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김영선의 22세기 건강상식]존엄사와 자살

서울 속편한내과 김영선 원장

대법원에서 존엄사를 인정한 후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세브란스 병원에서 지난해 6월 23일 인공호흡기를 단 한 할머니에게 존엄사를 집행했다. 하지만 할머니는 의료진의 예상과는 달리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후에도 자가호흡으로 생명을 유지하다 올해 1월 10일 사망하였다. 이는 존엄사 집행 후 무려 6개월 이상 생존한 것이다.

이로 인해 존엄사 대상 및 존엄사 자체에 대한 논쟁이 다시 활발해 지고 있다. 전공의 시절 도저히 가망이 없다고 생각한 환자가 다시 좋아져서 퇴원하는 경우를 보면서 ‘생명이란 참 경외로 운 것이구나’라고 생각을 한적이 여러 번 있는데 이 일을 보니 다시 한번 그런 생각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주변에서 보면 법적으로 허용이 된 존엄사와 법적으로 허용이 안된 안락사를 혼동하는 분들이 많은데 과연 존엄사는 안락사와 무엇이 다른 것일까?

안락사(euthanasia)와 존엄사를 구별하는 가장 중요한 점은 죽음에 이르게 한 행위이다. 안락사는 불치병으로 아주 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환자나 회복이 불가능한 의식이 없는 환자 등에서 치사량의 약물이나 독극물을 주사하는 적극적 행동으로 환자를 죽음으로 이끄는 것이다.

즉 안락사는 치명적인 질병이 있다고 해도 그 질병으로 당장 죽지는 않을 환자를 독극물 주입 등의 적극적인 방법으로 직접적으로 죽음으로 모는 행위로, 이 경우 죽음에 이르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질병이 아닌 독극물 주입이 된다.

이에 반면해 존엄사는 불치의 병으로 회복이 불가능한 환자가 인공 호흡기와 같이 인공적으로 생명을 연장시키는 치료를 통해 생명을 연명할 때, 이러한 인공적인 치료를 중단함으로 서 질병에 의해 자연적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존엄사도 생명을 연명시킬 수 있는 치료를 중단해서 죽음에 이르게 방치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극적 안락사(passive euthanasia)라고도 부른다. 즉 안락사는 적극적 안락사(active euthanasia)와 소극적 안락사로 구분을 하는데 일반적인 안락사는 적극적인 안락사를 말하는 것이고 존엄사는 소극적 안락사를 말하는 것이다.

현재 적극적 안락사는 종교적이나 의학적 입장에서도 허용되지 않거니와, 법률적인 입장에서도 허용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적극적인 안락사를 시행한 경우라면 살인죄에 해당이 된다.

우리나라의 첫 존엄사 집행 및 그 후 과정과 결과로 인해 삶과 죽음에 대해 사회적으로 많은 논의가 이루어 질 것 같다. 이러한 존엄사에 대한 논의를 통해 진정 우리가 얻어야 하는 것은 고귀한 생명의 소중한 가치와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경제적 불황과 여러 가지 개인 문제 등으로 사회적으로 소외되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특히 최근에는 사회 지도층에 해당되는 분들도 자살을 선택하여 사회적으로 많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오죽하면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가지고 있을까.

존엄사가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한 것이라면 자살은 ‘자신의 생명에 대한 가장 가혹한 죽음’으로 남아있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평생 치유될 수 없는 커다란 상처를 남긴다. 따라서 현재 우리가 보다 필요로 하는 사람은 존엄사를 집행하고 사람들의 질병을 치료하는 소의(小醫)가 아닌 어렵고 복잡한 문제들이 만연한 병든 우리 사회를 치료해 사람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만들 수 있는 대의(大醫)인 것 같다. 

김영선 원장(서울 속편한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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