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김준성의 직업평론]축구와 자본주의

김준성 연세대 직업평론가

영국 맨체스터에서 처음 축구를 시작하던 시절. 1900년대 초에는 자본이 축구에 들어오지 않았다. 팀 간 경기를 하더라도, 순수한 축구 정신으로 무장한 선수들이 가득한 기(氣)를 발휘하곤 했다.

18-19세기에 시작된 산업 혁명이후, 영국에선 피곤한 근로자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위한 경기로 은근히 자본가들이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정도였다. 영국의 축구는 이렇게 해서 시작됐다.

그러다가 각국의 청년들이 지닌 용기를 집단적으로 발현 시켜주는 경기로서 자리 매김한 것이 국제 축구 대회로 발전했고 이것으로 인해 월드컵이 생겼다.

이 무렵 이미 자본이 축구로 급속히 밀려들게 된 것이다. 자본이 밀려오자 축구는 화려함을 갖추고 다시 광고들과 결합하기 시작했다. 다국적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 코카콜라, 아디다스, 나이키, 지멘스, 폭스바겐 같은 브랜드들이 축구 시장에 돈을 투자했다.

또 월드컵이 텔레비전을 통해서 9억 명 이상이 일시에 보는 경기가 되자 기업주들은 광고를 통해서 월드컵에서 올림픽 못지않은 홍보비 지출을 하게 한다. 자본가들은 자기회사의 순익과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월드컵에 스폰서를 하고 광고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바람을 타고 축구 선수 펠레는 조국에 우승을 안겨 준 후, 여러 광고 모델로서 거액을 거머쥔다. 마라도나는 조국 아르헨티나에 우승을 안겨 주고도 손으로 골을 넣으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광고로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었다.

2002년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른 한국 선수들은 각종 모델로 등장해 지금도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그리고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골을 넣은 박지성과 이청용은 그들의 브랜드로 모델이상의 대우를 받으면서 투잡(Two Jobs)을 하는 중이다.

1998년 아트사커로 불리며 프랑스의 우승을 이끈 지단은 광고로 수많은 자본을 끌어 들이며 지금은 상당한 부자가 됐다. 그들은 자기 직업인 축구를 통해 만든 막강한 브랜드 이미지를 파는 중이다.

이렇게 되다보니 축구가 경기 본연의 의미 보다는 돈을 벌어들이는 이벤트라는 관점에 눈을 뜨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유럽의 많은 프로팀 선수들은 자기 수입 관리와 부상 예방에 치중하면서 스포츠맨십이 무색하게 됐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골이 적게 나오는 것은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 수비형 경기를 하면서 이기고 부상도 당하지 않으면서 돈도 벌고자 하니, 이들 축구 선수들은 그렇게 무리해서 열정적으로 공을 차지 않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영국에서 기업들이 산업 혁명 이후 심하게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는 것에 반발해 시작한 축구가 본영의 취지를 벗어난 듯하다.

축구는 축구다워야 한다. 투쟁심을 기르고, 그곳에 정의를 추구하려는 의지가 강하게 녹아난  경기여야 한다. 순수한 축구, 자본이 투입돼도 항상 공정성을 견지하는 그런 페어플레이, 근성과의 투쟁, 인간 한계에 도전하고자 하는 열정이 불타고 협응정신이 넘치는 그런 월드컵을 보고 싶다.

김준성 직업평론가(nnguk@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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