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분석과 전망] 전환기 맞은 세계 석유화학 산업

정리=이민휘 기자

LG경제연구원 23일 발표
‘성장 모델 전환 모색하는 중동 석유화학 산업’│문상철 선임연구원

 

 

세계 석유화학산업이 전환기를 맞고 있다. 1,2차 세계대전 이후 지금까지 산업을 주도해 온 유럽, 미국, 일본 등의 석유화학산업이 완연한 성숙기에 접어든 반면, 중국, 중동 등 신흥국의 세력이 눈에 띄게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석유화학 산업에 있어서 중동의 막강한 영향력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반복되는 신증설 계획의 차질, 가동 중단 속출 등 문제로 중동의 영향력 확대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석유화학 산업에 있어서 중동의 영향력은 과연 한계에 다다른 것일까.
 
중동 석유화학 산업의 성장 모델
석유화학산업의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중동은, 사우디 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쿠웨이트 등 아라비아반도의 주요 산유국과 넓게는 이란 및 북아프리카의 리비아, 알제리 등이 포함될 수 있으나, 지금까지 적극적인 육성을 통해 석유화학산업이 본격 성장궤도에 진입한 국가들은 아라비아반도의 국가들이다.

이들 국가에서는 석유나 천연가스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수입이 전체 GDP의 약 50%, 정부 재정과 수출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취약한 경제 구조로 인해 중동 국가들은 유가 변동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중동 석유화학 기업들은 단기간 내에 자국 내 생산 능력 확대에 필요한 기술을 확보하고자 선진 기업들과의 합작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나, 기본적으로는 유기적 성장(Organic Growth)전략을 고수해왔다. 저가 에탄 가스에 기반한 파괴적인 원가 경쟁력은 차별적인 제품력이나 고도의 마케팅 역량 없이도 그 자체로 전세계 모든 시장에서 수출 경쟁력을 확보해주었으며, 그 덕분에 중동 석유화학 기업들은 30%를 상회하는 높은 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었다.

새로운 성장 모델 도입의 필요성
중동 석유화학 국가들의 수출형 성장 모델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값싸고 풍부한 원료와 함께 석유 경제가 장기간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믿음이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저가 원료의 확보가 더 이상 용이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신흥 개도국의 수요 급증으로 석유 자원의 고갈 가능성이 제기되고, 설상가상으로 화석 연료 사용을 억제하는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기존 성장 모델의 유효성에 대한 의문이 점진적으로 강해지고 있다. 중동 국가들이 석유화학 산업의 육성 방식 전환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중동의 가스 부족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매장량이 아닌, 가용 생산량에 주목해야 한다. 한편 중동 국가들에서는 발전용 연료에 있어서 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아 전력 수요 급증에 따른 가스 사용량도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며, 중동 산유국들의 유전 노후화에 따른 수반 가스 재주입(Re-injection) 필요량 증가도 중동 석유화학 산업의 원료 부족난을 가중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강력한 경제 성장 엔진의 확보 필요성 대두되고 있다. 아라비아 반도의 여러 산유국들은 최근 앞다투어 국가 비전 2030, 경제 비전 2030 등 장기 경제 개발 계획을 수립해 실행에 옮기고 있다. 석유화학 산업 이외에 중동 국가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가 극히 제약되어 있다는 현실적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중동 석유화학의 성장이 여기서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세계 경기 침체 속에서도 잇따르고 있는 중동 기업들의 해외 직접 투자 소식은 중동 석유화학 산업이 새로운 성장 모델로 전환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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