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킬라'라는 단순한 단어로 '사모합니다', '안녕하세요', '잘 가세요', '등이 밝습니다', '잡아와', '죽여버릴 거야' 등 다양한 의사와 감정을 전달하는 부족, 그래서 '아킬라'라고 불리는 한 부족이 있다면...
지난 9일 한전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 로얄 뮤지컬 '아킬라'는 뮤직넘버를 제외한 모든 대사가 '아킬라', '아라', '아라킬라', '킬라 킬라' 등 단순한 단어만을 사용한 담백한 뮤지컬.
뮤지컬 '아킬라'는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으로, '아킬라(AkillA)'라는 단어는 A와 A 사이에 kill이라는 단어를 삽입한 조어로, '로'와 '주'의 사랑을 가로막는 잔인한 운명을 암시하기도 한다. 모계사회 족장의 딸 '주'와 족장의 견제세력인 제사장의 아들 '로'의 지고지순하고 운명적이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다룬 뮤지컬 속으로 빠져들어 보자.

아킬라 부족들이 모여 축제를 즐기는데 '로'와 '주'는 서로의 노랫소리에 이끌리어 가까이 다가가게 되고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다. '주'를 향한 그리움을 주체하지 못한 '로'는 주의 다락방을 찾아가게 되고 거기서 족장의 아들이자 '주'의 오빠이며 역시 '주'를 사모하는 '카'를 만나게 된다.
'주'와 '로'는 온갖 어려움 가운데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리고. 아킬라 부족은 비가 오지 않아 우물이 마르고 백성은 가뭄에 시달리게 된다. 이에 족장은 '강해져서 싸워야 한다'며 이웃 부족을 공격해 우물을 빼앗자고 주장하고 제사장은 기우제를 지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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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냥대회에서 늑대를 잡은 카가 주의 결혼상대로 결정되는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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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킬라 부족의 결혼식, 서로의 발에 입맞춤 |
사냥대회에서 늑대를 잡은 '카'는 부족 최고의 무력자로 인정받고 족장의 후계자가 될 '주'의 결혼상대자로 결정된다. 이에 '로'는 좌절하며 무릎을 꿇고, 제사장은 아들 '로'의 슬픔과 자신의 권력을 위해 '주'를 그 누구도 가질 수 없게 하리라 다짐, 가뭄으로 죽어가는 부족민들에게 순결하고 좋은 혈통을 가진 '주'가 기우제의 제물이 되어야 하늘이 비를 내려줄 것이라고 자극한다.
극을 보고 있노라니 우리 삶 가운데 결코 많은 언어와 표현이 필요했던 것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극 초반 대사가 너무 단순하여 난해한 부분도 있었으나 그래서 더욱 배우들의 표정과 연기, 가창력이 빛을 발했고, 관객들 또한 배우들의 하나하나의 표정과 말투, 억양에 더욱 집중하고 귀 기울일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아.킬.라'로만 모든 의사 전달이 가능한 부족, 어찌 보면 이것이 인간 본연의 모습이 아니었던가 싶다. 서로 사랑하면 눈빛 하나, 표정 하나만으로도 의사전달이 된다고 하지 않는가. 언제부터 인간과 인간 사이 마음은 멀어졌고 마음의 장벽은 높아져 하늘을 찌르고, 서로서로 통하지 못하는 세상이 되어버렸을까? 모든 이가 '나만의 성벽'을 높이 쌓아올리고 그 성곽 속에서 살아간다. 이것이 나를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라 믿으면서. 오다크, 히키코모리 등 단어가 이런 현상의 극단적인 표현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더욱 많은 매스미디어가 필요한 게 아닐까?




개인적으로 극 중 최고의 장면은 '로'의 친구 '푸'가 '로'를 구하려다 '카'의 창에 찔려 죽는 장면으로 꼽고 싶다. '카'와의 결혼을 앞두고 '주'는 마지막인 심정으로 '로'를 찾아가지만 이를 미행하던 '카'는 질투로 '로'를 죽이려다 그 친구 '푸'를 죽이게 된다.
불멸의 사랑을 한 남녀 주인공의 순수하고 절절한 사랑도 큰 감동으로 다가왔지만, '푸'가 죽는 장면에서는 가슴이 뭉클했다. '친구를 위해 목숨을 잃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이 없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평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는 '로'를 말렸던 '푸'이지만, 정작 친구가 생명의 위험에 처하게 되자 자신의 목숨으로 친구를 지켜내는 그 우정에 가슴이 찡했다.
이 대목에서 '로'의 솔로곡 'Good-bye My Friend' 역시 인상적이었다. '아킬라, 아킬라... 눈을 떠 나의 친구여 내게 말해줘 이건 꿈이라고' 바람이어도 좋아, 내 곁에 있어줘... 너의 슬픈 생명을 내 가슴에 새긴다... 나의 친구여 아킬라'
한편, 제물로 바쳐진 '주'의 죽음을 목격한 '로'가 자살을 택하는데, 이때 하늘에서는 번개가 치고 우뢰가 울며 큰 소나기가 쏟아진다. 과연 순결한 혈통을 타고난 '주'가 제물로 바쳐져서일까? 아니면 두 젊은이의 사랑에 하늘도 감동하여서일까? 아니면 인간의 무지와 살인과 쟁투에 하늘도 서러워서일까?(많은 사색을 하게 하는 장면이었다)



또 한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바로 무용수들의 춤 실력. 수준급 남녀 무용수들의 춤솜씨는 그야말로 변화무쌍하고 현란하다. 때로는 유연하게, 때로는 파워풀하게, 때로는 섹시하게, 때로는 서커스를 방불케 하는 이들의 모습에 그야말로 숨조차 제대로 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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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사장의 의식행사에 나타나는 혼 역의 모지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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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킬라'로 뮤지컬 배우로 데뷔한 슈퍼주니어 이성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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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부터 문혜원(주), 이성민(로), 김현(카) |
'노트르담 드 파리'의 스타 윤형렬과 문종원, 문혜원과 슈퍼주니어 이성민의 뮤지컬 데뷔작인 '아킬라'는 수많은 명곡을 쏟아낸 송시현 작곡가의 주옥같은 뮤지컬 넘버와 섬세한 연출, 서병구 안무감독의 안무가 만나 뮤지컬의 새로운 장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공연은 오는 11월 8일까지 계속된다. (공연시간 : 평일 오후 8시 / 토요일 오후 3시, 7시 / 일요일 오후 2시, 6시/ 월요일 공연 없음)
'아라, 아킬, 아킬라, 아라킬라~' 여러분은 읽고 있는가, 들리는 않는 마음의 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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