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리뷰]막장인생 ‘뱃사람’이 전하는 화해와 용서의 메시지~ “평화를 원하노라!”

동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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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극장에서 20~30대 젊은 층이 아닌 40~50대 장년층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인생사를 깊이 있지만 진부하지 않은 연극으로 풀어냈다.

지난 8일 저녁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는 연극 '뱃사람' 프리뷰공연이 있었다.

가장 밑바닥 인생, 거칠고 망가진 50대의 막장 인생을 다룬 '뱃사람'은 크리스마스 이브를 배경으로 술에 찌든 다섯 남자가 밤늦게까지 술 마시고 카드게임을 하면서 오가는 대화 등을 통해 이들의 인생사를 풀어낸다.

술 때문에 실명하고도 술이라면 오금을 못 쓰는 리처드 하킨(이호재 분), 살면서 저지른 수없이 많은 실수, 착오와 범죄로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리는 샤키(이남희 분), '바람둥이', '날라리'로 보이지만 정 많고 가족에 대한 책임감도 있는 니키(이명호 분), 밝고 다정한 듯하지만 술김에 사기 쳐 다른 이의 인생을 망쳐놓고 또 술집마다 출입금지 당하는 아이반(이대연 분), 극 중 빼놓을 수 없는 우리 인생을 곰곰이 돌아보게 하는 악마 역 록하르트(정동환 분), 이들 5명의 연기파 배우가 펼쳐내는 인생 이야기에 마음이 찡했다.

크리스마스 이브 아침부터 티격태격대는 형제의 말다툼으로 극은 시작된다. 최근 시력을 잃은 술주정뱅이 형 리처드는 만사가 귀찮고 오직 술친구가 최고인 성격도 괴팍한 늙은이고, 동생 샤키는 형을 돌보려고 먼 지방에서 집에 돌아와 3일째 금주하느라 진땀을 흘린다.

전날밤에도 형과 그의 술친구 아이반은 술을 실컷 마셨지만 이들은 형이 크리스마스에 마실 술과 음식을 장만해야 한다고 고집하면서 마트에 간다. 음식을 사고 돌아온 형제는 집에서 쫓겨난 아이반의 방문을 맞고, 샤키의 전처와 현재 동거 중인 니키를 초대한 형에게 샤키는 큰 불만을 토한다. 정작 형제 사이의 갈등을 불러일으킨 문제의 인물 니키는 미스테리한 인물 록하르트라는 사람과 함께 도착한다.

늦은 밤 이들이 마신 술은 늘어가고 록하르트는 샤키의 지난 과거를 하나 둘 들춰내면서 "당신 영혼을 거두러 왔다"고 선언한다. 록하르트가 지적한 샤키의 과거는 술 마시고, 싸움질하고, 살인하고, 게다가 주인의 부인과 눈맞아서 바람나고, 되는 일 하나 없이 엉망진창인 인생, 샤키가 없어져도 아쉬워할 사람 하나 없을 것 같은 비참하고 초라한 현실에 샤키는 빼도 박도 못하고 무너져가기만 한다.

목숨을 건 마지막 한판 승부, 이 카드 게임에서 지면 샤키는 록하르트에게 영혼을 내줘야 한다. 결과는 록하르트 승. 이에 샤키는 자동환급기를 찾아 미지급된 20유로를 줘야 한다는 핑계를 대고 록하르트를 따라나서려고 하는데, 쌀쌀맞기만 하던 형은 샤키에게 20유로를 건네며 "메리 크리스머스, 선물이야. 됐냐? 이 돈 주고 넌 따라가지 마, 걱정되잖아"라고 하며 물보다 진한 혈육의 정을 드러낸다.

하지만 극적인 반전이 일어난다. 게임의 승자는 아이반이었던 것. 이에 록하르트는 샤키에게 "누군가 당신을 봐주는 것 같다"라며 "너희가 가지고 있는 마음의 평화가 내가 마지막 원하는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지고 쓸쓸히 떠나간다.

뜻밖에도 목숨을 건지게 된 샤키는 눈엣가시였던 니키에게 화해의 손을 내밀게 된다.

누구나 하나쯤은 있었을 법 같은 떠올리기조차 싫은 지난 기억, 차갑고 외로운 인생, 가족이나 친구의 배신, 사업의 실패 등등, 일에 쫓기고 관계에 치이는 우리에게 전하는 화해와 용서와 희망의 메시지를 통해 마음 따뜻한 가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공연개요>
일 시 : 10월 8일 ~ 18일/ 평일 8시/ 토요일 4시/ 일요일 3시/ 월요일 쉼
장 소 :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문 의 : 극단 컬티즌 02-765-5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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