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재경리뷰] 뮤지컬 <서편제> 시대·문화·음악적 충돌 VS 조화, 당신의 선택은?

양악과 국악의 아름다운 어울림, 한국 고유의 소리를 더욱 빛내다

동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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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가', '심청가', '춘향가'를 들어본 적 있는가? 국악이나 판소리를 들으면서 어떤 느낌이 들었는가? 지루하고 고리타분하다는 생각에 락음악이나 발라드로 바꾼 적 있을 것이다.

뮤지컬 <서편제> 제작자 피앤피컴퍼니 대표겸 프로듀서 조왕연은 우리 것으로 해외 라이센스 뮤지컬에 대항할 수 있는 작품을 고민하다가 '서편제'를 생각해냈다 한다. 조씨는 '서편제'를 뮤저컬화해 작품성과 흥행성 모두 얻어내겠다는 각오로 시작했다고.

이청준의 소설 '서편제'가 판소리 뮤지컬로 나온다고 했을 때 솔직히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원작이 워낙 유명하기에 뮤지컬로 만들어졌을 때 원작의 명성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한국 고유의 소리 '판소리'를 어떻게 팝과 락에 길들여진 현대인의 입맛게 맞게 요리해낼지가 의문스러웠기 때문이다. 이에 관객들도 다소 고민하고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뮤지컬 <서편제>를 관람한 사람이라면 <서편제>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뮤지컬 <서편제>가 우리의 판소리를 얼마나 아름답고 깊이 있게 그려냈는지, 판소리가 현대음악과 얼마나 잘 조화를 이루는지, 게다가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한'까지 끄집어내는 신묘막측한 힘을 지녔음을 느끼게 한다.

◆ 한국인 고유의 정서, '한'을 노래하다

"한을 속으로 삭혀. 그리고 그 소리를 뱉어내" 이는 뮤지컬 <서편제>에서 아비 유봉이 송화에게 하는 말이다. "내 소리를 받아. 너 안에 한이 있다. 넌 소리를 잘 할 수 있다" 득음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 아내도 잃고 스승에게 설사약까지 먹이는 '유봉'이 송화와 동호를 거두면서 판소리를 가르친다. 그러나 엄마가 죽자 동호는 그 모든 것이 유봉의 탓이라고 생각한다. 유봉은 아들의 그런 미움이 한이 되어 소리를 더 잘할 수 있게 될 것이라 여기며, 모든 것을 속으로 삼킨다. 그러나 아비가 원하는 소리가 엄마를 죽인 '원흉'이라고 생각하는 동호에게는 미움밖에 없다. 따라서 시대의 변화와 함께 변해가는 동호의 음악과 소리들. 동호는 미 8군 락커로 발탁돼 새로운 음악에 도전하고 송화와 마음 저린 이별을 선택한다.

"시간이 필요해. 깊어질 시간…" 극 중 이 대사는 몇번을 들어도 몇번을 생각해도 참으로 기막힌 대사가 아닌가 싶다. 인생의 이러저러한 일들, 고난, 역경, 기쁨과 슬픔, 아픔과 고통, 이 모든 것은 시간이 흐르면서 치유되고 아물어간다. 사람은 이런 것들을 겪으면서 성장한다. 한을 속으로 삭히라는 말,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 '운명론'의 굴레에 매어 살라는 것은 아니지만, 인내와 믿음의 위대한 힘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 이룰 수 없는 애절한 사랑, 눈물샘 자극

<서편제>에는 판소리나 락 등 음악만 있는 것이 아니다. 송화와 동호의 이루지 못한 애절한 사랑은 보는 이의 마음을 먹먹하게 한다. 가정을 꾸렸어도 아들이 생겼어도 여전히 송화를 잊지 못하는 동호, 그러나 동호가 찾고 다님에도 불구, 눈먼 소경이 되어 동호와 그 가정에 누가 될까봐 계속 피해다니며 숨어 지내는 송화... 안타까우면서도 절제된 사랑이 숨쉬고 있다.

수십년이 지나 송화와 동호가 만나 '심청가'를 하는 장면에서는 참으로 소름이 돋는다. 소리를 찾아 돌고 돌았다는 동호, 죽이고 싶었던 소리가 아버지의 소리였다고 털어놓는다. 동호에게 '심청가'를 빌어 자신의 이야기를 대신하는 송화, 그런 송화를 그저 쳐다봐야만 하는 동호... 관객들은 그런 송화와 동호의 심정과 하나 되며 눈물을 훔친다.

◆ 이자람, 임태경, 차지연, 김태훈, 서범석 등 배우들의 열연

뮤지컬 <서편제>는 스토리 중심의 뮤지컬이 아니다. 뮤지컬의 특성상 음악적인 요소가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있지만, <서편제>는 특히나 판소리, 락, 팝 등을 절묘하게 배합하여 한국적이면서 현대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며 새로운 음악의 세계를 열어준다. 여기에 이자람의 역할을 빼놓을 수가 없다. 국악 선곡에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극 중 송화 역을 맡아 양악과 국악을 넘나들며 신들린 판소리를 쏟아내는 이자람의 모습에 관객들은 눈과 귀, 마음까지 빼앗긴다.

이 밖에 무대 또한 간결하면서 변화무쌍함을 보여준다. 한지를 겹겹이 붙여 올린 8쪽의 막들은 병풍으로, 나무로 변하며 때로는 영상과 어울려 영화 속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이야기 전달에 있어서 매끄럽게 이어지는 것이 아닌 점프 형식으로 돼 있어 사전 '서편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고도의 집중력을 요한다는 것이다.

이자람 외에도 차지연, 민은경이 송화 역을, 임태경 김태훈이 동호 역을, 서범석, JK김동욱, 홍경수가 아비 유봉 역을 맡아 열연하는 뮤지컬 <서편제>는 배우들의 수준급 노래 실력과 연기력에 혼신을 다하는 열정을 불사르며 오는 11월 7일까지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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