11,600톤을 수거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2040년까지 해상 플라스틱 90%를 제거하겠다는 홍보를 계속하고 있다. 누적 수거량만 공개해 연간 효율을 파악하기 어렵게 만들고, 투입 예산 대비 효율을 알기 어려운 점도 대중의 오해를 키운다.
약 800m 그물을 끌기 위해 거대 선박 2척이 24시간 화석 연료를 태우며 태평양으로 나아가 150톤 미만의 쓰레기를 수거해 오는 비효율을 인식한다면, 이 프로젝트를 지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어쩌면 대중의 인식을 바로잡기보다, GPGP의 쓰레기를 모두 해결하겠다는 슬로건이 투자자나 기부자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GPGP의 실체는 태평양 연안국들이 버린 플라스틱이 장기간 이동하며 쪼개진 ‘미세플라스틱 밀집 지대’이다. 과학자들이 ‘미세플라스틱 스프’나 ‘스모그’라 부르듯, 광범위하게 흩어진 이 쓰레기들은 사실상 수거가 불가능하다. GPGP에서 눈에 잘 띄는 쓰레기는 해상 어업 활동에서 나오는 폐어구 잔해들이다.
2009년 호주의 한 연구는 APEC 회원국들이 해양쓰레기로 인해 어업, 선박 운송, 관광 산업 등에서 입는 경제적 손실이 연간 12억 6,500만 달러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GPGP의 진짜 범인은 바로 태평양을 공유하며 막대한 혜택을 얻는 이 APEC 국가들이며, 우리나라도 포함된다.
태평양의 미세플라스틱 밀집지대에 대한 논란과 연구는 현재 진행 중인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배경이 되었다. APEC 내에서도 해양쓰레기 로드맵을 완성하고 국제 협력이 진행되고 있으나, 오염을 해결하기엔 갈 길이 멀다. 보이지 않는 섬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 핵심 해법은 육상과 해상 활동에서 바다로 쓰레기가 유입되는 것을 원천 차단하는, 이른바 ‘수도꼭지 틀어막기’ 전략이다. 우리나라는 APEC 국가 중 해양쓰레기 정책을 가장 활발히 펴고 있다. 이제 GPGP 오염원이라는 오명을 공유하는 회원국들과의 국제 공조로 이 전략을 구체화할 때다.








![[금융진단] 미 증시, 지정학 완화·빅테크 반등에 상승](https://images.jkn.co.kr/data/images/full/982892/image.jpg?w=288&h=168&l=50&t=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