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리뷰]<사나이 와타나베>장항준표 코미디 비극이 결말 “인생은 한 번뿐이야!”

동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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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이터를 켜라', '불어라 봄바람'의 장항준 감독이 연출을 맡아 화제를 모으고 있는 연극 '사나이 와타나베… 완전히 삐지다'가 서울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공연 중이다.

이 작품은 영화감독의 연극 연출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감독, 무대로 오다> 시리즈의 류장하 감독 '엄마, 여행갈래요?', 허진호 감독의 '낮잠'에 이은 세 번째 작품이다. 일본 최고의 영화 감독이자 배우인 '기타노 다케시'를 모델로, 삼류 영화감독이자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 '박만춘'이 한국계 야쿠자 보스이자 세상 최대의 삐질이 '와타나베'의 일대기를 영화로 만들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룬다.

▲ 왼쪽부터 백인철, 최필립
▲ 왼쪽부터 백인철, 최필립

◆ 영화로 얽힌 두 남자 이야기

연극 '사나이 와타나베'는 영화 감독이 되고자 했지만 야쿠자 보스가 된 와타나베와 진정한 예술을 꿈꾸지만 삼류감독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박만춘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영화 감독은 되지 못했지만 자신의 인생을 영화로 남기고 싶어하는 와타나베와 영화는 예술이라며 자존심을 세우지만 1억원이라는 출연료에 한국계 사업가의 인생을 다룬 저예산 영화제작을 받아들이는 만춘, 두 사람의 이야기다. 

▲게이샤의 미모에 기겁하는 만춘이...
▲게이샤의 미모에 기겁하는 만춘이...

◆ 사나이 와타나베 완전히 삐치다

제목에서도 꼬집었듯이 와타나베는 잘 삐친다. 짧게는 2달에서 30년, 사람에서부터 애완견까지... 삐치는 기간도 대상도 상당히 가지각색이다. 잘 삐치는 게 다만 와타나베만의 성격일까? 이걸 통해 장항준 감독을 무엇을 말하려고 했을까?

최고의 사나이 야쿠자 보스 와타나베, 그런 그가 쉽게 삐친다? 그것은 아마 자존심 때문? 애정결핍 때문? 나만 따를 것이라고 굳게 믿었던 애완견이 아무에게나 꼬리 젖고 품에 안기고... 그런 애완견에게 삐친 와타나베는 자존심이 상한 걸까? 애완견에게 배신감을 느낀 걸까? 인간의 복잡한 심리를 전부 다 알 수는 없다.

▲ 만춘이 와타나베 앞에선 언제나 고양이 앞의 쥐다...
▲ 만춘이 와타나베 앞에선 언제나 고양이 앞의 쥐...

박만춘도 자존심에 있어서 둘째 가라면 서럽다. 영화에 대한 소신과 고집이 있는 만춘. 배를 곯고 옷을 헐벗더라도 돈 때문에 영화에 대한 자존심을 버려서는 안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하지만 2만7000명 관객을 동원한 자신의 작품 결말 색채에 대해 와타나베가 지적하자 만춘은 발끈 한다. 그에게는 이러저러한 이유와 해석이 있다. 하지만 만춘은 마지막에 "전 색맹입니다. 감독으로서 결격 사유인 것을 알고 있습니다만..."이라고 고백한다. 이 또한 한 사나이의 자존심과 영화에 대한 애착이 아닐까? 아니면 불필요한 고집인가?

◆ 코미디 속 풍자와 해학 "인생 오직 한 번뿐이야!"

이 연극은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폭탄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유쾌하고 통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가끔 튕겨나오는 '박중훈, 안성기, 기무라타쿠야, 장항준 감독' 등 배우나 감독의 이름이나, 만춘이 선배를 향한 소심한 욕설, 게이샤의 등장, 와타나베의 삐칠이 성격, 와타나베와 만춘의 신경전, 집사의 이중적 성격 등등...

그러나 극은 자칫 원초적 유머나 웃음으로 끝날 수 있었지만, 장항준 감독은 이 극을 통해 한 인물의 인생 일대기를 통해 희노애락을 되새길 수 있는 기회를 던져준다.

▲ 와타나베(기주봉)가 뜯어고친 시나리오를 두고 만춘(정은표)이 한소리 한다.
▲ 와타나베(기주봉)가 뜯어고친 시나리오를 두고 만춘(정은표)이 한소리 한다.

와타나베는 열 살 어린 나이에 아버지의 지긋지긋한 그늘에서 벗어나고자 술에 양잿물을 타 아버지를 독살한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인생을 바꿔보고자 야쿠자가 되지만 엄마의 외면을 받고 홀로 외로운 인생을 살게 된다. 그런 그의 내면은 후회와 회한으로 가득하다. 인생을 되돌릴 수 있다면 절대 그 야쿠자 보스의 차에 타지 않을 거라고... 그래서일까? 와타나베는 영화를 통해서만이라도 자신의 실제 모습과 정 반대인 영웅을 그리고, 영웅으로 영원히 사람들 마음 속에 남아있길 원한다. 이 몸은 죽어 다시 바다로 돌아간다 할지라도. 그래서 '와타나베 제작, 와타나베 투자, 와타나베 각본, 와타나베 주연'이라는 최고의 졸작이 완성되기 일보 직전이다.

▲ 와타나베의 최후
▲ 와타나베의 최후

극이 여기서 끝난다면 오히려 사색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장항준 감독은 와타나베의 죽음을 그림으로 극을 결말 지었다. 그것은 바로 "인생은 한 번뿐이며 인생은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못박았다. 시종일관 웃기기만 할 것 같은 장항준표 코미디의 결말은 인생의 씁쓸함에 대한 '비극'으로 끝난 것.

◆ 김C의 첫 연극 무대 도전 

이번 연극을 통해 김C는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도전한다. 그것도 하나의 역할이 아닌 집사, 박만춘의 선배 박중훈, 게이샤, 자객 등 1인4역을 소화하는 멀티맨. 김C의 연기 신고식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자기의 색깔로 4개 배역을 잘 소화했다는 평이다. 김C는 때로는 까칠하게, 때로는 능청스럽게, 때로는 난폭한 모습을 보이며 관객들에게 그 자체만으로 큰 웃음을 선사했다. 다만 게이샤 연기에서는 스스로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며 첫 연기도전이라는 미숙함을 드러냈지만 그런 모습이 더더욱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서로 다른 색깔의 연기파 배우 기주봉·백인철, 정은표·최필립의 더블캐스팅과 멀티맨 김경범·김C·이준혁의 트리플 캐스팅으로 골라보는 재미도 쏠쏠한 연극 '사나이 와타나베 완전히 삐지다'는 오는 6월 6일까지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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