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세계수영> 어설픈 관리가 박태환을 무너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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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챔피언이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박태환(20.단국대)이 침몰했다. 2009 로마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자유형 400m 예선 탈락에 이어 자유형 200m에서도 결승 진출에 실패하며 이틀 연속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자유형 400m는 박태환이 2007년 멜버른 세계선수권대회와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던 종목이다.

박태환은 자유형 200m에서도 멜버른 대회(동메달)와 베이징올림픽(은메달)에서 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는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온 박태환 자신에게 작지 않은 충격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 단계 더 성장할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박태환은 그동안 전담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훈련하면서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다.

이번 대회에서의 부진을 거울삼아 한국 수영의 간판선수를 보호하기 위한 좀 더 세심하고 장기적인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대표팀-전담팀 이원화 '예견된 추락'

결국, 그동안의 훈련 방식이 문제였다.

박태환이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에 오른 직후 스피도 전담팀이 꾸려졌다. 노민상 경영대표팀 감독과 떨어진 박태환은 전담팀에서 훈련하면서 2007년 멜버른 세계선수권대회 자유형 400m에서 한국 선수로는 대회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땄다.

이후 전담팀의 감독이 교체되는 등의 잡음 끝에 박태환은 지난해 초 다시 대표팀에 들어갔다.

그리고는 베이징 올림픽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이 끝나고 지난해 10월에는 SK텔레콤 박태환 전담팀이 출범됐다. 그런데 이번 전담팀에는 전담코치가 없다. 박태환은 전담팀과 올해 두 차례 미국 전지훈련을 하면서 데이브 살로(미국) 감독의 지도를 받았다. 국내에 머물 때는 태릉에서 노민상 감독의 지휘 아래 훈련했다.

문제는 이원화된 훈련을 하면서도 대표팀-전담팀 사이에 공조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민상 감독은 박태환과 전담팀이 올 초 미국에서 전지훈련을 했을 때 훈련 일지나 프로그램을 전혀 전달받지 못했다고 아쉬웠다.

전담팀은 전담팀대로 대표팀에서도 박태환만을 위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원한다.

또 전담팀은 박태환의 장거리인 자유형 1,500m 기록 단축에 중점을 두고 전지훈련을 실시한 반면 노민상 감독은 주 종목인 자유영 400m와 200m에 힘을 쏟아야 하는데 훈련 시간이 부족했다며 상반된 견해를 드러냈다.

이 같은 대표팀과 전담팀 사이의 부조화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박태환에게 돌아갔다.

박태환은 28일 오전(한국시간) 남자 자유형 200m 준결승에서 저조한 성적으로 결승 진출에 실패한 뒤 "나 하나를 두고 말들이 많으니까 나한테는 가장 큰 상처가 됐고 아팠다"고 말했다.

전담코치 없는 전담팀의 운영도 아이러니하다는 지적이다.

박태환 자신도 "전담코치 문제가 지금 가장 크다'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머리가 너무 복잡하다. 전담코치를 두는 것도 힘들다. 파벌이 너무 많은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놓았다.

◇올림픽 후유증.."동기 부여가 없었다"


박태환은 어린 나이에 많은 것을 이뤘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정상에 올랐고, 올림픽에서 금메달도 땄다. 그렇기 때문에 전담팀이든 대표팀이든 관계자들은 이번 로마 세계대회를 큰 고비로 여겼다.

 
박태환은 자유형 200m 결승 진출에 실패하고서 "세계적인 선수들도 올림픽 다음 해에는 성적이 좋지 못한 경우가 많다. 올림픽 때 성적이 안 좋았던 선수가 오히려 동기부여가 돼 기록을 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월드챔피언이자 2010년 런던 올림픽을 내다보는 박태환에게도 베이징올림픽 직후 열린 이번 대회가 큰 의미로 다가오기 어려웠을 수 있다.

하지만 주위의 관심과 기대가 크다보니 이번 대회를 준비하며 "꿈에 아나콘다가 나타났다"는 등 심한 심적 부담을 호소했다.

이번 대회 자유형 400m 예선 때는 앞선 경쟁자들이 좋은 기록을 내자 부담이 돼 처음 50m 구간에서는 어깨 움직임이 뜻대로 되지 않았고, 레이스 말미에는 복부 근육이 당기는 등 몸에 이상이 오기도 했다고 한다.

박태환은 "2005년부터 쉴새 없이 달려왔다"면서 "쉴 타이밍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이번 대회 끝나면 휴식을 취할 것이다. 몸을 업그레이드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리 맞은 매 "오히려 잘 됐다"


박태환의 가장 큰 목표는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대회 2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다. 박태환이 나이나 가능성을 보면 무리한 꿈은 아니다.

박태환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부정출발로 실격당하는 실패도 경험했지만 이후 거침없이 성장해 세계 정상의 자리까지 올랐다.

지금까지는 꼭대기를 향해 한단계씩 올라가는 처지였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경쟁자들의 견제와 추격을 뿌리치고 정상을 지켜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부진은 그런 점에서 박태환에게는 좋은 자양분이 될 것이다. 자신도 예선에서 탈락하는 일은 생각도 못했다는 박태환은 "앞으로 다시 정상에 오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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