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음식 복원, 먹거리 세계화 앞장
유무형문화재 분야 특성화 대학으로 성장
소나무 숲이 참 아름답다. 경주대학교 캠퍼스는 경북 경주시 효현동에 자리잡고 있다. 소나무 숲 속에 둥지를 틀고 있다. 자연과 하나된 캠퍼스다. 예로부터 소나무는 십장생의 하나로 장수(長壽)를 나타낸다. 비바람·눈보라의 역경 속에서 푸른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꿋꿋한 절개와 의지를 상징하고 있다. 꿈에 소나무를 보면 벼슬을 할 징조이고, 솔이 무성함을 보면 집안이 번창하며, 송죽 그림을 그리면 만사가 형통한다고 했다. 그만큼 소나무는 우리에게는 친숙하다. 유럽에는 '오크(Oak)'문화가 있고 지중해에는 '올리브(Olive)'문화가 있다. 한국에는 바로 '소나무' 문화가 있다. 천년고도 신라의 이미지도 바로 '소나무' 문화를 떠올리게 한다.
솔 향내가 물씬 풍기는 경주대학교 이순자(61) 총장을 만났다. 이순(耳順)을 넘겨서인지 흰머리가 인생의 경륜을 말해준다. 소박한 옷차림이다. 사사로운 감정이란 느껴지지 않는다.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는 소통과 배려의 따스함으로 들린다. 하지만 6남매를 키운 어머니로서 강인함과 카리스마가 몸에 배어 있다는 느낌이다.
"하루 12시간 이상을 캠퍼스에서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즐겁게 학교를 다닐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대학의 존재 목적은 행복한 캠퍼스 생활을 통해서 건전한 사회인을 양성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총장은 국내에 몇 안되는 여성 총장으로서 학생을 대할 때 꼭 자신의 자녀들 대하 듯 한다. 학생들에게 직접 밥을 퍼주는 총장으로도 유명하다. 이 총장 자신이 '학교 식모(도우미)'라고 서슴치 않게 말할 정도다. 캠퍼스를 돌며 청소도 하고 구석진 곳을 살핀다. 아무런 수식어가 필요없다. 학생들이 다니고 싶어하는 학교로 만들기 위해서다. 경주대학교 학생들은 외지에서 온 학생이 80% 가량이다. 대부분이 부모와 떨어져 있다. 기숙사 시설은 잘 구비되어 있지만 부모 품이 그리운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이 총장은 취임 이후 그런 학생들의 속내를 보듬어 주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마주치는 학생들 마다 얼굴이 참 밝다.
이 총장은 전문적인 지식 교육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인성교육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지금 어떤 지식을 갖고 있느냐 보다 학습능력(ability to learn)과 학습에 대한 열정'을 중요시 한다. 21세기는 새로운 산업의 등장, 신개념 일자리 창출 등 변화의 정도와 범위를 가늠키 어려운 시기다. 이 총장은 이러한 상황에서 배우고자 하는 열정과 새로운 문제와 분야에서 꾸준히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경쟁력이라고 주장한다.
"영어 잘 한다고 국제화되는 것이 아닙니다. 책 좀 읽었다고 교양이 갖춰지는 것도 아닙니다. 21세기의 경쟁력과 진정한 글로벌은 다문화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사고의 힘이 바탕되어야 합니다." 이 총장은 다양한 지식과 체험을 소화해서 베푸는 능력이 없다면 경쟁력은 요원하다고 말한다. 국제화 시대, 지식정보 시대에 새로운 가치를 찾는 '첨단' 못지 않게 인성과 휴머니즘, 그리고 봉사하는 성품 등의 '기본'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첨단과 기본의 조화와 중용이 저의 근본적인 교육철학입니다. 논어 '제 6 옹야(雍也)편'에 "子曰 質勝文則野 文勝質則史 文質彬彬然後 君子(자왈 질승문즉야 문승질즉사 문질빈빈연후 군자)"라는 문구가 있는데, 이는 "본바탕(本質)이 교양(敎養)을 능가하면 야비하게 되고, 교양이 본바탕을 능가하면 가식적(假飾的)이게 되며, 본바탕과 교양이 조화를 이룬 후에야 비로소 군자가 된다(文質彬彬, 然後君子)."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따라서 학생 한 명, 한 명을 자식처럼, 학교를 집처럼 여길 수 있도록 총장 이하 교수들의 관심과 애정이 배어 있어야 합니다. 특히나 지역대학에는 아직도 어려운 가정 속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수업 외적인 부분에서의 인성교육에 대한 인적, 시간적 투자가 배가되도록 해야만 '기본과 첨단', '본바탕과 교양', '인성과 실무지식', '지성과 감성'을 조화롭게 갖춘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총장은 지난해 3월에 부임했다. 그동안 학교에 많은 변화를 이끌어 왔다.
총장에 부임하면서 이 총장은 학생들에게나 교직원들에게 기본을 강조했다. 'Stick to the basic!'은 이 총장이 즐겨쓰는 문구다. 기본이 서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탄탄한 기본 위에 시대의 흐름에 맞는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그리고 구성원 모두가 편안하게 대학생활을 하며 맡은 바 본분에 충실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사업에 역점을 뒀다. 외식조리실습동 완공, 최첨단 학생복지공간 마련, 복지관 식당, job cafe 등 학생들과 교직원들을 위한 복지공간 조성이 그것이다. 이 총장이 총장에 부임하면서 이 같은 변화를 모색해 온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동안 교직원간 불협화음으로 학내 갈등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이 총장은 재임기간 중 경주대를 국내 최고 수준의 대학으로 도약시키겠다는 의욕에 차있다.
"영국은 증기기관 하나로 100년간 세계를 제패했습니다. 관광과 유·무형 문화재 분야는 바로 경주대학교의 증기기관입니다. 더불어 취업률 등 세계 시장 경쟁력 3위 이내 혹은 국내 시장 경쟁력 1위 등의 요건을 충족하는 '글로벌 강소학과' 5개를 관광과 문화재 분야에서 반드시 만들어 낼 것입니다."
이 총장은 "경주대학교의 관광분야 학과들은 이미 취업률과 인지도 등에서 국내 최고수준에 올라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다만 이 총장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궁극적으로 7년 내 5개 edge학과를 구축하겠다는 포부다. 이 총장이 미래 경주대학교의 성장동력으로 무형문화재분야를 선택한 것은 '전통(Tradition)'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전통문화가 고스란히 배어있는 천년고도 경주를 사랑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단순한 관광, 문화 관련 학과가 아니라 외식과 조리분야의 경우 한식, 건축의 경우 한옥 등 국보급 무형문화재와 같이 세분화된 시장에서의 차별화된 전문가를 키워내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이 총장은 한식세계화와 관련, 신라음식의 복원에 열정을 쏟아 붓고 있다.
"음식의 재료부터 음식을 담는 그릇과 식문화 방식에 이르기까지 경주지역의 특산물을 이용하는 방법 등 종합적인 차원에서 복원을 위한 노력을 이미 시작했습니다. 음식과 같은 먹거리에는 당시 사람들의 문화가 총체적으로 반영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한 신라음식 복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신라인들의 문화와 정신을 계승하려 합니다." 이 총장은 이를 통해 경주대학교의 전통적 정체성을 확보하겠다고 힘주어 말한다.
요즘 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취업문제에 대해서도 물어 봤다. 답변은 간단했다. 이미 경주대는 취업과 직접 관련이 있는 실용적인 학과에 집중하고 있다는 답변이다. 외식·조리, 관광경영, 호텔경영, 관광레저 등 관광과 문화재, 간호학과 등은 취업률 85% 이상이다. 이와 더불어 경주지역의 전통과 특성을 반영한 한옥 건축학과, 새로운 성장동력인 환경에너지, 철도건설, 한약자원개발 등 실생활에 직접 연관되며 취업률을 높일 수 있는 학과들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모든 학과의 취업률을 연 5% 신장시키겠다는 의지다.
지역에 있어서 대학은 사회, 문화, 경제 등 다방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지역사회의 애정과 관심이 전제되지 않는 지역대학 발전은 불가능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경주대학교 발전은 경주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란 신념을 가지고 있고, 동일한 맥락에서 경주사람들과 경주지역사회를 위해서는 경주대학교의 발전이 필수불가결하다는 생각입니다."
취임 2년째를 맞이하는 올해 이 총장은 경주대학교가 지난 20여년간 이룬 성취와 실패 모두를 자산으로 삼아 경주대학교가 진정한 경주지역의 대학으로 거듭 태어날 것임을 강조했다. 지역에 봉사할 수 있고, 지역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인재 양성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생각이다.
경주대는 지난 1988년 3월 대한민국 최초의 한국관광대학으로 개교했다. 이후 1993년에 특화된 관광분야를 토대로 교명을 경주대학교로 개칭, 종합대학으로 질적, 양적 성장을 계속해 왔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2010년 6월 현재 7개 단과대학, 34개 학과를 갖춘 관광, 문화재 특성화 종합대학의 면모를 갖췄다. 대부분의 지방 사립대학들이 신입학 충원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서도 신입학 충원율 100%라는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약력>
- 경북여고 졸업
- 서울대 문리학과 졸업
- 서울대학교 대학원 석사, 이화여대 교육학 석사, 동국대 문학박사
- 동덕여대, 숙명여대, 이화여대 등 외래교수 역임
- 2009년 3월에 총장대행 / 6월에 경주대 9대 총장으로 취임
대담 글 = 최영규 편집국장 choiyk@j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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