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e스포츠협회 "10년간 블리자드 마케팅 했냐"…억울함 호소

"10년동안 우리가 블리자드의 마케팅을 해 준 것이냐?."

최원제 한국e스포츠협회 사무총장은 31일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긴급기자회견에서 이같은 말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날 한국e스포츠협회는 블리자드가 지난 24일 곰TV와 스타크래프트2의 독점계약을 체결한 것과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e스포츠는 어떤 개인이나 어떤 기업의 소유가 아니라 e스포츠를 사랑하고 응원하는 팬들과 노력해온 선수들의 것"이라며 "단순한 게임에서 선수, 게임단, 방송사 등 관련 주체들의 스포츠화 과정을 통해 관람형 스포츠로 대중화된 e스포츠는 특정기업의 사유물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팬들의 비난이 한국e스포츠협회로 쏠리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협상 과정에서 블리자드가 무리한 요구를 했지만 그 사실을 밝히기 어려웠고, 우리가 잘 해결해서 매듭지으려고 했다. 만약 블리자드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언론플레이를 했더라면 반대의 상황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제 사무총장은 "그동안 팬들의 불신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세한 협상내용을 밝힐 수 없었기에 협회가 해법을 내놓지 못했었다"며 "진정성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앞으로의 전개과정에 초첨이 맞춰진 가운데 누가 먼저 원인을 제공했느냐는 문제에도 관심이 쏠렸다.

업계에 따르면 블리자드는 협회가 비밀유지협약(NDA)을 파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곰TV와 계약을 체결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협회의 입장은 다르다. 블리자드가 먼저 일방적인 통보를 해옴으로써 뒤통수를 맞았다는 것이다.

이날 최 사무총장은 "협회는 그동안 협상파트너에 대한 존중으로 협상내용에 대한 비밀을 지켜왔을 뿐 NDA는 체결한 적이 없다"며 "NDA가 있었다면 지난 4월 말 블리자드가 국내의 한 매체를 통해 일방통보를 한 것이 먼저 위반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실제로 블리자드는 지난 4월 말 한 언론매체를 통해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할 것을 통보했다. 즉 협회의 주장에 따르면 무리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계약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해법을 찾고 있는 과정에서 블리자드에게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이에 협회는 '사면초가' 상황에 처하게 됐고 어쩔수 없이 계약 내용을 공개하고 나선 것이다.

협회는 자료를 통해 "블리자드가 e스포츠의 안정적 리그운영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게임사용 기간을 1년으로 제한하고, 스폰서 유치 및 마케팅 계획, 방송계획 등 리그 관련 모든 운영 활동에 대한 사전 승인과 함께 스폰서십, 중계권 등 모든 수입에 대해 게임사용료 이상의 로열티 및 서브 라이선스 비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또한 "더 나아가 구단, 선수들의 실연과 방송, 중계기술 등 고유자산의 결합을 통해 생산되는 2차 저작물인 경기 콘텐츠에 대한 소유권, 협회에 대한 회계 감사 권한 등 원저작자로서의 권리를 넘어선 무리한 요구 사항들을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리자드의 한정원 대표는 이를 두고 "계약을 하지 않은 내용을 이야기하는 것은 상식에서 벗어난 일"이라며 "협상은 계속 이야기를 하면서 조율하는 것이지 구구절절 그렇게 밝히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반면 최 사무총장은 이날 "NDA는 원래 존재하지 않았다"며 "블리자드는 자꾸 협회가 NDA를 파기했다고 비난하는데 NDA가 있다면 먼저 그 문건을 공개하라"고 말해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또한 한국e스포츠협회는 블리자드가 주장한 협회 사무국과 게임단의 마찰에 대해서도 터무니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 사무총장은 "사무국이 게임단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얘기는 말도 안된다"며강력하게 부인했다.

아울러 "다른 나라에서는 2000년대 초반에 이미 게임으로서의 수명을 다한 스타크래프트를 한국의 선수들과 게임단, 팬들이 e스포츠 종목으로 발굴 육성해 왔다"며 "e스포츠 대표종목인 스타크래프트 리그의 활성화로 매출 증대와 세계적인 명성을 얻는 등 e스포츠 발전의 최대 수혜자이면서도 그 동안 별다른 지원 활동을 안하던 블리자드가 지적재산권을 내세워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이 협상 파행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한국e스포츠협회는 12개 프로게임단과 함께 블리자드의 일방적 협상중단 선언 및 그래텍과의 독점 계약 발표와 관련해 블리자드에 공개적으로 3개 항목에 대해 질의했다. ▲게임제작사가 게임단과 방송사, 협회 등 유관기관의 경영까지 간섭하고 소유권을 과도하게 주장하는 것이 정당한지 ▲ 사실상 최대 수혜자이면서도 리그 초창기에는 침묵하다가 뒤늦게 지적재산권을 들고 나온 의도가 무엇인지 ▲ 협회와 게임단 대표가 공동으로 협상에 임할 시에는 응할 의향이 있는지 등 3개 항을 공개적으로 질의했다.

최 사무총장은 블리자드의 무리한 요구에 대해 "지난 10여년간 한국 e스포츠발전을 위해 땀과 열정을 쏟아온 많은 선수들과 게임단, 팬들의 존재를 원천적으로 무시한 처사"라며 "이에 12개 게임단이 힘을 모아 강력히 대처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국e스포츠협회는 향후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 그는 "블리자드나 그래텍이나 어느 기업이라도 모두 협상에 응할 용의가 있다"며 "우리의 진정성이 언론을 통해서 알려진다면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입장차이는 큰 상황이다. 스타크래프트를 공공재로 보느냐 사유재로 보느냐의 문제다. 블리자드는 공공재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한국 e스포츠협회는 아직 출시되지 않은 게임이지만 공공재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이다.

최 사무총장은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e스포츠가 스포츠로 가능 과정에 있다"며 "저작권자가 과도하게 권리를 행사하는 방향으로 가게 된다면 e스포츠 종목을 개발한 모든 게임사에서 관여를 하려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e스포츠 선수들이 선수로 인정받을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울러 "지적재산권자로써의 요구를 넘어서는 요구라면 강경하게 맞설 계획"이라며 "공공재로 인정하고 다른 부분에서 제공하는 이익을 지적재산권자로 향유하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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