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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일보

부드럽기만 한 남자는 싫다? 대한민국은 지금 악동 열풍!

김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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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상하고 부드러운 남자들에게 여성들이 열광하던 건 모두 과거 이야기?

<겨울연가>의 ‘준상이’처럼 달콤한 남자주인공들이 점점 줄어들다, 급기야 2008년엔 TV드라마와 인가가요 속 주목 받은 남자주인공들이 대부분 까칠한 나쁜 남자였을 정도다. 지난 2008년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를 비롯해 ‘bad boy’를 외치던 레이니즘의 비, ‘넌 절대 바람 피지 말고 나만 바라봐’라고 한 빅뱅의 태양, 그리고 2009년에는 나쁜 남자가 소프트하게 변형된 매력적인 ‘악동남들’이 대한민국 문화계 중심에 있다.

2009년을 장악한 악동남의 대표주자는 드라마 <선덕여왕>의 비담(김남길 분). 대중들에게 더 많이 알려진 김유신, 김춘추 등의 남자주인공들을 모두 따돌리고,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캐릭터다. 윗사람 아랫사람 구분 없이 모두에게 반말을 하고, 스승님이 시키신 일도 몰래 몰래 남에게 떠맡기는 등, 제멋대로이고 자유분방한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쾌감을 주며 진중한 캐릭터들 사이에서 독보적인 매력을 발산한 것으로 보인다.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미남이시네요>의 ‘황태경(장근석 분)’역시 까칠한 나쁜 남자지만 귀여운 악동 기질을 드러내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3천 원짜리 핀을 10만원에 샀으니 10만원 짜리라고 우기거나, 여자라고 봐주지 않고 공갈공주 유헤이(유이 분)의 신발을 한강으로 던지거나, 소심한 감정 싸움에 여자인 고미녀(박신혜 분)를 상대로 배드민턴 경기에 열을 올리는 등, 까칠함 속에 숨겨진 장난기를 드러내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주었다.

예능계도 마찬가지다. 2009년 최고 인기 오락프로그램 중 하나인 KBS의 ‘천하무적 야구단’은 아예 악동들이 떼거지로 나온다. 가요계의 악동 DJ. DOC의 이하늘, 김창렬을 주축으로 임창정, 마르코, 한민관 등 장난끼 가득한 악동 연예인들의 집합체인 것. 야구를 진심으로 즐기는 가운데 이들이 발산하는 정제되지 않은 거칠고 자연스런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호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짐승돌’이란 신조어를 탄생시킨 남성그룹 2PM은,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 위 모습과 장난기 넘치는 평소 모습들을 동시에 노출하며 다양한 매력을 발산한 케이스. 타 남성 아이돌 그룹들과 달리 신비주의를 지양하고, 케이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통해 망가지는 모습을 서슴없이 보여주고 거침없는 장난들을 일삼아 가요계 新악동 계열에 선두주자로 떠오르며, 2009년 가요계를 장악했다.

2009년 대한민국을 사로잡은 악동 캐릭터의 대미를 장식할 캐릭터는 바로, 12월 23일 개봉을 앞둔 연말대작<전우치>의 악동도사 ‘전우치(강동원 분)’. 영웅캐릭터이긴 하나, 나라를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등의 전형적 히어로들과는 달리 천방지축 망나니다. 수행보다는 술, 여자, 풍류를 더 관심이 많고, 하늘 같은 스승님(백윤식 분)을 ‘노인네’라고 부르거나 요괴들과 싸움판을 벌여 소동을 일삼는 게 일상.

뿐만 아니라 여자들에게 농을 걸고 수절과부 보쌈까지 서슴지 않는 등, 도사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온갖 만행들을 서슴지 않는 악동 중의 악동이다. 전우치가 우리의 고전소설 속 인물이란 점도 화제가 되고 있는데, 홍길동, 일지매 등의 한국의 다른 영웅들과 달리 ‘따분한 대의명분을 논하지 않는 21세기형 신선한 캐릭터’라 호기심을 더욱 자극하고 있기도 하다. 자유분방한 모습을 마음껏 선보여 관객들에게 대리만족의 재미를 선사할 예정으로, 까칠함과 유쾌함을 두루 갖춘 안티히어로 전우치가 2009년을 대한민국을 장악한 악동 캐릭터들의 바통을 이어 받아 관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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