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드라마 33년 운군일PD, 희망·사랑 남기고 떠납니다

불의의 사고로 청력을 상실한 남자, 사채에 삶을 송두리째 빼앗겨 버린 여자, 태풍으로 남편을 잃고 딸과 함께 사는 또 다른 여자.

보통사람보다 못한 삶을 사는 이들이 행복한 생을 이루려 노력한다. 남을 구원한다는 것은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하고 자기 한 몸 추스르기도 벅찬 남녀들이 서로를 구원한다. 또 다른 작은 기적을 일으킨다.

SBS가 소외계층 지원 캠페인 ‘희망TV’ 주간에 특별 방송하는 드라마 ‘사랑의 기적’(연출·극본 운군일)이다.

해군 UDT 출신으로 스쿠버다이빙 기술로 수중 폭파작업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다 사고로 청력을 잃어버린 ‘봉달’(정유석·38)과 봉달의 도움으로 사채업자의 덫에서 벗어나지만 심장병으로 사랑을 이루지 못한 채 죽는 ‘순옥’(한여운·26), 봉달의 고향인 통영 후배로 봉달과 순옥을 후원하는 ‘박미자’(황미선·43)가 얽힌 이야기다.

운군일(58) PD는 30일 경기 일산 제작센터에서 “돈이 없다는 것 하나로 인생의 벼랑 끝에 선다면 어떠할까와 몸과 마음의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딜레마를 한꺼번에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런 두 가지 상황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구원받아야 하는지를 생각해보니 서로 모자라지만 힘을 합쳐 사랑하고 배려해주는 것이 필요하더라”며 “장기를 기증하는 사람들도 어떻게 보면 살아있는 천사가 아닌가 한다. 이런 사람들이 좀 많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1977년 TBC PD로 출발한 운 PD는 6월30일 퇴직을 앞두고 있다. ‘사랑이 꽃피는 나무(1988)’, ‘두려움 없는 사랑(1992)’, ‘꿈의 궁전’(1997), ‘황금 신부(2008)’ 등을 연출한 그가 SBS에서 연출하는 마지막 드라마다.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에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33년 동안 오로지 드라마 연출을 외길로 했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축복”이라며 “더 이상의 기쁨, 미련, 한도 없다”고 털어놓았다.

드라마는 운 PD가 극본을 집필해 받은 극본료를 내놓는 것을 시작으로, 배우들도 출연료 전액을 장애인 단체에 기부한다. 스태프들은 대거 무보수 단역으로 출연하며 재능을 기부했다. 방송 전까지 출연료 등을 모아 청각·시각 장애인들의 수술을 위해 각 단체에 전달할 예정이다.

한여운은 “좋은 작품, 욕심나는 작품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기도를 하고 있었는데 마침 출연 제의 전화가 왔다”며 “너무 좋아 흔쾌히 받았다”고 밝혔다. 정유석과 황미선도 “연기라는 능력으로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도록 도움을 준다는 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사랑의기적을 통해 보는 사람들에게도 이런 마음이 전이가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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