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남들과 다른 고즈넉한 휴가…농촌마을이 ‘대세’

김동민 기자

지루한 장마가 끝나면서 본격적인 여름휴가가 시작됐다.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산이나 바다로 많은 여행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어디로 떠날지 고민하는 도시민에게 적은 비용으로 가족들과 좋은 추억거리를 만들 수 있는 농산어촌으로의 여행을 추천한다.

농산어촌 체험여행은 해수욕장이나 계곡과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자연을 통해 문화와의 소통이 가능하고 그 지역 고유의 특색에 따라 다양한 체험도 가능하다.

정과 이야기거리가 있는 산촌여행은 다양한 경험과 더불어 마음의 안정까지 얻을 수 있다. 농식품부에서도 전국의 농어촌 체험마을을 통해 이미 지난해 국내 여행객의 약 10%를 차지하는 3백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하였다.

특히 지난 3월에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대표 명소 20곳(Rural-20)을 선정하는 등 농어촌 관광을 새로운 휴가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이번 여름 청정한 자연과 더불어 전통과 문화가 살아 있는 농산어촌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여름휴가로 가볼만한 농산어촌 마을 4곳을 소개하고, 유명인 7인의 개성만점 여름 나는 휴가법을 공개한다.

◆양평 보릿고개마을

옛날 배고픔을 달래가며 오로지 살기 위해 먹었던 초라한 음식들이 이젠 웰빙 음식으로 대접받는 시대입니다.

경기 양평군 ‘보릿고개마을’ 위원장인 이상용 씨의 말이다. 용문산 자락에 위치한 이곳은 굶주리고 가난했던 1960년대 보릿고개 시절을 그대로 옮겨놓은 이색 테마마을이다.

‘먹고 돌아서면 배가 꺼지는’ 대표음식인 꽁보리밥에서 호박밥, 쑥개떡, 보리개떡 등을 직접 만들고 먹어볼 수 있다. 배고픔에 잠을 청하지 못한 경험을 해본 60대들이 아련한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마을이다.

아이와 학생들에겐 음식의 소중함을 깨우치게 하는 교육공간이기도 하다. 농림수산식품부가 G20 정상회의 이후 우리 농어촌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널리 홍보하기 위해 기획한 ‘Rural-20’ 프로젝트에서 농어촌 체험마을 20곳 중 한 곳으로 선정된 보릿고개마을에선 각종 나물을 캐고 고구마, 옥수수 따기 체험도 할 수 있다. 보릿고개마을의 할머니 사무장이 직접 두부 만드는 법도 가르쳐준다.

7월 30일부터 8월 30일까지는 과수농장에서 직접 복숭아를 따고 시식도 할 수 있다. 프로그램을 즐기는 중간 중간에 인심 후한 마을 사무장들이 내놓는 더덕막걸리가 애주가들을 사로잡는다. 트랙터를 개조해 만든 열차로 마을 주변을 산책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부안 합구생태마을

역시 ‘Rural-20’에 선정된 전북 부안군 합구생태마을은 1991년 정부가 새만금간척지 기공식을 연 마을로 유명하다. 마을이 간척지로 매립됐지만 일부가 바다로 남아 있는 데다 마을 옆과 뒤쪽으로 소나무 숲이 우거져 있어 경관 자체만으로도 감동을 준다. 산과 바다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듀얼’ 생태마을이라 할수 있다.

마을 측은 이러한 환경적인 장점을 충분히 활용해 관광객들이 농어촌 사람들의 일상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특히 모래갯벌에서 ‘조개의 왕’이라 불리는 백합을 비롯해 칠게, 맛조개, 바지락, 골뱅이, 쏙 등을 직접 잡는 체험은 압권이다.

이곳에는 조개의 종류와 수가 유난히 많다. 이 때문에 ‘합구’라는 마을 이름에 더욱 관심이 간다. 이름의미만으로도 이곳이 조개 천국임을 단번에 짐작할 수 있다. 한자로 ‘蛤九’, 조개가 아홉 개라는 의미다.

마을 산촌문화화관 옆 옛길을 따라가면 아담한 방죽(웅덩이)을 만날 수 있다. 방죽은 부안댐이 완공되기 전 합구마을 사람들이 식수원으로 사용하기 위해 만든 것인데, 지금은 친환경적인 인공 생물서식공간인 ‘곤충 오톱(Biotope)’으로 조성됐다. 생태환경 교육의 장으로 변모한 것이다.

또한 이번 여름 휴가철에 이곳을 찾는다면 국내에 서식하는 반딧불이 중 가장 크기가 큰 ‘늦반딧불이’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다. 그 다음 비오톱 인근 물렁바위 약수터에서 물 한잔 ‘원 샷’할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어떠한 이온음료보다 갈증을 깔끔하게 풀어줄 것이다.

◆보은 구병아름마을

장수마을 하면 세계적으로 일본이 으뜸이다. 시즈오카현 후지미마을, 오키나와현 기타나카구스쿠마을 등 ‘단골손님’격으로 소개되는 장수마을이 한두 곳이 아니다. 우리도 속리산 자락 명당에서 장수의 기운을 뿜어내는 곳이 있다.

충북 보은군의 구병아름마을이 그곳이다. 농림수산식품부가 ‘국가대표’ 무병장수마을로 지정한 이곳에선 혹시라도 50, 60대 분들이 세상 다 살았다고 한숨짓다간 큰 변을 당할지도 모르겠다. 이곳 주민들은 대부분 80~90세를 훌쩍 넘겼기 때문이다. 1백 세 이상 노인도 자주 마주친다.

주민들이 매일 접하는 12달술(달마다 빚는 가양주), 메밀국수, 메밀묵 등을 먹는 경험만으로도 마치 자신이 장수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7, 8월에 이곳을 찾는다면 오미자와 매실주의 향기가 마을에 진동할것이다.

구병산 자락 해발 3백50미터 분지에 자리한 구병마을은 구병산에서 속리산으로 이어지는 ‘충북알프스’의 출발점에 있다. 2001년 당시 행정자치부 ‘아름마을 시범 사업장’으로 선정된 구병아름마을은 2004년에 이미 펜션 등 휴양 및 체험 시설까지 갖춰 많은 관광객들이 다녀갔다. 올해도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니 구병리 이장인 임휘순 씨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여기저기 마을을 자랑하느라 목소리 톤도 높아진다.

“자연과 술을 좋아하고 건강을 챙기려는 분이라면 꼭 찾아오세요.”

◆창녕 우포가시연꽃마을

웰빙의 다음 트렌드는 뭘까. 전문가들은 ‘로하스(Lohas)’라고 답한다. 건강과 환경이 결합된 소비자들의 생활 패턴이다. 자신의 건강도 챙기고 환경파괴를 최소화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웰빙보다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신념이라 할 수 있다.

낡았건 새롭건 자연환경에 대한 배려 의식이 깊이 숨어 있다.

원시 자연늪이 그대로 간직된 최대 자연습지로 3백50여 종의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는 우포늪을 끼고 있는 경남 창녕군 대합면에 위치해 있으며, 국내 최대 가시연꽃 군락이 있는 ‘우포가시연꽃마을’은 로하스의 의미를 가장 잘 대변해주는 곳이다.

환경보전 상태가 워낙 좋아 농촌진흥청으로부터 지난 1월 ‘살고 싶고 가고 싶은 농촌마을 1백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2006년엔 대표 농촌 전통 테마마을로도 뽑혔다.그야말로 오감(五感) 생태체험을 완벽하게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쪽배를 타고 늪을 관찰하고, 바람 소리를 따라 갈대밭도 걸어보고, 미꾸라지와 우렁이를 직접 손으로 잡아보는 생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늪을 좀 더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도록 산책로도 조성됐다. 늪 가까운 구릉지에는 간이 탐조대가 설치돼 있어 철새 관찰도 가능하다.

먹을거리도 전부 자연 그대로다. 양파 소면으로 만든 국수는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다. 연꽃 칼국수와 연꽃차는 세상에서 본 식사와 후식으로는 가장 ‘기가 막힌’ 앙상블이다. 오감의 감동에 천국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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