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역사-<16>인도 델리 식물원

나무신문 기자

인도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식물원은 콜카타 식물원이다(나무신문에 2주전에 연재되었음). 그 이유는 영국이 콜카타(캘커타)에 식민지 본부를 두고서 인도 통치를 오랜 기간에 걸쳐서 하였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콜카타는 오늘날 영국 밖에서 가장 많은 영국식 건물(특히 관공서 건물)이 남아 있는 곳이다. 그러므로 식물학을 유난히 좋아한 영국인들은 콜카타에 훌륭한 식물원을 만들었다고 짐작된다.

20세기 초에야 영국은 식민지 통치 수도(首都)를 콜카타에서 인도 대륙의 중북부에 있는 델리(Delhi)로 옮기고 델리를 새로운 식민지 수도로 개조하였다. 이어서 1947년에 인도가 독립하면서 델리는 인디아(인도)의 수도가 되었다.

 

광할한 평야 지대 안에 위치한 델리는 예부터 성벽으로 도시가 형성된 북부지역의 올드 델리와 새로이 도시가 형성된 남부의 뉴델리로 구분되나 일반적으로 델리라고 부른다. 우리가 찾는 식물원은 뉴델리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콜카타 식물원은 영국인들이 식물원의 목적에 걸맞게 처음부터 식물원으로 계획하여 만든 곳이라면 델리의 식물원은, 원래는 군주들의 무덤이 있는 곳을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만들어 놓은 곳이라는 느낌을 주는 곳이다.


그러므로 콜카타 시민들에게 식물원이 어디 있느냐고 물으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데 비해 델리 시민들에게 식물원이 어디 있느냐고 물으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 델리에서 식물원을 방문하고 싶으면 ‘로디 가든(Lodi Garden)’이 어디냐고 물어보면 정답이 나올 확률이 높다. 식물원의 이름인 로디(Lodi 또는 Lodhi)는 인도 왕가(王家)의 이름을 따라서 지은 것이다.


뉴델리의 중심부에는 42m 높이의 거대한 인디아 게이트(India Gate) 개선문이 서 있다. 이 문은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여 전사한 인도 군인 85,000명을 기념하기 위하여 만든 것이다(당시 영국의 식민지이던 인도는 영국과 함께 유럽 전선에서 독일에 대해 싸웠다).

 

이 문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곧게 뻗은 도로가 있는데 문의 정면방향으로(서쪽으로) 넓게 뚫린 도로는 장관이다. 도로 폭(잔디 포함) 300m, 길이 3km에 이르는 이 장대한 도로를 보면 인도 대륙의 거대함을 한 눈에 보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매년 이 도로에서 벌어지는 인도 군(軍)의 군사 퍼레이드는 주변의 분위기 때문에 퍼레이드를 더욱 장엄하게 만든다. 식물원은 인디아 게이트에서 서남쪽을 향하여 곧게 뻗은 도로를 따라서 3km 위치에 있다. 영국 통치시대에 이 식물원은 올드레이디 윌링턴 공원(Old Lady Willington Park)이라고 불렀으나 인도 독립후에는 로디 가든이라고 명칭이 변경되었다.


70ha(약23만평) 면적을 가진 이 식물원에는 식물원의 사방 경계를 따라서 출입구가 10개가 넘는다. 필자는 로디 가(Lodi Road)에 면한 10번 출구를 통하여 식물원에 들어갔다. 이곳은 콜카타 식물원과 달리 입장료가 없다.

로디 가든 안에 있는 바라굼바드(왼쪽)와 시시굼바드(오른쪽) 묘당.
로디 가든 안에 있는 바라굼바드(왼쪽)와 시시굼바드(오른쪽) 묘당.
입구를 통하여 들어가자 마자 높이 20m, 흉고(胸高)직경 80cm에 달하는 터미널리아(Terminalia; 학명 Combretaceae Terminalia arjuna)가 방문객을 맞아준다. 그런데 이 터미날리아는 쭉쭉 뻗어 성장하는 남태평양(파푸아뉴기니, 솔로몬 군도)의 것과 달리 수간(樹幹) 2.5m 높이에서 수간이 두개로 갈라진 것으로서 필자에게는 너무 생소하였다.

이어서 자연보존 세계기금협회의 건물이 나온다. 이 건물 주위에는 현지어로 크리시나시리스(Krishna Siris)라고 부르는 알비지아(Albizia; 학명 Leguminosae Albizia amara)와 접은 우산처럼 서있는 폴리알티아(Annonaceae Polyalthia oblongifolia)가 주위에 큰 그늘을 만들어 주며 서있다. 흰색의 꽃이 만발한 수많은 프란지파니(Frangifani)도 델리의 무덥고 황량한 여름을 선선하게 해준다. 남태평양의 해안지대에서 보아왔던 프란지파니를 거대한 대륙의 중심에서 만나다니… 필자는 먼 외국에서 마치 고향사람을 만난 기분이었다.


잘 관리된 수목과 각종 색깔의 꽃들 사이에 나 있는 오솔 길을 따라서 식물원 안으로 좀 더 들어가자 사이드(Sayyid) 왕가와 로디 왕가의 통치기간 동안에 걸쳐서 지어진 인도의 역사적인 건물들이 나타난다. 낮고 작은 언덕위에 세워져 있는 두 개의 사각형 건물들은 지붕에 원통 돔을 갖고 있으므로 마치 웅장한 타지마할을 축소시켜 놓은 것 처럼 보인다.

 

이 회갈색 석조 건물들은 시칸다 로디(Sikandar Lodi) 왕의 통치 기간(1489~1517년)중 만들어진 묘당(廟堂)으로서 이곳에 누가 매장되어 있는 지는 확실치 않다고 한다. 인도인들은 두개의 묘당 가운데 앞에 있는 큰 것은 바라 굼바드(Bara Gumbad), 뒤에 있는 작은 것은 시시굼바드(Shish Gumbad)라고 부른다.


식물원을 동남쪽에서부터 돌아보면서 한 바퀴 돌아 서쪽으로 가면 무굴 제국 시대에 만들어 진 것으로 보이는 조그만 돌 다리가 나타난다. 주위의 녹색 정원을 배경으로 그 수려함을 더욱 발한다. 이 근처에도 큰 묘당이 나타난다. 이것은 모하메드 샤(Mohammed Shah)왕의 무덤으로서 15세기 중반에 만들어진 것이다. 이 묘당의 설계는 후일 무굴 제국 여러 왕들의 묘당건축의 기본이 되었고 타지마할 역시 이 묘당 설계에 기초하고 있다고 한다.


식물원 안에는 인디아 국제 센터 건물도 들어서 있다. 오늘날 로디 식물원은 인구 천만명이 넘는 델리의 시민들에게 녹색의 휴식 공간(특히 무더운 여름에)과 그들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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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주혁. 서울대 농대 임산가공학과를 졸업했다. 1978년 이건산업에 입사해 이건산업(솔로몬사업부문) 사장을 역임했다. 파푸아뉴기니 열대 산림대학을 수료했으며, 대규모 조림에 대한 공로로 솔로몬군도 십자훈장을 수훈했다. 저서로는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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