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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 상대는 가장 친한 후배 임동현(23. 청주시청). 한국 선수 간의 맞대결이었지만 그동안 '2인자'에 줄곧 머물렀던 이창환으로서는 포기할 수 없는 승부였다.
4엔드 마지막 화살을 쏘고 승리가 확정된 순간, 이창환은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한국 양궁 남자 리커브대표팀의 이창환은 9일 오후 3시 울산 문수국제양궁장에서 펼쳐진 세계선수권 개인전 결승에서 임동현을 113-108, 5점차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4강전에서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빅토르 루반(우크라이나)을 꺾고 결승에 오른 이창환은 오진혁(28. 농수산홈쇼핑)을 제친 임동현과의 맞대결에서 1엔드부터 리드를 잡았고, 승기를 이어가 결국 정상에 우뚝 섰다.
지난 2007년 라이프치히 세계선수권 개인전 우승자 임동현은 대회 2연패를 노렸으나, 대표팀 선배 이창환의 우승에 따뜻한 포옹으로 축하를 건넸다.
경기체고 재학시절이던 2001년 중국 베이징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이창환은 이후 줄곧 국가대표 선수로 활약하며 2006도하아시안게임, 2008베이징올림픽 단체전 금메달을 차지하는 등 '단체전 전문궁사'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단체전에서의 숱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개인전과는 지독히도 인연이 없었다.
'개인전에서 잘 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경기마다 실력을 짓누른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각종 국제대회에서 자신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됐던 선수들도 막상 맞대결에서는 높은 점수를 기록하는 등 운도 따라주지 않았다.
주변에서 "왜 개인전에서는 못하느냐"며 질타가 쏟아졌다. 국제양궁연맹(FITA) 월드컵 개인전에서는 경기에 나서지 못한 채 동료들이 쏜 화살을 타깃에서 뽑아주는 '타깃 에이전트' 역할을 맡는 치욕을 당하기도 했다.
남몰래 눈물을 흘리며 절치부심한 이창환은 대회 전 입은 어깨 부상에도 불구하고 투혼을 발휘한 끝에 결국 개인전 정상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전날 획득한 남자 리커브 단체전 금메달은 개인전 성공의 덤과 같았다.
붉게 상기된 얼굴로 취재진과 만난 이창환은 "기쁘기는 한데 표현하기가 힘들다. 사실 아직도 머릿속이 하얗다"고 말했다.
눈가에 이슬이 맺힌 채 말을 이어가던 이창환은 "(마지막 화살을 쏘고 난 뒤) 많은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며 끝내 왈칵 눈물을 쏟았다.
이창환은 "그동안 (개인전 부진에)남몰래 많이 울었다. 개인전에서 좀 더 잘해보라는 격려를 들을 때마다 오히려 가슴이 아팠다"며 "하지만 우승을 하게 되니 그동안 참 바보 같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멋쩍게 웃었다.
사실 이창환은 이번 대회 기간 동안 임동현, 오진혁에 비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임동현은 대회 2연패가 기대됐고, 오진혁은 예선 신기록을 작성하며 쾌조의 컨디션을 보인 반면, 이창환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묵묵히 소화할 뿐이었다.
몸도 완전치 않았다. 지난 1월 손목부상으로 한달 간 활을 잡지 못했던 이창환은 세계선수권 개막 한달 전 어깨까지 다쳐 출전 여부 자체가 불투명했다.
이창환은 "경기 전후 코치로부터 마사지를 받으며 버텼다"고 설명했다.
이창환의 금메달 레이스에서 백미는 단연 루반과의 대결이었다. 루반은 베이징올림픽 개인전 결승에서 박경모(34. 공주시청)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선수였다.
이창환은 1엔드에서 트리플 텐(세 개의 화살이 모두 10점에 명중)을 기록,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루반은 1엔드 두번째 화살을 6점에 맞히는 결정적 실수를 범해 점수차는 크게 벌어졌다.
루반은 3엔드에서 트리플 텐을 성공시키는 등 맹추격전을 펼쳤지만, 이창환은 차분히 경기를 진행한 끝에 112-109, 3점차 승리를 거둬 관중석을 메운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이창환은 "루반이 베이징올림픽 당시 한국산 활을 사용했는데, 이번 세계선수권에서는 다른 활로 교체했다"며 "올림픽 금메달 획득 후 한국 활을 버리고 다른 스폰서를 찾아 활을 교체한 것에 자존심이 상했다. 이기고 싶었다"고 4강전에서의 남달랐던 각오를 소개했다.
루반을 꺾고 나선 결승전에 대해서는 "루반을 이긴 뒤 우승할 수 있다는 생각도 했지만, 친한 후배와의 맞대결이었기 때문에 내 기량만 발휘하자고 생각하며 편안하게 경기를 치렀다"고 밝혔다.
인터뷰를 마친 뒤 시상대 정중앙의 가장 높은 위치에 오른 이창환은 오른손을 번쩍 치켜들며 승자의 환희를 만끽했다. 금메달을 목에 걸고 태극기를 바라보는 이창환의 눈에서 눈물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동안 많은 눈물을 흘린 만큼, 이제 활짝 웃을 일 만이 남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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