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월 15일로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세계경제 위기가 꼭 1년을 맞았다. 위기 초만해도 지난 1930년대 대공황에 버금갈 충격이 예상된다는 우려와 공포가 급속히 확산되었다. 하지만 각국의 정책공조와 적극적인 경기부양으로 인해 다행히 최근 들어 여러 회복의 신호들을 보여 주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본격 회복이라 부르기엔 불안 요소가 더 많다.
이번 위기를 통해 향후 세계경제의 많은 부분에서 과거와는 다른 여러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무역부문도 예외가 아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지난 1년간 보호무역주의가 급속히 확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 해 9월 리만 브라더스 사태 발발 이후 11월 중순 제 1차 G20회담까지의 짧은 기간 동안 각국은 경쟁적인 보호무역조치를 양산한 결과 이 기간 동안 보호주의 조치수가 2007년 한해 동안의 조치수보다도많았다. 주범은 세계경기 침체에 따른 전세계 수입수요 감소지만 이러한 보호무역주의 조치들의 영향까지 더해져 올해 세계교역규모 증가율은 10%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위기의 진행과 극복과정에 있어 국제 통상환경상의 변화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우선 세계경기 회복 조짐과 더불어 국제통상에 있어서도 보호무역주의가 점차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 비록 아직까지는 신규 보호무역 조치수가 신규 무역자유화 조치수에비해두배이상많은것으로나타나고있지만, G20간 협력 등 여러 좋은 신호들이 잡히기 때문이다. 주요 통상국가이며 각각 선후진국 진영을 대표하는 미국과 중국의 협력도 한 요인이다. 미국은 무역불균형 개선 목적으로, 중국은 내수중심형 경제구조로의 안정적 이행을 위해 보호주의 타파가 필요하다. 실제 미국과 중국은 7월 양국간 전략경제대화(SED)를 개최, 무역과 투자 활성화 및 보호무역주의 타파에 협력하기로 했다. 또 G20 등 주요 통상국가들의 노력도 의미가 크다. 세계경제 위기로 인해 1년 이상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WTO DDA(도하개발아젠다) 협상 재개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무역자유화 부활을 위한 각국의 노력은 보호주의로 인한 정책효과가 다른 나라들의 보복성 보호주의만 부추겨 결과적으로 실익이 없었다는 자성에서 비롯된다. 결국 무역자유화만이 세계경제의 활력을 불러일으키는 데 유효한 수단이라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오는 9월 말 피츠버그 G20 회담 등을 통해 DDA 협상과 관련한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12월 코펜하겐에서 있을 제 15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가 결실을 거둘 경우 국제통상에 있어 환경이슈가 전면에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환경문제는 유럽연합(EU)의 주도하에 이미 현 교토협약체제에서도 무역과 연계되어 규제의 일환으로 작용해 오고 있다. 192개국이 참석할 것으로 보이는 이번 총회에서 포스트-교토협약이 전세계 국가들을 모두 규율대상으로 포섭하는 데 성공할 경우, 향후 미치는 파장은 매우 클 것이다. 실제 EU의 경우 오는 2012년부터는 1km당 130g 이상의 이산화탄소 배출 차량에 대해서는 탄소세를 부과할 예정이어서 수출업체들의 비용부담을 가중시키고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킬 전망이다. 미국도 이미 2006년부터 1갤론당 22.5마일 이상의 연비가 안 나오는 차들에 대해 탄소과소비세를 부과 중이다. 이처럼 환경문제와 관련한 규제조치는 무역에 있어 녹색 보호주의(Green Protectionism)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셋째, 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경제 위기의 시발이었던 만큼 급격히 늘어난 국가간 자본이동을 투명하게 규율 하기 위한 다자간 노력도 예상된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도덕적 해이와 파생금융상품 등 복잡한 금융상품들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규제를 강화할 것이다. 이러한 활동이 국가단위에서 이뤄지든 아니면 더 나아가 다자간 협정과 같은 형태로 진전될지는 모르겠으나 미국을 위시한 각국의 불건전 자본이동에 대한 통제 움직임이 예상되는 관계로 우리나라도 해외에 포트폴리오 간접투자를 하거나 제조업 시설 등 직접투자를 할 경우 강화된 법체계에 대한 준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근 신종플루(H1N1) 등 대유행 신종 질병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인한 통상제약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점에도 주의를 요한다. 과거 사스(SARS, 급성호흡기증후군), 조류독감(H5N1, Avian Flu) 등 인간을 위협했던 신종 질병들이 있었고, 이는 최근 신종플루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WTO가 집계한 신종플루 관련 각국 위생검역 차원의 통상규제 조치수는올 2사분기에만 30여 개 나라에서 39건이나 파악됐다. 주로 돼지고기 등 육류와 그 가공식품에 대한 통관제약 및 위생조치 강화의 형태였으나 향후에는 일반 제조품이나 사람의 이동에까지도 연관되어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새로운 통상제약 이슈가 될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 살펴 본 통상환경 변화에 따른 쟁점에 주목하고 세계경기 회복 이후를 서둘러 대비해야 할 때다. 향후 통상에 있어 보호무역주의는 약화될 것이지만 국제 통상환경이 위기 이전의 수준으로 회복되는 데까지는 상당히 긴 시간과 노력을 요할 것이다. 다만 이번 위기를 통해 보호무역주의의 정책적 실효성이 미약했고, 오히려 무역자유화가 경제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확산된 점은 위기를 통해 얻은 나름의 소득이다.
새롭게 부상할 통상이슈들은 기본적으로 중장기적인 준비와 실행을 요하는 문제들이다. 그렇다고 여유를 가지고 대처할 만큼 시간 여유가 많은 것도 아니다. 통상이슈의 속성상 시간과 노력의 장기화를 요한다 할 뿐이지 대부분은 이미 진행 중인 이슈들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와 해외사업을 하는 국내기업들도 DDA 협상 재개와 같은 새로운 통상이슈들이 무역과 연계되어 쟁점화 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환경과 투자 등 이후 새롭게 부상할 통상쟁점들을 재점검 해야 할 때이다.
홍석빈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사외(社外)필자의 논조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금융진단] 미 증시, 지정학 완화·빅테크 반등에 상승](https://images.jkn.co.kr/data/images/full/982892/image.jpg?w=288&h=168&l=50&t=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