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공연리뷰] ‘시카고’ 올 블랙으로 인생의 맛을 낸 뮤지컬

마음의 색안경을 버리고 보면 모든 것이 보이는 블랙 코미디

동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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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순이, 최정원, 옥주현, 남경주... 이들이 올 블랙 패션으로 한 데 뭉쳤다. 가장 뜨겁고, 섹시한 무대 뮤지컬 '시카고' 위에서...

1920년대 미국 시카고의 어두운 뒷골목을 배경으로, 관능적인 유혹과 살인을 테마로 한 뮤지컬 '시카고'는 1975년 밥 파시(Bob Fosse)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후 1996년 연출가 월터 바비(Walter Bobbie)와 안무가 앤 레인킹(Ann Reinking)가 리바이벌한 작품이다.

한국에서는 2000년 초연 당시, 인순이, 최정원, 허준호, 전수경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2003년에는 영국 웨스트엔드 오리지널 공연팀이 내한공연을 가졌고 2007년부터는 매해 공연되고 있으며, 굳이 그 작품성이나 인기를 말하지 않아도 이미 관객들을 통해 입증된 작품이다.  

◈ 재즈오케스트라가 주 무대인 단순한 무대세트

뮤지컬 '시카고' 주무대세트는 재즈오케스트라. 무대 세트가 바뀐다거나 회전으로 돌아간다거나 그런 것도 없다. 그러나 이 간단하고 작은 공간이 때로는 교도소로, 때로는 록시의 집으로, 때로는 법정으로, 때로는 벨마와 록시가 공연하는 무대로 바뀐다. '시카고'는 굳이 록시의 방이 어떤지, 이들의 감방은 어떤 모양인지, 법정은 또 어떤 스타일인지 보여주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단조롭다거나 딱딱한 느낌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가끔 록시, 벨마, 등 사다리를 이용한 작은 공연은 보는 재미와 묘미가 짙다.

◈ 최고의 가창력과 연기력을 갖춘 실력파 배우들의 향연

가요계 디바 인순이, 그의 파워풀하고 폭발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가창력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안무에 있어서 전문적인 뮤지컬 배우만큼 뛰어나지는 못했지만, 그동안 갈고닦은 숨은 노력이 숨쉬는 춤실력으로 많은 박수 갈채를 받았다.

옥주현 또한 가수에서 뮤지컬 배우로 전향했지만 가창력은 물론, 연기력 또한 모두 인정받은 노력파. 옥주현의 록시는 때로는 귀엽고 섹시하며, 때로는 천방지축 같다. 또 때로는 꿈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얄미운 여인상으로 변하며 팔색조 매력을 뽐낸다.

◈ 올 블랙이 보여주는 눈부신 빛깔

뮤지컬 '시카고'는 그야말로 올 블랙이다. 거기에 색깔을 더한다면 화이트. 또 더한다면 조명을 통한 핑크나, 옐로우 정도라고나 할까.

그러나 벨마, 록시, 빌리는 물론, 교도소의 마마, 록시의 남편 에이모스, '여기자' 메리 션샤인 등은 모두 겹치는 캐릭터가 없다. '시카고'는 인간세상의 간통, 살인, 부패, 탐욕, 폭력, 욕망과 속고 속이는 배신 등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어느 특정된 인물을 향해 비난이나 조소를 던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 내면의 카멜레온 같은 모습을 서로 다른 각도에서 비추며 오색영롱한 빛을 발한다. 개인적으로 마마가 첫 등장신에서 부른 노래, 록시 남편 에이모스가 흰 장갑을 끼고 부른 독백 '미스터 셀로판', 빌리 역 남경주의 사랑 예찬론, 공정성 예찬론 등은 모두 깊이 인상에 남았다.

 

 

이 밖에 유쾌하고 흥에 겨운 재즈음악과 화려하고 절도있는 안무는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다만 여성 앙상블들의 의상이 조금 야했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인간은 이런 꿈, 저런 꿈을 좇아서 살고 있다. 그 꿈은 육체적인 혹은 정신적인 사랑, 명성, 재부나 권력 등 다양하다. 또 꿈을 위해 선택한 길, 방식도 가지각색이다. 따라서 더욱 복잡해지는 인간관계와 그 관계 속에서의 부대낌을 담아낸 뮤지컬 '시카고'는 눈에 보이는 것만 믿지 말라고 조언한다. 여기자 메리 션사인이 남자로 변하는 장면은 이 모든 것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한 장면이기도 하다.

한편, 뮤지컬 '시카고'는 오는 2월 28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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