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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아랍에미레이트(UAE), 캐다나, 중국 등 세계 곳곳에서 탄소제로 도시 프로젝트가 붐을 이루고 있다. 탄소제로 도시는 탄소중립 도시라고도 불리는데, 이산화탄소 순배출량이 ‘0’인 도시를 의미한다. 에너지 절감형 건물을 짓거나, 친환경 교통시스템을 도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탄소배출량을 최대한 줄이고, 그래도 발생하는 탄소는 나무를 심거나, 탄소배출권을 구입합으로써 상쇄하여 실질적인 탄소배출을 ‘0’으로 만드는 것이다. 또한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를 태워 만든 전기를 사용함으로써 발생하는 간접적인 탄소배출은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여 감축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탄소제로 도시가 늘어나는 배경은 무엇일까? 근본적인 배경은 물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기후변화의 주범인 온실가스의 80% 이상이 도시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저탄소 도시로의 전환이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기본 목적 외에도 프로젝트에 따라 다양한 목적이 존재한다. 예컨대 아랍에미레이트의 마스다르(Masdar) 프로젝트는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시장주도권을 강화하겠다는 목적이 있고, 중국의 동탄 프로젝트는 탄소제로 도시를 건설함으로써 ‘환경오염국’이라는 국가이미지를 바꾸어 보겠다는 의도가 있다. 뿐만 아니라 수백 년 동안 이어지는 도시의 수명을 고려할 때 초기 투자부담은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상당한 경제?비경제적 편익을 제공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세계 최대의 탄소제로 프로젝트인 마스다르를 살펴보자. 아부다비 인근에 2016년까지 총 220億 달러를 투입해 인구 5만 명 규모의 신도시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로 탄소, 쓰레기, 화석연료, 그리고 자동차가 없는 ‘4無의 도시’를 추구한다. 빌딩에너지효율화를 통해 탄소배출을 56% 감축하고,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24%, 폐기물을 재활용하거나 에너지로 변환함으로써 12%, 전기자동차 등 청정 교통시스템을 도입해 7%를 감축해서 궁극적으로 완전한 탄소제로 도시를 구현하겠다는 각오다. 이 프로젝트에는 수많은 녹색기술이 적용되는데 그 중 몇 가지만 살펴보면, 우선 기온이 높은 지역이기 때문에 건물 사이의 간격을 좁혀서 최대한 그늘을 확보하고, 바다에서 불어오는 해풍을 지하관로를 통해 냉각하여 도시를 식히도록 설계했다. 또 도시안에 자동차가 들어올 수 없도록 하고, 대신 세그웨이 등의 친환경 교통수단만 사용한다. 그리고 도시에 필요한 에너지는 태양광, 태양열, 풍력 등 100% 재생에너지를 통해 충당한다. 그런데 전술한 바와 같이 마스다르는 친환경 신도시 건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산업주도권을 장악하겠다는 목적도 함께 지니고 있다. 탄소배출의 주범인 석유를 수출해서 벌어들인 오일머니를 탄소배출 저감의 핵심인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해 '포스트 오일 시대'에도 에너지산업에서의 리더십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전략을 구현하기 위해 도시에 신재생에너지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한편, 전 세계의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나 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그런데 에너지 다소비국가이면서도 에너지의 대외의존도가 100%에 육박하는 현실,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국내외의 거센 요구 등을 고려할 때 탄소제로 도시는 사실 우리나라에 더 절실한 도시모델일 것이다. 더구나 앞으로 본격적으로 개막될 그린 컨버전스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서도 테스트베드의 역할을 할 탄소제로 도시가 필요하다. 실제로 우리나라도 최근 추진되는 다수의 신도시나 지자체 차원에서 탄소저감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국내 실정에 맞는 벤치마킹 모델이 없다는 점, 개별적으로 추진되다 보니 역량이 분산되는 점, 탄소제로 구현에 필요한 요소기술 뿐 아니라 이들 기술을 통합해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종합기획력이 부족한 점 등은 극복해야할 과제다. 그렇지만 잠재력은 충분하다. 탄소제로 도시의 기반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IT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신도시나 기업도시, 뉴타운 등 신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풍부하다는 것은 분명히 우리의 강점이다.
탄소저감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요구이다. 따라서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하여 기회로 활용하는 전략이 중요한데, 우선 탄소제로 도시를 국내 산업을 업그레이드하는 기반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탄소제로 도시 개발은 다양한 소재나 제품. 시스템, 서비스를 포함하는 복합시스템 사업이기 때문에 건설뿐 아니라 IT, 소재, 서비스 등 산업 전반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아울러 한국의 특성과 강점을 고려한 한국형 탄소제로 도시의 모델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컨대 한국의 강점인 IT와 그린기술을 결합하여 차별화된 도시모델을 개발한다면, 하나의 고부가가치 수출상품이 될 수도 있다. 한편 이러한 탄소제로 도시의 개발이 보다 활성화되고 체계적인 추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조성하는 것도 시급하다.
이안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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