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공연리뷰] ‘오페라의 유령’ 관객을 유혹하는 선율과 무대

신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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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초연 당시 7개월 동안 24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그 명성만큼이나 환상적인 무대를 선사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매력은 단연 아름답고 웅장한, 때때로 서정적인 감성이 물씬 풍기는 '음악'이다. 

프리마돈나로 거듭난 크리스틴이 팬텀을 생각하며 부르는 '생각해줘요(Think of me)', 크리스틴과 팬텀이 오페라하우스 지하세계에서 함께 부르는 '오페라의 유령(Phantom of the Opera)', 라울과 크리스틴이 오페라하우스 옥상에서 부르는 '바람은 그것 뿐(All I Ask of You)' 등 주옥같은 명곡들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20세기 최고의 극장 음악 작곡가로 불리는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당시 부인이자 초연에서 '크리스틴' 역을 맡은 사라 브라이트만을 위해 작곡한 곡이라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몰라도, 배우들을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고난도 음악을 듣고 있다 보면 작곡가가 배우를 얼마만큼 믿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또한 오케스트라가 무대 바로 아래쪽에 위치해 있어 생생한 라이브 음악을 선사, 관객들을 극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음악과 함께 제작비 200억원을 자랑하는 환상적인 무대는 관객에게 단 한 순간도 고개를 돌릴 틈을 허락하지 않는다. 

공연 시작부터 1톤 무게의 대형 샹들리에가 천장으로 올라가고, 관객들 머리 위를 스치며 떨어지는가 하면 무대 장식으로만 보였던 천사상이 팬텀을 태우고 공중에 떠다닌다.

오페라하우스가 공중에 뜬 거대한 계단으로 변해 팬텀이 크리스틴을 이끌고 가는 모습은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할 정도로 빠르다. 팬텀과 크리스틴이 계단 아래에 내려올 즈음 무대는 안개 자욱한 지하호수로 변모해 281개의 촛불 사이로 지나는 나룻배가 등장한다.

화려한 오페라하우스, 거대한 계단, 파리 하수구 밑의 음침한 지하세계에 이르기까지 웅장한 규모와 함께 빠른 무대 체인지를 보여주는 '오페라의 유령' 무대 메커니즘은 제한된 무대 공간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변할 수 있는지 증명한다.

특히 공연이 펼쳐지는 '샤롯데 씨어터'는 작은 무대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오히려 객석과 무대가 가까워 대극장 뮤지컬이지만 관객과 배우가 호흡할 수 있고 뮤지컬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잘 살릴 수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지난 2001년 초연 캐스팅으로 일약 스타로 떠올랐던 윤영석과 김소현, 또 양준모와 일본 극단 '사계' 소속의 최현주가 각각 팬텀과 크리스틴을 맡았다. 라울 역에는 홍광호와 정상윤이 등장한다.

8년 만에 다시 크리스틴을 맡은 김소현은 자신의 기량을 최대한 발휘한다. 파리 지하세계에서 팬텀의 요구에 노래를 부르는 김소현은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의 고음을 소화하며 관객들을 소름끼치게 했던 것.

또 '극중 극' 형식으로 등장하는 뮤지컬 속 오페라에서도 김소현의 연기력이 빛난다. '한니발'에서는 크리스틴이 프리마돈나로 거듭나는 모습이, '돈주앙'에서는 관객들의 시선을 빼앗을 만큼 유혹적인 모습을 선보인다.

이번 '오페라의 유령'에 새로 합류한 양준모의 연기는 에너지가 넘친다. 그는 극의 중간중간 등장해 무대를 휘어잡아야 하는 팬텀의 카리스마를 파워풀한 목소리로 드러낼 뿐만 아니라, 사랑의 상처에 아파하는 애틋한 감성도 절제 있게 표현해 낸다.

특히 양준모는 섬세한 연기를 통해 '천재 음악가'이자 일그러진 외모의 '괴물', '살인자'인 팬텀에게 인간미를 부여한다. 팬텀이 '돈 주앙' 무대에서 크리스틴의 상대 배우 피앙지를 죽이고, 처음으로 그녀와 한 무대에 서는 장면에서 양준모는 떨리는 손동작으로 팬텀의 긴장감, 설레임, 두려움 등을 표현한다.

수백 벌에 이르는 화려한 의상, 객석 위를 날아다니는 천사조각상과 대형 샹들리에, 수백 개의 촛불 사이로 미끄러지는 나룻배, 아름다운 음악과 생생한 오케스트라 음악, 최고의 기량을 뽐내는 뮤지컬 연기자 등 공연 내내 관객들의 눈과 귀는 지루할 틈이 없었다.

하지만 대극장 공연이 종종 그렇듯이 환상적인 무대에 팬텀과 크리스틴이 서로에게 느끼는 복잡한 심리는 별다른 설명 없이 묻혀버린다. 오히려 그 때문에 극이 끝나면 관객은 다시 한 번 19세기 파리 오페라 극장에 머물게 된다. 

한편,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2010년 8월 8일까지 11개월간 샤롯데 씨어터에서 공연되며, 최소 30만 이상의 관객이 공연장을 찾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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